전희정 국방위원회 외사국장(오른쪽)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10월 4일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다. |
81살 전희정 국방위원회 외사국장
김일성 장례 등 29년째 의전 맡아
3대째 그가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선다.
최근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을 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할 때 옆에서 함께 움직이며 설 자리와 이동 방향을 하나 하나 알려주는 인물이 눈에 띈다. 작은 키에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김 부위원장의 동선을 손끝으로 정해주는 이 인물이 전희정(81) 국방위원회 외사국장이다.
전 국장은 1982년 주석부 외사국장이 된 뒤 금수산의사당 외사국장(91년), 국방위원장 의전서기(2000년), 국방위원회 외사국장(2007년) 등으로 직함만 바꿔가며 29년째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의전을 담당하고 있다. 2001~2004년 이집트와 오만, 예멘 겸임대사로 재직한 게 유일한 외도다. 김일성 주석 사망 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문 의전도 직접 안내했다. 정부 당국자는 “대를 이어 장례 의전을 책임진 그의 모습에서 북한 권력 변화의 특성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평양외국어대를 나와 외교관이 된 뒤 주 캄보디아 임시대사 대리, 주 자이레 대사 등을 거쳐 외사국장이 됐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의전 책임자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하며 김 위원장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국내 방송에 잡힌 바 있다. 전 국장은 김 위원장 국가장의위에도 75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