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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찌뿌둥했는데 개운"…코로나에 뜬 '신종 목욕탕' 정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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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찌뿌둥했는데 개운"…코로나에 뜬 '신종 목욕탕' 정체

Ador38 2022. 2. 20. 08:33
최서인 기자
 
2022.02.20. 06:00
 
 

“때 못 민 지 2년만이에요. 때 너무 많이 나오면 어떡하죠?”

 

서울 강남구에서 ‘1인 세신샵’을 운영하는 곽혜린(40)씨에게 손님들이 하는 말이다. 곽씨의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주말 하루 20명가량이라고 한다. 곽씨는 “경기도 양평군이나 여주시 등 멀리서부터 부러 찾아오는 분들도 많고 일주일에 한 번 오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걱정 덜어주는 ‘1인 세신샵’

 
© 제공: 중앙일보 '1인 세신샵'의 세신실 내부. 욕조에서 홀로 때를 불리면 세신사가 일대일로 때를 밀어준다. 최서인 기자
 

'1인 세신샵'의 세신실 내부. 욕조에서 홀로 때를 불리면 세신사가 일대일로 때를 밀어준다. 최서인 기자

1인 세신샵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2년 넘게 계속되는 가운데 ‘혼목’ 수요를 겨냥한 업종이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카페’, 강사가 집에 찾아오는 ‘출장 헬스트레이닝’ 등에 이어 일대일 서비스의 물결이 세신으로 확산한 것이다.
 
1인 세신샵은 복도를 따라 죽 이어진 독립된 방에 각각 탈의실과 목욕탕이 갖추어져 있어 다른 이용자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홀로 욕조에서 각질을 불리고 있으면 20분쯤 뒤에 세신사가 들어와서 때를 밀어준다.

2년간 묵은 때를 씻어내려는 사람들의 방문으로 1인 세신샵은 호황이라고 한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1인 세신샵을 운영하는 강민옥(40)씨는 “그동안 코로나19로 때를 못 밀어 답답하셨던 분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신다”며

“탕에 여러 사람이 같이 들어가는 일이 없는 등 비교적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의 가게는 주말이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5시간 예약이 꽉 찬다. 

 

곽씨도 “웬만하면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는 점을 맘에 들어 하신다. ‘소독은 어떻게 이뤄지나요’하고 직접 물어보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1인 세신샵들은 현재까지는 대부분 여성 전용이다. 비용은 과거 공중목욕탕의 세신비보다 2~3배 비싼 4만~9만원 선이다.

"그동안 찌뿌둥했는데"…2년 만에 찾은 목욕탕

 
© 제공: 중앙일보 '1인 세신샵'의 세신실 내부. 1인용 욕조와 세신 침대를 갖추고 있다. [제공 강민옥 씨]
 

'1인 세신샵'의 세신실 내부. 1인용 욕조와 세신 침대를 갖추고 있다. [제공 강민옥 씨]

세신샵 고객 이혜진(37)씨는 “원래 한 달에 1~2번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방문해 왔는데, 집에서 세신을 하면 개운하지가 않고 힘이 들어 세신샵을 찾았다”며 “혼자 산다면 모르겠지만 3세, 6세 아이들이 있어 나를 통해 2차 감염이 될까 봐 목욕탕 가기가 불안했다”고 말했다.
 
강소영(28)씨는 “찜질방이 아니다 보니 찜질을 즐기기엔 부족하지만, 코로나 시대에 세신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혼목 수요가 증가하자 욕실 브랜드 이누스에서는 하루에 1명만 입장 가능한 욕실 컨셉의 숙소를 내놓기도 했다.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매회 방역과 청소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1월에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프라이빗 찜질방’에 방문하는 장면이 나와 누리꾼들이 ‘대체 어디냐’며 정보를 묻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자리 잃었던 세신사들 ‘복직’ 이어져

 
© 제공: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1만명(10만9831명)에 육박한 18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과 PCR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1만명(10만9831명)에 육박한 18일 대전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과 PCR검사를 받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성태 기자

1인 세신샵은 세신사들의 새로운 일터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대중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하다 지난해 9월 일을 그만두게 됐던 세신사 김모(60)씨도 지금은 2개월째 1인 세신샵에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진자가 3000명이 넘어가는 등
 
4차 대유행이 찾아오자 자녀들의 권유에 따라 일을 그만뒀다. 김씨는 “딸이 건강을 걱정한 데다 목욕탕 손님도 절반 정도로 줄어 일을 그만뒀다가 1인 세신샵을 소개받으면서 일을 다시 시작했다”고 전했다. 

정부 공공 데이터 포털에 따르면 2019년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국에서 707곳 목욕탕이 문을 닫았다. 세신샵 운영자들은 “세신사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며 일자리들을 많이 잃었다. 구인 사이트를 통해 10~20년 경력의 세신사들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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