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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외전 십이지(外傳 十二支) - 권혁웅 본문
외전 십이지(外傳 十二支) - 권혁웅 1. 코끼리 덩치 전체가 살점으로 이루어진 짐승이 첫째 자리에 놓인다 기쁨과 눈물을 모두 여물 밥과 바꾼 것이다 저 덩치를 깎아내면 배꼽티를 입은 여자가 나올 수도 있지만, 비스킷을 낚아채는 저 코야말로 살의 유혹이다 그리로 콧물과 식수와 초목이 지나간다 혹자는 이 짐승과 짐승의 코를 큰 슬픔과 작은 슬픔의 상형이라고도 말한다 2. 두꺼비 이 짐승은 가장(家長)들의 토템이다 우툴두툴한 등은 토막 난 가계(家計)를 닮았고 터무니없이 짧은 목은 부장(部長)의 호통 앞에서 진화한 결과다 혹은 물을 술로 바꾸는 영험이 있어서 밑 빠진 독을 받쳐주었다는 옛이야기도 전한다 가장이 실직하거나 보험 든 것도 없이 덜컥 암에 걸렸을 때 세간에서는 두꺼비, 돌이 치였다고 이른다 3. 낙타 낙타(駱駝)는 곱사등이[駝]다 같은 짐승으로 타조(駝鳥)가 있으나 인자한 표정으로는 낙타가 으뜸이다 사막에만 출몰하는 짐승이나 최근에는 콘크리트로 지은 사막이 늘어나 서식지를 넓혔다 속눈썹이 두 줄이고 귀에 털이 나 있으며 물 없이 버틸 수 있어서 장님 3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을 견뎌야 하는 며느리들이 첫머리에 섬긴다 4. 곰 미련한 자들의 대표로 곰을 치지만 미련한 자들은 정작 아무 짐승도 편애하지 않는다 곰 창(槍) 날 받듯 한다는 말이 있으나 자진하는 곰이 보고된 바는 없다 나무에도 잘 오르고 땅도 잘 파고 헤엄도 잘 쳐서 재주는 곰이 부린다고들 하지만 곰은 정작 사기를 당했을 뿐이다 겨울잠 자고 일어났더니 누가 쓸개를 빼갔더라 하는 식이다 5. 오리 이룰 수 없는 사랑의 한쪽 증인이 오리다 예로부터 오리와 닭을 한데 묶는 쑥덕거림이 있어 왔다 오리 홰 탄 것 같다고 했으니 오리가 닭의 일을 대신한 것이고, 닭 잡아먹고 오리발이라 했으니 둘이 생사를 같이한 것이다 암탉이 오리알 낳고도 할 말이 있다 했으니 서로 동침한 사이가 아닌가? 그 죄가 사무쳐 지옥 불에 떨어진 오리를 유황오리라 부른다 6. 개미핥기 개미핥기는 중남미산이다 외국인 노동자, 동유럽 영어 학원 강사, 베트남 처녀들이 이 짐승을 으뜸으로 친다 관처럼 생긴 주둥이 속에 긴 혀가 들어서, 개미집 속의 개미를 핥아 먹는다 개미 꽁지에서 나온 포름산은 시큼하고 톡 쏘는 맛이 난다 신산(辛酸)함이란 무릇 달달함이니, 개미 똥구멍을 빨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격언이 여기서 나왔다 7. 제비 제비는 강남에 무리 지어 서식하면서, 삐끼 짭새[雜鳥] 화사(花蛇) 등과 비슷한 생태 지위를 누리는 짐승이다 인기가 좋아서 특별히 사랑받는 개체가 되는 일을 제비뽑기라 하는데, 여기에 한번 뽑히면 평생 연미복만 입고 살게 된다 장안의 남녀들이 이를 선망하여 떼로 몰려드니, 제비는 작아도 강남을 간다는 속담이 뜻하는 바가 이것이다 8. 악어 물가에서 움직이는 건 다 잡아먹는 짐승이 악어다 제 식성을 한탄하여 먹이를 삼키며 우는 일이 왕왕 있는데, 이를 악어의 눈물이라 한다 그 고결함을 사랑하여, 귀부인과 골퍼들이 즐겨 자신의 토템으로 삼았다 악어 사는 못의 물고기가 싱싱하다는 말을, 이 짐승이 자신의 횟감을 얼마나 극진히 대하는지를 보여준다 귀부인들이 어린 남자를 볼 때도 그렇다 9. 늑대 개는 늑대에서 나왔으나 짖고 늑대는 개를 낳았으나 운다 그 장탄식을 듣는다면 양의 탈을 쓴 늑대 따위가 얼토당토않은 묘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 개는 꼬리를 치지만 늑대는 꼬리를 만다 그 겸손을 본다면 시랑(豺狼)과 신랑을 혼동하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다 이 짐승을 섬기는 무리가 있어 매달 보름에 계 모임을 갖는데, 세간에서 이들을 늑대인간이라 부른다 10. 고양이 사이코들, 매일 일기를 쓴 자들, 거울 보기를 좋아하는 자들이 이 짐승을 섬긴다 점잖게 부뚜막에 올라도 손가락질을 받고 자주 얼굴을 닦아도 고양이 세수라 하여 욕을 먹는다 귀여운 얼굴에 세모눈이라, 인상도 그렇다 쥐를 좋아하지만 정작 쥐를 생각하면 겉과 속이 다른 짐승이라 비웃음을 당하니, 아 삶은 곤고하고 소문은 무성하도다 11. 사슴 병자, 노약자, 임산부가 섬긴다 이들은 이 짐승이 다니는 길을 서성거리며 어쩌다 흘린 뿔 한 조각이라도 얻고자 애를 쓴다 뛰는 사슴 보고 얻은 토끼 잃는다는 말은 사슴의 귀함이 토끼의 천함과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요, 사슴을 일러 말이라 하는 것은 사슴은 귀하고 말은 흔해서 착각하기 쉽다는 뜻이다 치병, 노환, 산통의 곤함이 그와 같다 12. 딱따구리 마지막 자리는 악처, 선생, 놓아기른 아이, 약장수, 행보관, 굴착기 기사의 수호 짐승이 차지한다 앞산에 딱따구리는 없는 구멍도 뚫는데 집에 있는 멍텅구리는 있는 구멍도 못 찾는다고 마누라가 한탄하면, 가장은 이명과 편두통에 다시 두꺼비를 찾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옆에서 훈계하고 아이들은 밥 달라 울고 다시 약을 찾고...... 그렇게 한 갑자(甲子)가 돌아가니, 이를 윤회라 한다 시집 『소문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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