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경상북도 영양 산천은 온통 붉은 고추로 물든다.
3600여 농가에서 가꾸는 영양 들판은 온통 빨갛다.
8월에서 9월 두달간 월 초인 4일과 9일에 서는 영양읍 동부리 고추 장터는 새벽부터 분주하다.
고추의 고향은 남아메리카다.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넘는 고추가 퍼져 있다.
고추는 맛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우리가 '고추'하면 떠올리는 매운맛과 요즘 각광받는 파프리카나 피망처럼 맵지 않은 고추로 구분된다.
고추는 우리 식습관과도 밀접해서,
꽤 오래전부터 먹었을 것 같지만 한반도에서 고추의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고추는 조선후기에 전해졌고, 김치에 고춧가루를 넣은 것은 3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고추에는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다.
이혜경 아주대병원 임상영양사는 "고추에는 카로틴, 칼슘, 비타민 B군, 비타민 C 등이 풍부하다"며
"이중 고추가 가지는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의 우선적인 성분에는 캡사이신(Capsaicin)이 있다"고
설명했다.
캡사이신은 고추의 매운맛을 좌우하기도 한다.
고추의 배를 갈랐을 때 하얀 부분에 들어 있고, 공기 중에 놓아두면 날아가 버리는 휘발성 성분이다.
고추 중에서 가장 맵기로 소문난 청양고추엔 더 많은 양의 캡사이신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항암효과에도 탁월하다.
캡사이신이 몸속의 유해한 활성한소를 없애는 항산화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암을 예방하고, 암 전이를 억제하고, 암 세포를 소멸시키는데 기여한다.
고추는 한때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유행했다.
캡사이신에서 비롯되는 매운맛이 지방을 태우는데 효과적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실제로 매운 고추를 먹으면 열과 땀이 난다.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발한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고추는 통증의학에서도 연구대상이 된다.
고추의 매운맛은 맨 처음 자극으로 다가오지만, 이내 신경전달세포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작용
을 한다.
이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증 환자의 진통 감소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옥세진 고대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캡사이신 성분으로 만들어진 국소 연고제가 있지만 실제
로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통증의 일시적인 경감을 위해 사용할 수 있으나, 연고 자체가 자극이
될 수 있어 아직까지는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경진 MK헬스 기자 nice2088@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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