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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나무의 공양 - 이경례 본문

🌱 Ador 사색. 도서.

나무의 공양 - 이경례

Ador38 2013. 4. 21. 19:26
★빈하늘

나무의 공양 - 이경례 졸참나무가 제 몸통을 의탁해왔네 지난 태풍에 겨우 건진 살림살이지만 기와 불사를 생각하며 제 몸 선뜻 내 놓았다네 오래도록 산문의 입구를 지켜 온 졸참나무와 딱따구리, 한참을 골몰한 붉고 노란 머릴 조아리며 하피첩서霞帖書를 떠올리다, 마침내 졸참나무, 거친 한 생의 피륙에다 제가 살아온 산야의 사적비를 짜기로 했네 구족口足 화가가 붓을 입에 물고 넝쿨처럼 뻗어 오르는 푸른 영혼을 펼쳐내듯 한 땀 한 땀이 딱따구리 혼신의 필사 졸참나무 나이테에 누가 바늘을 올렸나 아득한 시간의 엘피판에서 흘러나오는 여든 아홉 암자의 일천성인 득도의 날들과 어느 날 산사의 소신공양燒身供養 졸참나무의 한 생이 받드는 허공 속으로 무거운 산 울대 오래 공명하는 딱따구리의 필력 노을치마인 듯 소슬히 산야가 제 온 몸 펼쳐 품안에 보듬는 저녁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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