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암 경험자에게 체중이 어떤 의미인지 말씀드리겠습니다.
1. 암과 체중변화
암과 관련하여 체중은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작스러운 체중감소로 검사를 해보니 암이더라" 는 경험을 한 분들도 많습니다.
왜 암에 걸리면 체중이 줄어들까요?
정상세포는 일정한 정도로 분화하고 나면 더 이상 증식을 하지 않고 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분화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무한 증식을 하는 속성을 지닙니다. 즉,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세포도 기능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며 계속 자라납니다. 그 결과 몸 속의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그것도 모자라는 경우 정상세포를 녹여서라도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고 암세포의 수가 어느 정도 늘어나면, 식사를 잘 하는데도 체중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다이어트나 운동 등의 의도적인 감량 노력 없이 6개월에 걸쳐서 자기 체중의 5% 이상 줄어드는 것을 [임상적으로 중요한 체중 감소] 라고 합니다. 10% 이상 줄어드는 경우, [병적 체중 감소] 라고 하며 의학적으로 건강 이상의 징후가 됩니다. 따라서 병적 체중 감소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원인을 찾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데, 당뇨, 갑상선 등의 대사성 질환, 결핵, 에이즈 등의 감영성 질환뿐 아니라 암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 병적 체중 감소가 생겼다면, 암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2. 암 경험자의 체중변화의 중요성
암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체중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수술과 항암치료 등의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는 치료 부작용과 식사량 및 활동량의 변화로 인해 체중이 일시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차적인 치료가 끝난 후에는 식사량과 활동량이 일정하게 유지되므로 체중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규칙적인 생활로 이 새로운 체중이 유지된다는 것은 치료 후에 몸에 큰 변화가 없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체중을 조절하지 않는데 계속 체중이 변한다면 몸에 다른 변화가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 경험자에게 적정 체중은 "생존" 그 자체!
40대 중반 여성인 A씨는 3년 전 유방암으로 수술과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를 받았다. 치료 이후 체중이 5kg 정도 증가하여 체중을 꼭 감량해야 하는지 상담을 받기 위해 내원하였다. A씨는 치료 후 영양 보충을 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로 식사량을 늘렸으며,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 때문에 외출을 피하다 보니 발병 전에는 즐겨하던 운동도 그만 둔 상태이다. 현재 특별한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무리해서 운동을 하다가 다른 병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고, 체중이 늘어난 후 혈색 좋아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되어 오히려 몸 상태가 더 좋아진 것은 아닌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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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암 경험자들이 체중 증가나 감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적정 체중을 벗어나는 체중 변화는 만성질환의 증가와 암 재발 또는 이차암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망 위험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따라서 체중은 암 치료 후 장기적 건강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인에게 운동과 식사를 통한 체형 관리는 "몸짱"을 만드는 "well-being"이지만, 암환자에게는 "being(생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건강 체중과 암 경험자의 장기적인 치료 경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어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유방암 경험자 18,967명을 30년간 관찰했더니 비만인 경우에 10년 후 원격전이가 46% 증가하였고, 30년 후에는 총사망률이 38% 증가하였습니다. 대장암 경험자 4,288명을 11년 이상 관찰한 연구에서는 고도 비만인 경우 재발이 38%, 총사망률이 28% 증가하였으며, 특히 암 관련 사망(재발이나 전이로 인한 사망)은 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암 경험자의 장기생존과 비만에 관한 연구는 주로 대장암과 유방암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그 결과를 전체 암종으로 섣불리 확대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적정 체중과 암 경험자의 장기생존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적정체중은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암 치료 후에 체중의 증가는 고혈압, 당뇨, 고질혈증 등과 같은 대표적인 성인병의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이러한 성인병이 오래 지속되면 심부전, 협심증, 심근경색 등의 심장혈관질환과 뇌경색, 뇌출혈 등의 뇌혈관 질환이 증가합니다. 따라서 암 경험자가 만성질환과 같은 합병증을 겪으면 암으로만 치료를 받는 경우보다 사망위험이 높아집니다.
* 적정 체중 회복은 만성질환의 치료 효과가 있다 적정 체중을 회복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약 10% 가량 떨어진다. 비만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적정 수준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은 만성질환의 좋은 치료 방법 중 하나로, 그 효과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 비만은 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비만은 폐경후 유방암, 대장직장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전립선암, 갑상선암, 식도암, 당남암 등 여러 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또한 이미 암이 발병한 경우, 비만은 이차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비만인 암 경험자는 대장직장암과 비뇨기계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비만인 유방암 경험자는 반대쪽 가슴의 유방암 및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 적정 체중은 암 재발 및 사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다수의 관찰 연구에 따르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거나 체중이 증가하지 않은 경우에 대장암, 폐경후 유방암, 자궁내막암의 위험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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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체중이 적게 나가면 좋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 역시 좋지 않습니다. 저체중도 사망률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지요. 한 연구에서는 대장암 환자가 저체중일 때 10년 이후 사망률이 49% 증가하였고, 두경부 암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40% 증가하였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직 그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암 경험자가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도 사망률과 관련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암 경험자 역시 건강체중을 유지할 때 가장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암 치료가 끝난 시점에서 비만이든 저체중이든 건강 체중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개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와 같은 1차적인 치료를 끝내고 한 달 전후로 체중 관리를 시장하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 직후 또는 한 달이 지난 이후에 관리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3. 암 경험자의 체중변화와 건강체중
체중변화는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와 줄어드는 경우 모두를 의미합니다. 이런 체중변화는 치료 후 초기에 생기기도 하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확인되기도 합니다.
1) 치료 후에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
· 치료 후 초기: 부작용과 섭식 장애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치료 후 몇 년 후: 병적 체중 감소의 일반적인 원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대사성 장애(당뇨, 갑상선 질환, 부신질환 등) 감염질환(결핵, 에이즈 등) 우울증 암(재발, 전이, 이차암) 약제: 신경계 및 정신과계 약제, 당뇨병 및 갑상선 약제, 심질환 약제 등 기타: 류마티스 질환, 간염, 위장장애, 염증성 장질환(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2) 치료 후에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
· 치료 후 초기: 치료 후 체력 저하로 인해 신체 활동이 저하된 상태에서도 과다하게 영양을 섭취하는 경우에 발생하기 쉽습니다. · 치료 후 몇 년 후: 신체 활동 감소와 영양 섭취 과다의 복합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치료 약제와 관련하여 체중 증가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예: 유방암의 호르몬 치료)
3) 건강체중 유지하기
그렇다면 자신의 건강체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18.5~22.9kg/m2 일 때의 체중을 적정 체중, 즉 건강체중이라고 합니다.
BMI 계산 공식 = 체중(kg)/키(m)2
예1> 키 170cm, 몸무게 70kg : 체질량지수 = 70/(1.7X1.7)=24.2 예2> 키 165cm, 몸무게 60kg : 체질량지수 = 60/(1.65X1.65)=22.0 예3> 키 160cm, 몸무게 60kg : 체질량지수 = 60/(1.6X1.6)=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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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한국인 기준)의 경우, BMI 18.5 미만은 저체중, 18.5 ~ 22.9는 정상체중, 23 ~24.9는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합니다. 또한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90cm(약 36인치) 이상, 여성은 80cm(약 32인치) 이상이면 같은 체중이라도 만성질환의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보통의 암 경험자는 BMI 20 ~ 24 정도로, 정상체중과 과체중 사이에서 정상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중에는 조금만 먹지 못하거나 몸이 상하면 체중이 빠지기 쉬워 BMI가 18.5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저체중으로 인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급격히 빠지는 체중의 대부분은 수분과 근육인데, 근육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근육 소실로 인한 체중감소가 동반되면 치료 경과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간은 근육이 있는 정상체중과 과체중 사이를 유지하는 것을 권장하며, 이런 경우 대개는 허리둘레가 정상 수준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암 경험자가 건강하게 체중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체질량지수 :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
최호천 ㅣ암건강증진센터
[암환자의 건강관리]는 서울대학교암병원 암건강증진센터의 5명의 교수(조비룡, 손기영, 신동욱, 최호천, 오범조)들이 암 생존자들에게 암 치료 후 암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암건강증진센터는 단순한 암 치료를 넘어서 암 생존자와 가족 모두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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