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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제네시스에 들어갔다는...'초고장력강'이란 무엇인가

Ador38 2014. 2. 26. 13:03

 

현대차 제네시스에 들어갔다는...'초고장력강'이란 무엇인가

김한용기자2013.12.12

제가 '초고장력강'에 대해서 설명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참 별 얘기를 다 하게 되는군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똑똑하고 네티즌들의 지식수준이 세계 최고인데다 빠른 속도로 관심이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고 더구나 습득마저 빨라 항상 더 깊이 있는 정보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왜 재료공학과에서나 볼법한 ‘초고장력강’이 관심의 핵이 됐는가 하면 바로 현대차 제네시스 때문입니다.



최근 현대차와 현대제철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제네시스에 60kg급 이상의 초고장력강을 기존 제네시스나 다른 수입차 대비 3~4배 이상인 51%나 사용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저희 매체는 이에 반대되는 의견으로 "그건 ‘초고장력강’이라는 기준을 낮춰 잡았기 때문이지 절대로 초고장력강을 수배나 더 많이 사용한 건 아니다"라는 내용의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자 반대로 현대차 측이나 친현대 매체들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합니다.


태도를 180도 바꿔 “ ‘초고장력강’이라는 건 특정 강도를 지칭하는 게 아니고, 마케팅적 용어일 뿐 실제 기준도 회사마다 다르고 사용 부위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고 합니다. 또 "예를 들어 프레임에 쓰면 60kg이 초고장력이 아닐 수 있지만, 외장에선 초고장력강이다” 이렇게 얘기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초고장력강이라는건 의미 없는 마케팅 용어인 걸까요? 현대차는 거짓말을 하지 않은 걸까요? 심지어 며칠 전 제가 존경하는 한 블로거는 "일본에서는 이 정도면 초고장력강이라고 하더라”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분은 오해를 하신 겁니다.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불필요한 오해가 자꾸만 커지고 있어서요. 짧은 기사를 쓰다 보니 자꾸 더 오해만 깊어지는데, 차라리 제가 그동안 취재한 내용을 전달해드리면 오해가 모두 풀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 재미없을 수 있는 얘기를 최대한 쉽게(아마추어가 취재한 내용 안에서 ^^) 써보겠습니다.


철은 어떻게 구분하는가- AHSS와 UHSS로 구분? 천만에

물론 법적으로 얼마라는 숫자부터만 초고장력이다 정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각 회사마다 제각기 다른 숫자로 얘기한다면 그 또한 혼란이 될 겁니다. 따라서 협회라는 게 있고, 그 공신력에 따라 많은 이들이 참고하는 거겠죠.


제가 첫 번째로 보여드릴 곳은 세계 자동차 철강협회(World Auto Steel Association)입니다. 이 URL에 보면 철강 구분이 딱!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애매하거나, 회사별로 다르거나, 마케팅용어라거나 이런 말은 단 한 글자도 없고,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구분이 돼 있는 거죠.


http://www.worldautosteel.org/steel-basics/automotive-steel-definitions/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게 철강 이름들인데 TRIP강, DP강, MS강 이런 식으로 읽습니다. 철강의 종류가 같더라도 제작방법과 여건에 따라 인장강도나 연신율이 달라지므로 저렇게 긴 타원으로 그려집니다.


네티즌들 중 상당수가 철강을 강도에 따라 UHSS와 AHSS로 구분하는 것으로 착각하는데, 사실은 이렇습니다.


* HSS = 고장력강 : 일반 철 (STEEL)에 비해 강도가 센 철

(High Strength Steel)

* AHSS = 고장력강 : 새롭게 개발된, 성질이 향상된 철강

(Advanced High Strength Steel)


이렇게 구분됩니다. 다시 말해 이 둘은 강도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그저 철강 제품의 종류를 구분하는 겁니다. 그럼 그림에서 UHSS는 어디 있을까요? 바로 저 컬러로 된 AHSS 중에 인장강도 700MPa가 넘는걸 UHSS라고 하는 겁니다.


* UHSS = 초고장력강 : AHSS중에서 강도가 기준(700MPa)보다 센 철강(Ultra High Strength Steel)


즉, AHSS와 UHSS는 다른 게 아니라 구분의 형식이 다르고, 결과적으로 AHSS가 UHSS를 포함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림에서 보시듯 일부 AHSS는 UHSS가 못되기도 하지요.


그럼 철의 강도에 따른 구분은 어떻게 하는가.

아래 그림에서 보면 잘 설명이 돼 있지요. 형광펜 왼편이 LSS(저장력강), 가운데가 HSS(고장력강), 오른쪽이 UHSS(초고장력강)입니다. 이 자료는 NIST(미국 표준 및 기술국립 연구원)에 업로드 된 자료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잘 따라오다 꼭 여기서 헷갈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아니 아까는 700MPa라더니. 여기선 550MPa를 초고장력강이라고 하네? 550MPa는 60kgf/mm 정도니까 60kg급이 초고장력강이라 했던 현대차 말이 맞는 거 아닌가?"


천만의 말씀입니다. 여기 잘 읽어보면 Yield Strength!라고 분명히 적혀있잖아요. 이건 항복강도라는 겁니다. 재료의 강도를 표기할 때는 두 가지로 표현합니다.


* 항복강도 : 1(밀리미터 제곱)인 재료를 양쪽에서 잡아당겨 형태가 변형돼 다시 복원하지 못하는 시점의 힘.

* 인장강도 : 1인 재료를 양쪽에서 당겨 끊어지는 시점의 힘. (반드시 인장강도는 항복강도보다 크다)


위에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세계자동차 철강협회에서 '초고장력강(UHSS)'으로 정의해 놓은 걸 보면


One such system defines High-Strength Steels (HSS) as yield strengths from 210 to 550MPa and tensile strengths from 270–700MPa, while Ultra-High-Strength Steels (UHSS) steels have yield strengths greater than 550MPa and tensile strengths greater than 700MPa.


해석하면


* HSS 고장력강은 항복강도 210~550MPa, 인장강도 270~700 MPa

* UHSS는 항복강도 550MPa 이상, 인장강도 700MPa 이상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 현대차가 '60kg급 초고장력철강'이라고 한 건 어쩌면 항복강도를 말한 게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설마 현대차라는 대기업이 그런 턱없는 말을 할 리가 있을까 해서요.


현대차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며칠째 답을 안 해줬고, 현대제철에서 답을 해줬는데, "현대제철은 강종을 말할 때 반드시 인장강도를 기준으로 한다"라고 순순히 말하면서 "60kg급 초고장력강이라고 한 건 인장강도 550MPa를 초고장력강이라고 한 거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전 제네시스에 초고장력강(80kg급 이상)이 18% 이상 사용됐다는 내용은 해외자료에도 여러 차례 등장하고 있습니다. 60kg급은 그보다 훨씬 많이 사용됐겠지요.


이전 제네시스 80kg급 18%

신형 제네시스 60kg급 51%


그럼 3배네? 이런 논리입니다.


다시 말해 이전 제네시스나 다른 수입차에는 80kg급 이상의 기준으로 측정한 결과를 놓고 신형 제네시스만 60kg급 고장력강을 초고장력강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둘을 단순 산수로 계산해 3배나 더 사용됐다고 표현해버린 것입니다.


현대제철에서는 "우리는 납품만 하는 거지 현대차가 몇 %나 사용했는지 우리는 모른다"라고 합니다. 현대차는 "우리는 철에 대해 잘 모르니 어떤 강도가 사용되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설마 뻔히 들통이 날 걸 속이려던 건 아니었을 것이고, 서로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이 같은 대형 실수가 발생한 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아직도 일부 직원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눈치 못 채고 있는 것 같고요.


초고장력 철이 더 가볍다? 브랜드별로 무게가 다르다? 그것도 오해


1993년에는 세계적인 고유가 시대와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철을 버리자고 했던 시기가 있습니다. 이때의 프로젝트명이 PNGV(Partnership New Generation of Vehicle)입니다.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등 비철로만 차를 만들자는 움직임인데, 현실적으로 당시 기술로는 쉽지 않았겠지요.


이후 그게 불가능하다며 나온 게 ULSAB입니다. Ultra Light Steel Auto Body, 즉 가벼운 철로 차를 만들자는 움직임이죠. 서스펜션도 ULSAS, 외장은 ULSAC. 이런 움직임으로 2000년대 초반 차체 무게의 20~30% 가량의 감량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무슨 말이냐 20%나 가벼운 철이 있다니..' 이런 생각 드시죠? 맞습니다. 철의 무게가 특별히 가벼워질 일은 없지요. '가벼운 철'이라는 의미는 무게대비 강도, 즉 얇거나 적게 사용하고도 대등한 강도를 낼 수 있는 철을 말하는 겁니다.


'고장력강이 10% 가볍다'는 것도 실제로 가벼운 게 아니고 10% 정도 더 얇게(게이지) 사용해도 같은 강도를 낸다는 거지요. 이렇게 '가벼운 철'(이라고 쓰고 실은 '강한 철')로 만드는 자동차의 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럼, 제네시스가 받는 의혹은?

그런데 지금 제네시스가 받는 의혹은 이 꿈을 저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거죠. 저희는 신형 제네시스를 이미 구입하고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기 때문에 이렇게 불만사항은 좀 털어놔도 될 것 같습니다. ^^


신형 제네시스는 기존보다 130kg 이상 더 무거워져서 3.8리터급 모델은 더 큰 차인 에쿠스와 비슷한 무게입니다. 그 원인은 몇 가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철강 주력 납품업체가 포스코에서 현대제철, 현대하이스코로 바뀐 것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와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철강을 '공동개발'해왔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알렸습니다. 각 자동차에 딱 맞는 '맞춤 철강제'를 만들었다고 자랑도 했습니다. 제네시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설계 당시부터 당연히 현대제철이 만들 수 있는 철강의 품질 수준에 맞춰 설계를 했겠지요. 따라서 설계부터 700MPa 넘는 초고장력보다는 500MPa 수준의 고장력강을 많이 사용하도록 설계 방식을 바꾼 게 아니냐는 게 지적되는 문제인 겁니다.


더구나 비록 무게 증가 요인이 있더라도 더 높은 강도의 철을 더 얇게 사용하도록 설계했다면 차체도 어느 정도 가벼워졌을 거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네시스는 그렇게 얇게 만들지 못했던 것뿐 아니라 오히려 경량 알루미늄 합금이던 엔진 후드를 철제로 바꾸는 등 '철 사랑'이 지나쳐 차가 무거워지게 됐다는 지적입니다.

포스코 대신 현대제철?

흔히 포스코나 현대제철이나 거기서 거기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실 줄 압니다. 그런데 포스코는 시가총액이 30조, 매출액 200조 가까운 회사고, 현대제철은 시가총액 7조 회사입니다. 규모부터 차이가 꽤 있습니다.


현대차가 자동차 업계에서 매출규모 세계 9위라고 대단하다고들 하는데, 포스코는 이미 철강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세계 1위인 회사니까 엄청난 기업이죠. 반면 현대제철은 IMF 때 파산한 한보철강을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기업으로, 아직은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술 노하우는 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을 20년 넘게 만들었고, 현대제철은 지난 2010년부터 그나마 자동차용이라고 할 수 있는 철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용 고장력강판이라 부를 수 있는 건 2012년에 처음 만들었으니, 자동차용 철을 만든지 불과 2년입니다.


물론 포스코 철강을 100% 현대제철로 바꿨다는 생각은 사실은 아닙니다. 현대차 같은 자동차 회사는 한 개 납품업체에서 전량을 납품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차에 들어가는 주요철강을 현대제철에서도 원활하게 납품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춰야 하니 수율이 떨어지는 초고장력을 줄이고 고장력을 늘렸겠다는 정도의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도 최근 제네시스의 생산이 자꾸 미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20일에 첫차가 나올 거라고 했는데,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쪽의 품질이 떨어져 스케줄을 잡지 못한다는 보도가 이어집니다. 현대차에서도 "현대제철 제품의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라며 마지못해 인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반 장력강판이나 고장력강판 일부는 냉간성형(힘을 주어 움직이면 휘어짐)이 가능한 게 일반적이지만 초고장력 강판은 압력을 가해도 휘어지지 않아 한번 만들어지면 프레스 등으로 찍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애초 철강회사에서 차량 부품으로 핫스템핑(뜨거울 때 프레스 성형) 성형이 된 후에 제조사로 옮겨집니다. 조금만 틀어지면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철강 제품이기 때문에 현대차에서 손댈 수 있는 게 사실상 없습니다. 따라서 철강회사의 품질 수준이 절대적이죠.


그러면 정몽구 회장은 왜 이렇게 작은 회사를 자꾸만 입에 올리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있을 거고요. 주식만 해도 그렇습니다.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 주식지분은 불과 5% 수준인데 비해 현대제철의 지분은 12%가 넘고, 현대 하이스코도 마찬가지로 10%가 넘습니다. 현대차 돈으로 현대제철에 일감을 주는 건 회사 입장에서도 이익이고 개인 입장에서도 좋을 겁니다.


게다가 현대제철이 작년부터 자동차용 고장력 철강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현대차를 제외하면 세계 어떤 자동차 회사도 현대제철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현대차가 현대제철 제품을 애용해줘야 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기아 쏘울이 기존에 비해 무거워지고, 현대 제네시스가 무거워진 데 이어 내년에 나오는 신형(LF) 쏘나타도 무게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현대차의 애틋한 계열사 사랑에 우리 소비자들 그리고 현대차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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