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가 “신뢰를 저버린 데 대해 한없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국민차’를 뜻하는 폴크스바겐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폴크스바겐은 최대 180억 달러(약 21조 원)의 벌금을 물게 될 위기에 처했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가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미국 법무부는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한국 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정밀 조사에 들어갔다. 독일 정부가 폴크스바겐의 속임수를 알고 있었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신뢰와 정직, 기술력으로 대표되는 국가 이미지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올 상반기 세계 1위 판매를 기록한 기업이 부품 결함도 아니고,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로 속임수를 쓴 것을 미국이 잡아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일본차 도요타도 가속 페달 결함이 미국에서 문제가 돼 31억 달러를 배상했다.
현대와 기아차도 연비를 과장했다가 지난해 3억 달러를 벌금과 온실가스적립금 추징으로 물어냈다. 소비자 보호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 안전을 도모하는 미국의 시스템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번 사태로 미래형 친환경 엔진으로 꼽혔던 디젤 기술에 대한 의문이 일면서 자동차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슨 검사가 있을 때만 제대로 하고 평소에는 ‘요령껏’ ‘대충대충’ 넘어가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제품의 상품성에 더해 소비자에게 깊은 신뢰와 감동을 줘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시대다. 정직하지 못한 기업은 결국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긴급 기자회견에서 “투명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열쇠”라고 밝혔듯, 글로벌 시대에는 투명한 경영만이 살길이다.
EFTE 보고서 “다임러·BMW· GM 등도 유사 조작 정황”
뉴스1
입력 2015-09-24 16:58:00 수정 2015-09-24 16:59:41
![](http://dimg.donga.com/wps/NEWS/IMAGE/2015/09/24/73849666.2.jpg)
마르틴 빈터코른(우측)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가 디젤 엔진 배기가스 조작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있는 모습 © AFP=뉴스1
![](http://dimg.donga.com/wps/NEWS/IMAGE/2015/09/24/73849667.2.jpg)
폭스바겐과 아우디 이외에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고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브뤼셀 소재 민간 환경단체 유럽운송환경연합(EFTE)은, 폭스바겐 파문을 촉발시킨 테스트를 진행했던 유럽 비영리 단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데이터를 검토한 뒤에 다른 업체들도 유사한 불법 행위에 관여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지난 10일에 발표했다.
EFTE의 보고서는 유럽 배기가스 테스트의 진실성에 의문을 갖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배기가스 테스트에서 향상된 결과를 갖기 위해 유사한 방식을 사용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오토모티브뉴스는 전했다. 이 보고서는 EPAT가 폭스바겐에 관한 결과를 공개하기 전에 나왔지만 미디어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다.
EFTE는 ICCT의 테스트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제너럴모터스(GM)의 오펠 등 다수 자동차 업체에서 실험실과 실생활 배기가스 배출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사용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사한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유럽에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FTE는 보고서에서 배출가스 저감 기술은 "테스트 환경에 최적화돼 있으며, 차량이 테스트를 받을 때를 감지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사이클 비팅(cycle-beating)'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는 입증되지않은(anecdotal) 중요한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EFTE의 에어 퀄리팀 담당 프랑소와 퀴에노는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기본적으로 (폭스바겐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말했다. EFTE의 대변인 니코 무지는 폭스바겐은 전체 사태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무지는 결과 차이가 "무척 큰데, 다른 것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PA는 앞서 지난주에 폭스바겐이 제타와 골프, 파사트, 아우디 A3 등에 있는 2.0리터 디젤 모델에 테스트 환경에서 배기가스를 줄여주고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가스배기 조절 시스템을 닫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MW 측은 자사 차량은 실험실과 실제 주행에서 모두 배출가스 요구 기준에 부합하며, ICCT도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는 미국내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에 대한 어떤 조사도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GM은 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