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업계의 이상한 수익배분률

편의점업계의 이상한 수익배분률

입력 2017.04.04. 09:31 댓글 6개

     

-24시간 영업안하면 본사몫 커져
-점주들 “결국 24시 영업할수 밖에”
-편의점 본사 “전적으로 계약 문제”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편의점 등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장하는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법률(이하 가맹점법)’을 통해 편의점 점주들의 심야영업이 법적으로 자율화됐지만 편의점주들은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가 4일 편의점 3사(CUㆍGS25ㆍ세븐일레븐) 홈페이지에 게시된 편의점업계의 가맹조건을 확인한 결과 3사는 모두 매장 오픈 시간에 따라 수익배분에 차등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편의점주는 매출액에서 받는 수익률이 떨어졌다. 심지어 점주가 창업을 위해 많은 금액을 투자하더라도 영업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매출에서 가져가는 수익이 깎였다. 

가맹사업의 공정화에 관한법률이 개정된지 2년6개월여가 지났지만 점주들은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수익에서 차등을 받는 불이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편의점 점포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편의점업계 1위인 CU는 점주가 점포임차비용ㆍ인테리어비ㆍ집기금액 등 영업 비용의 대부분을 부담하는 퍼플1형(점주수익추구1형)의 경우 24시간 영업을 할 때는 점주가 전체 매출의 80%를 가져갈 수 있었지만, 19시간을 영업할 경우에는 매출의 75%만을 수익으로 챙겨갔다. 똑같이 100만원의 매출을 올리더라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점주는 85만원을 가져갈 수 있는 반면, 19시간을 영업하는 점주는 75만원만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구조다.

본사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다른 가맹형태(퍼플2ㆍ그린1ㆍ그린2)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24시간 영업을 할 경우와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19시간 영업) 수익 배분에 차이가 있었다.

GS25는 영업시간에 따른 수익배분률을 적시하지 않았지만 가맹계약 조건표 하단에 “영업시간에 따라 수익배분률과 지원금의 차등이 있을 수 있다”고 적어놨고 세븐일레븐도 기본투자형과 공동투자형 등 가맹 형태에는 24시간 영업시와 미영업시 수익률에 차등을 두고 있었다.

편의점 3사의 영업시간별 수익배분률 현황. 점주가 초기창업시 많은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수익배분률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자료=각사 홈페이지]

편의점 본사가 가맹점에 제공하는 복지제도인 영업지원금과 초기안정화제도 기준금도 24시간 영업을 할 경우와 하지 않을 경우 차이가 났다. 24시간 영업을 할 경우 지원금액이 많았지만,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적었다.

일부 점주들은 여기에 불만을 표시했다. 24시간 영업 강요가 사실상 불법이 된 상황에서 수익률을 영업시간에 따라 나누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가맹점법 이후 영업시간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생각들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내 돈 내고 창업했는데 회사 다니는 느낌”이라고 했다. 다른 점주도 “요새 불경기라 장사도 잘 안되는데 편의점주들이 돈이 되지 않아도 심야영업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에대해 편의점 본사 측은 잘못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한 편의점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일부 점주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선 어느정도 이해한다”면서도 “일종의 계약상의 문제이고, 본사 차원에서는 점주들에게 옵션의 폭을 넓혀드린 것인데 그 부분을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편의점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는 접근성과 편의성 때문”이라며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으면 고객의 편의성이 훼손된다”고 했다.

지난 2014년 개정된 가맹점법은 편의점 점주가 자정부터 오전6시까지 매출이 저조해서 6개월간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영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본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인 가맹점주들은 부당한 상황에 있어서도 본부에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