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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장사익 첫 서예전 "글씨 덕분에 노래를 했다"

Ador38 2019. 5. 5. 08:08

소리꾼 장사익 첫 서예전 "글씨 덕분에 노래를 했다"

박정호 입력 2019.05.05. 06:55 수정 2019.05.05. 07:24

               


8일부터 생애 첫 서예작품전을 여는 우리 시대의 소리꾼 장사익.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 8일부터 한글흘림체 70점 」

전화기를 타고 예의 구성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어쩌죠. 남우세스럽게 웃음거리나 안될지 모르겠네요. 혼자 낙서 직직거린 것 모아가지고 전시를 한다니. 하하하. 어떤 친구가 계속 졸라대서 ‘하겠다’고 대답은 했는데 요새 통 잠이 안 와요.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것 같은데…. 하하하.”


장사익의 작품 '봄꽃'. [사진 글씨21]
         

「 음악 스승 김대환 선생의 유언 」

소리꾼 장사익(70)의 말이다. 그가 8일부터 서울 이화아트갤러러(이화백주년기념관 지하1층)에서 ‘낙락장서(落樂張書)-붓으로 노래한 장사익의 낙서’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다.


“제가 글씨를 1쓴 건 한 15년쯤 됐습니다. 제 음악의 스승인 김대환(1933~2004) 선생이 평생 반야심경을 썼거든요. 작은 쌀 한 톨에 반야심경 260여 자를 새긴 것으로 유명하죠. 그런 형님을 늘 옆에서 지켜봤는데, 형님이 돌아가실 적에 ‘사익아, 너도 한번 써봐라’고 권한 게 계기가 됐어요. 본래 저는 절차가 없는 사람이라, 한문은 힘들 것 같아 한글에 도전했죠. 그래, 한글 흘림체를 한번 써보자, 그때부터 한 게 지금까지 왔네요.”


장사익의 작품 '꽃구경'. [사진 글씨21]
         
장사익이 쓴 김승기 시인의 '역'. [사진 글씨21]
         

「 매일 한두 시간씩 연습 계속 」

이번 전시는 장사익의 글씨가 대중에 본격 소개되는 첫 번째 자리다. 평소 노래 이상으로 그가 가깝게 즐겼던 소박하면서도 자유로운 글씨를 보여준다. 노래도 그렇지만 글도 사람을 닮는다고 했다. 장사익의 글씨는 무심한 듯 에너지가 넘친다. 일명 ‘장사익체’로 불린다. 본인 스스로는 “낙서처럼 죽죽 흘려 내렸다. 까불거리며 썼다”고 겸손해했지만 나름 오랜 세월 단련된 힘과 기백을 담겨 있다. 단순 취미 이상의 수준급 솜씨다.


Q : 무턱대고 쓴 건 아닌 것 같다.
A : A : “어려서부터 한문 천자문은 계속 썼어요. 한글 흘림체는 새로 시작한 것이고요. 쓰다 보니 재미가 생기고, 남들에게 한두 점 선물도 하게 됐습니다. 공연 포스터 글씨와 CD 표지 글씨도 전부 제가 쓴 겁니다.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붓글씨로 썼고요. 2007년 한글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선생이 내 편지를 옷에 프린트해서 프랑스에서 히트를 친 적도 있었죠.”


Q : 문화동네에선 제법 알려진 얘기죠.
A : A : “사실 어렸을 적부터 한문을 조금 배웠어요 서당도 다녔지요. 우리 세대는 초등학교·중학교 때까지 습자(習字)도 하고 붓글씨를 배웠습니다. 또 제가 상고 출신이라 이력서를 쓰기 위해 펜글씨도 많이 익혔습니다. 그런 인연이 있어 지금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Q : 글씨 선생님을 두진 않았나요.
A :
A :“딱히 누구에게 따로 배운 적은 없어요. 그냥 혼자 한 거죠. 특정 작가의 글씨는 연습한 적도 없고요. 다만 조선 후기 서예가 중에 이삼만(1770∼1847) 선생이 계세요. 유수체(流水體)라고 한문 흘림체(초서)가 뛰어나셨죠.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만큼 유명하진 않으셨지만 그 분의 글씨가 맘에 들었습니다. 한문 흘림체는 수천 년 됐지만 한글도 연구하면 세계적으로 훌륭한 글씨가 될 수 있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 나름의 작은 바람이죠. 하하하.”

         
장사익의 작품 '꽃'. [사진 글씨21'.
         

「 한글의 아름다움 더 알려졌으면 」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총 70여 점이 나온다. 소리꾼 장사익의 소소한 일상, 그의 집마당 들꽃 이야기, 글씨 쓸 때의 심경 등을 담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장사익의 숨겨진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Q : 노래와 글씨, 둘을 비교한다면.
A : A : “아무래도 노래가 조금 더 쉽죠. 하지만 글씨는 제가 정말 편하게 즐겨왔어요. 아무 생각 없이 물에 먹을 풀어 신문지에 한 자든, 두 자든 적을 수 있으니까요. 밥 먹고 나거나, 시간이 비거나 아무 때나 할 수 있잖아요. 그래도 하루에 한두 시간은 꼭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에 힘이 붙더라고요. 낙서(落書)가 낙서(樂書)가 됐습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악서(惡書)가 되지 않았나 모르겠어요.”


Q : 그래도 글이 노래에 도움이 되겠죠.
A : A : “노래는 신경 써서 힘들게 부르지만 글씨는 마음 편하게 씁니다. 꼬맹이들도 연필만 들면 벽에다 낙서를 하잖아요. 사람들에게는 글씨를 쓰려는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하얀 것만 있으면 뭔가 쓰고, 색칠하고 싶어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냥 물에 먹을 묽게 풀어 신문지 앞에 앉습니다. 아무 거리낌없이 흘려 쓰지요. 그래서 더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전시 때 꼭 놀러 오세요. 하하하.”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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