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주도 모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A교수는 "2주 전쯤 지도교수한테 연락받고 충격이 너무 컸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처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가 박사 과정을 밟던 곳이다. 강씨는 이 대학 학부를 나와 공대 계열 대학원에 진학했다. 고유정도 같은 학부 시절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내년 상반기 졸업을 앞두고 참변을 당했다. 날벼락 같은 소식에 강씨를 가르치던 대학원 교수들과 함께 공부하던 선후배는 충격에 휩싸였다. A교수는 석·박사 과정 4~5년 동안 강씨가 수업을 듣던 스승이다. A교수는 "법적인 문제야 차차 진행되겠지만, 시신을 못 찾은 게 제일 안타깝다"고 했다. 강씨 유족은 아직 장례를 못 치르고 있다. 고유정이 강씨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바다와 육지, 쓰레기장 등에 나눠 버려서다.
A교수는 하루아침에 제자를 잃은 슬픔에 좀체 입을 열지 못했다. 어렵게 입을 뗀 A교수는 강씨를 한마디로 '뛰어난 학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래가 촉망되고, 대학원 선후배와도 친한 형·동생처럼 지낼 정도로 대인 관계가 원만했다"며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도 2~3개 이상 쓸 정도로 연구 성과가 탁월했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방대생이 국제적으로 검증된 수준의 연구 성과물을 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강씨는 A교수에게 종종 진로 상담도 받았다고 한다. A교수는 "평소 성격이 조심성이 많고, 미래에 대한 계획과 목표 의식도 뚜렷했다"며 "박사 학위를 받으면 국책연구소 및 공공기관 연구 인력으로 가거나 교수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사건은 전도유망한 청년이 전처에게 일방적으로 살해돼 참혹한 방법으로 훼손당해 시신도 못 찾고 있다는 게 본질인데 '호기심 영역'으로 여론이 흐르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족이 요청하면 어떤 식으로든 돕겠다는 게 대학원 모든 교수와 선후배 마음"이라며 "하루속히 시신이라도 찾아 장례가 마련되면 당장 뛰어가서 조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은 "고유정이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구속 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아들(6)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를 받고 있다.
제주=김준희·최충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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