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데···" 해리스 발언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19.12.01 14:20 수정 2019.12.01 14:27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최근 여야 의원들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에 둘러싸여 있다는 보도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지난 9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을 만나 이런 발언을 했다. 한미 간 에너지 분야 협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군인 출신인 해리스 대사에게 “북한의 핵 무력이 완성됐다고 보느냐”, “한국의 안보가 불안해진 것이 아니냐” 등의 질문을 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해리스 대사의 ‘종북좌파’ 발언은 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하는 야당 의원과 대화를 나누던 중 나왔다. 그러자 여당 의원이 “그 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면서 화제를 전환했다고 참석자들은 밝혔다.
해리스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가 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이념 문제를 거론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주한미국대사관 측은 이에 대해 “비공개 외교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회장인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전날 해리스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비공개 회동 내용이 알려진 데 대해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스 대사는 최근에도 비판 여론을 초래한 바 있다. 최근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관저에 초청한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50억 달러로 증액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20번가량 반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만하다”는 비판 논평을 내기도 했다.
또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발표하자 이후 재향군인회 강연과 정부출연기관 포럼 등의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 햄버거 프랜차이즈 개점식에 참석해 외교 결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어머니가 일본인인 해리스 대사는 일본에서 태어나 주일미군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해군사관학교를 다녔다. 4성 장군인 미 태평양사령관(현 인도·태평양사령관)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한국 대사로 부임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