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세이 펴낸 김영민 교수 간담회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12월 3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영민 교수. 사회평론 제공 12월 3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영민 교수. 사회평론 제공](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00/600/imgdb/original/2019/1203/20191203503356.jpg)
12월 3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김영민 교수. 사회평론 제공
“첫 책이 많이 팔렸으니까, 그 여세를 몰아 다음 책을 낸 건 아닙니다. 이 책은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커다란 프로젝트의 출발입니다. 솔직히 말씀 드려서 서점에 꽂힌 ‘논어’ 관련 책들에 상당히 동의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그 책들의 어떤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지, 어떤 책의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일일이 적시하는 번역 비평 성격의 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논어’ 각 구절의 의미를 자세히 탐구하는 ‘논어 해설’을 따로 10권으로 낼 계획이고, 궁극적으로는 논어 번역 비평과 해설에 기초를 둔 새 번역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이 책은 우선 ‘논어’의 주제를 소개한 겁니다.”
정치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인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사회평론)을 내고 3일 오후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17년부터 지난 7월까지 <한겨레> 토요판에 ‘논어 에세이’로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이다.
김 교수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진은 흐릿하거나 멀게 아니면 측면으로 찍어 달라”는 주문으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식별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얼굴을 공중에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놀라운 거액을 제안한 광고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논어’를 읽는다고 해서 인생과 세계를 구제할 결정적 진리를 얻을 수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동아시아 사람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기본적인 개념을 제시한 텍스트라는 점에서 ‘논어’는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논어’라는 텍스트가 다른 고전들과 달리 굉장히 논리적인 언설을 담고 있는 게 아니라 비교적 짧고 맥락이 없는 글 묶음이라서 제대로 읽자면 굉장한 집중력과 배경 지식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논어’는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는 훈련을 하기에 좋은 텍스트입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규정할 때 기존 사회주의가 했던 역할이 일정 정도 퇴조한다면 그 공백을 무엇인가가 메워야 하는데, 그때 의존할 상징자본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하나로 ‘논어’를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출간해 큰 인기를 끈 첫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와 마찬가지로, 이번 에세이에서도 김 교수 특유의 유머와 발랄한 문체는 읽는 맛을 돋운다. 기존의 ‘논어’ 해설서에서는 보기 힘든 미덕이다. 그런 문체와 형식적 특징이 ‘진중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에세이에 어떤 문체가 있다면, 논문에 쓰는 제 문체는 아닙니다. 그 문체가 진중하지 않다고 본다면 그건 그렇게 보는 분들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에세이는 저를 표현하고 제 자신이 되는 글쓰기인데, 그 과정에서 남에게 명시적 피해를 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진중하지 못하다는 정도는 그런 피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요? 글쓰기 과정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자신이 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사진 사회평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