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인조에 강원랜드 털렸다.. 슬롯머신 현금 빼내 도주

외국인 3인조에 강원랜드 털렸다.. 슬롯머신 현금 빼내 도주

정선/정성원 기자 입력 2020.02.1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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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가장한 홍콩·페루·아르헨人, 2400만원 들고 택시 타고 사라져
업체 "경보 울렸지만 오류로 생각"

지난 7일 오후 3시 강원도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로 홍콩 국적의 남성이 들어섰다. 1시간 후인 오후 4시엔 아르헨티나 국적 남성이, 또다시 1시간 후엔 페루 국적 여성이 잇따라 입장했다. 아르헨티나 남성이 한 슬롯머신에 앉자 옆 기계에 페루 여성이 자리 잡았다. 한겨울 강원랜드를 흔든 '카지노 탈주극'의 시작이었다.

아르헨티나 남성은 현금 200만원을 넣고 게임을 시작했다. 그러나 1~2게임 만에 '잔금 반환' 버튼을 눌렀다. 잔금은 199만원이었다. 강원랜드 슬롯머신은 남은 돈을 영수증으로 돌려준다. 영수증은 ATM 기계나 환전 카운터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아르헨티나 남성은 '199만원'이 찍힌 잔금 영수증을 홍콩 남성에게 건넸다. 홍콩 남성은 ATM 기계에서 199만원을 찾아 아르헨티나 남성에게 줬다.

아르헨티나 남성은 199만원을 같은 기계에 넣고 게임을 하는 척하다 이번엔 198만원 정도 영수증을 발행받아 홍콩 남성에게 건넸다. 홍콩 남성이 다시 현금으로 바꿔다 줬고 이 돈은 다시 아르헨티나 남성의 기계로 들어갔다.

둘은 1시간 50여분 동안 이 같은 수법을 반복하며 아르헨티나 남성이 앉아 있던 슬롯머신에 현금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들이 마각을 드러낸 것은 오후 6시 55분쯤이었다. 페루 여성과 홍콩 남성이 슬롯머신을 하던 아르헨티나 남성에게 다가가 주위를 둘러쌌다.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르헨티나 남성은 이 틈을 타 슬롯머신 내부의 현금 상자를 빼냈다.

상자에 있던 현금 2400만원을 미리 준비한 가방에 담는 데에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오후 7시쯤 3인조는 택시를 타고 유유히 강원랜드를 빠져나갔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강원랜드에서 현금을 탈취해 도주한 외국인 3명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3인조는 범행 전날인 지난 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범행을 주도면밀하게 계획했다. 카지노에 올 때는 렌터카를, 달아날 때는 택시를 이용해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당일 오후 4시쯤엔 일행 중 1명이 "슬롯머신이 이상하다"며 강원랜드 기계팀 직원을 불러 현금 상자 위치 등을 사전에 확인했다. 강원랜드 측은 "슬롯머신에 외부 충격이 없는 점으로 미뤄 어느 기계나 열리는 만능키를 쓴 것 같다"고 했다.

강원랜드는 3인조가 빠져나가고 1시간 20여분이 지난 오후 8시 24분에야 도난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이 현금 상자를 빼낼 때 기계에서 신호음이 울리고 경보등이 번쩍였으나 포착하지 못했다. 강원랜드 측은 "신호음은 기계에 오류가 생겨도 울리기 때문에 절도 행각을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은 "3인의 여권이 위조됐을 수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고 행방을 쫓고 있다"며 "수사 기법상 출국 여부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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