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순직경찰 아버지의 분노 "아들 이름, 추모관서 빼라"

용산 순직경찰 아버지의 분노 "아들 이름, 추모관서 빼라"

정지섭 기자 입력 2020.04.29. 03:05 수정 2020.04.2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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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용산참사 희생자 기린다며 진압중 숨진 경찰도 함께 추모관에
경찰 유족엔 아무런 연락도 안해..
故김남훈 경사의 아버지 "내 아들을 그들과 같은 공간서.. 10만 경찰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

28일 서울 용산4구역 부지에서 공사 중인 주상복합 아파트(뒤쪽)와 공공청사(앞쪽) 건물. 추모관은 공공청사 1~2층에 지어진다. /고운호 기자

         

2009년 '용산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용산 4구역 부지에 건립되는 주상복합 단지 빌딩 안에 '용산 참사 추모 전시관'이 들어선다. 이 전시관에 참사 당시 숨진 철거민들과 순직 경찰을 나란히 '사고 희생자'로 기리는 계획이 추진돼 순직 경찰 유족 측이 반발하고 있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철거 예정 건물을 점거하고 세입자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과 철거민 단체 회원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용산 참사' 성격과 사실 관계 규명은 사법 절차를 통해 규명됐다. 2010년 11월 대법원은 "불이 난 원인은 농성자들이 던진 화염병이며 경찰의 농성 진압 작전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단에 따라 경찰 진압에 저항해 화염병 등을 던진 시위자 9명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 혐의를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 중 7명은 징역 4~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참사가 발생했던 용산4구역 부지(5만3066㎡)에는 최고 높이 43층 아파트 7동과 6층짜리 공공청사가 들어선다. 8월 준공돼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추모관은 6층 공공청사의 1~2층에 짓기로 했다.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 재건축 조합과 유족 측이 합의한 보상안에 따른 것이다.

추모관 설계안은 철거민 사망자 5명과, 농성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서울경찰청 특공대 소속 김남훈(당시 31세) 경사를 '도시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인물'로 추모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故) 김 경사 유족은 추모관이 들어선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했다. 김 경사의 아버지 김권찬씨는 추모관이 당시 사망한 철거민과 아들을 모두 아울러 '희생자 추모 공간'으로 꾸미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김씨는 28일 본지 통화에서 "제 아들은 불법 점거 농성에 대해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희생됐는데,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추모한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10만 경찰에 대한 모욕이자 모독"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금은 추모 전시관의 기본적인 방향을 잡고 있는 단계로, 순직 경찰의 유족에게 연락을 취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용산 참사는 대법원 판결로 종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사건 성격에 대한 재조명이 시도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용산 참사로 처벌받은 철거민과 철거용역업체 직원 등 25명을 특별사면해 복권시켰다. 2018년 9월 사건을 재조사한 경찰 인권조사위는 "경찰 지휘부가 안전 대책이 미비한데도 진압을 강행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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