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홀로코스트는 내 유년을, 코로나는 내 노년을 빼앗았다” 본문

🌱 Ador 사색. 도서.

? “홀로코스트는 내 유년을, 코로나는 내 노년을 빼앗았다”

Ador38 2021. 1. 4. 19:22

조성은

 

2021.01.04. 17:20

이낙연의 운명…文과 국민여론, 전직 대통령 사과가 쥐었다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첫 여성 기관사 선발

© Copyright@국민일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유럽 거주 유대인으로서 독일군에게 끌려가지 않기 위해 수년 간 은신 생활을 했던 80대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소회를 남겼다. 홀로코스트를 피하느라 유년 시절을 통째로 잃어버렸던 그가 이제는 코로나19 때문에 노년마저 잃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퇴직 회계사로서 현재 뉴욕 유대인 문화유산 박물관의 자원봉사 강사로 일하는 토비 레비는 ‘홀로코스트는 내 유년을 빼앗았다. 코로나19는 내 노년을 빼앗는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3일(현지시간)자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했다.

 

레비는 코로나19 탓에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됐음을 한탄하며 “나는 아주 바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면서 “나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한 해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은 나를 침울하게 만든다. 이 생각은 나를 몹시도 괴롭힌다. 나는 87세인데 한 해를 거의 잃어버렸다”고 토로했다.

 

레비는 1933년 당시 폴란드 영토였던 현 우크라이나 코도리프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1941년부터 3년 동안 독일군이 점령했던 지역이었다. 1942년 레비의 아버지는 조만간 대학살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독일군을 피해 은신처를 마련했다. 그는 지인 집의 헛간을 개조해 가족 9명이 숨어 지낼 공간을 마련했다.

 

헛간에는 쥐와 벼룩이 들끓었다고 한다. 하지만 레비는 헛간 생활이 ‘기적’과도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기적의 아이였다. 내가 살던 곳의 유대인 대부분은 끝내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적었다.

레비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닥쳤을 때도 은신 생활을 회상하며 이번에도 견녀낼 것을 확신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나는 기적이다. 나는 견뎌낼 것이다. 나는 견뎌야만 한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홀로코스트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이 훨씬 사정이 낫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유가 있고 생명의 위협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레비는 “전쟁 기간 우리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나에겐 어떤 자유도 없었고 크게 말할 수도 없었다. 웃지도, 울 수도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지금 나는 자유를 느낀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자 하는 일은 창밖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살아있고 음식이 있으며 나갈 수 있다. 쇼핑도 조금 할 수 있다”며 “그리고 나는 명심한다. 누구도 나를 죽이길 원치 않는다는 것을”이라고 했다.

 

다만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로서 코로나19 때문에 외부와 사실상 단절된 채로 보내는 건 그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독일군을 피해 지내느라 제대로 된 유년기를 보내지 못했던 그가 말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마저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레비는 “나는 여전히 뭔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한 해를 완전히 날려버렸다”고 했다. 그는 “나는 어린 시절을 잃어버렸다. 나는 10대 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며 “노년에 다다른 지금, 나는 해가 갈 때마다 삶이 짧아지고 있다. 나에게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내가 (유대인 문화유산 박물관 강사로서) 홀로코스트가 실제 인간에게 벌어졌음을, 바로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겪은 일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릴 기회를 잃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아쉬워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