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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 EBS 다큐

? 로컬을 구독하라

Ador38 2021. 1. 5. 13:48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2021.01.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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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의 그림자가 하염없이 길어지면서 매출 절벽을 뛰어넘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는 로컬 창업자들에게 드리운 희망의 다리는 ‘구독’이다.

 

지난 2014년부터 제주도에서 7년째 〈iiin〉이라는 이름의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을 발행해 온 재주상회 고선영 대표는 최근 ‘계절제주’라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주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계간으로 발행되는 잡지의 부록으로 함께 배달해주는 콘셉트다. 독자의 입장에선 책도 읽고 제철 먹거리도 받을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강원도 평창의 전통시장에서 ‘브레드메밀’이라는 조그만 빵집을 운영하는 최효주 대표도 최근 비슷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산지소, 즉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먹거리를 만들어 지역에서 소비되게 한다는 정신을 추구하는 최 대표의 빵은 평창에서 생산되는 금강밀과 순메밀을 재료로 만들어져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제 창업 5년 차가 돼 빵 굽는 오븐을 교체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 3000만원을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으는 데 25만원 투자를 해주는 사람에게는 4만3000원짜리 빵 꾸러미를 격주로 6회, 50만원 투자자에게는 매주 12회 보내준다.

 

소액 투자자에게 현물로 상환을 해주는 방식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로컬 창업자를 응원하면서 빵 꾸러미를 할인된 가격에 구독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구독 경제 트렌드는 이미 다른 산업 분야에서 일반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제조업 쪽에서는 고가의 장비나 작업 도구를 빌려 쓰는 형태로,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를 내려받아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수기나 비데와 같은 가전 분야는 물론이고 자동차나 안마 의자도 필요한 기간과 용도만큼만 빌려 쓰고 지불할 수 있다. 영화나 음악도 종량제 구독 모델이 일반적이다. 뉴닉이나 밀크처럼 새로 탄생한 미디어들 역시 뉴스레터 같은 구독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인구는 감소하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구독형 서비스의 잠재 고객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전통적인 판매 모델로는 제품을 한번 팔면 그만이지만 구독 모델로 할 경우 마진이 높고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후속 제품을 권유하거나 끼워팔기도 할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로컬 창업자들이 구독 모델에 참여할 소비자를 만나는 방법은 크라우드 펀딩이다. 창업자는 와디즈나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자신의 제품을 올리면서 ‘정기 구독자’를 모집한다.

 

창업자들은 구독을 통한 공감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키워가기 위해 자신의 브랜드 스토리를 발전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과 정체성을 가다듬는 효과를 얻는다. 구독 경제와 크라우드 펀딩은 코로나 시대에 로컬 창업자들의 사업 기반을 지탱해 주는 두 개의 기둥인 셈이다.

 

이 같은 구독 모델이 그동안 주로 대면 거래에 의존해 온 로컬 창업자들에게 잘 통하는 이유는 그들과 소비자들 사이에 ‘공감’의 연결 고리가 두텁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가 주지 못하는 자기만의 독특한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로컬 창업자들은 구독 모델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에 공감하는 외지 소비자들과의 유대를 지속적으로 키워갈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 생산자를 후원하는 보람도 얻고 편리하게 물건을 계속 공급받을 수 있어서 좋다.

 

구독을 통해 로컬 창업자와 도시의 소비자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공감을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간다. 1인 가구 증가, 가치 소비와 취향 소비의 트렌드를 타고 구독 모델은 신세대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사회적 유통’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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