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 허브’ 현실로?… 수급 불안 넘어 공급국 반열에 첫발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2021.05.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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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보건복지부는 23일 한·미 정상회담 및 양국 보건장관 회담 결과 양국이 포괄적인‘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미 보건장관 회담 모습. |보건복지부 제공

 

 

한국이 바이러스 벡터 방식과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데 이어 mRNA(메신저 리보핵산) 위탁생산까지 맡으며 ‘백신 허브’ 국가 구상에 한 걸음 다가섰다.

 

완전한 형태의 기술 이전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향후 mRNA 백신 생산기지를 확대할 경우 한국이 유력한 후보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수급 불안전성을 덜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설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의 골자는 한국의 백신 제조·생산 역량과 미국의 백신 기술·원부자재 공급 능력을 결합해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공급량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사의 mRNA 백신 위탁생산 계약, 양국 간 백신 기술 이전의 초석을 닦는 연구협력 및 생산시설 투자·지원 합의 등이 구체적인 성과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기술도입 계약을 이미 체결한 노바백스는 양측 간 백신 개발·생산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물량’보다 ‘생산’에 방점 찍은 백신 협력

국내 백신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으로 검토돼온 ‘백신 스와프’는 한미 정상 한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백신은 ‘한국군 55만명분’이 전부이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한 점이 훨씬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미 전국민 2회 접종량보다 많은 1억9000만회분의 백신을 확보한 터인데다, 이번에 국내 생산기반을 확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백신 수급의 불안을 덜게 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백신이 생산되면 국내 백신 공급 역시 아무래도 수월해질 공산이 크다. 백신의 국내 공급 일정과 물량은 제약사의 생산 역량과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지지만 국내에 생산설비가 있다면 유리한 입장에서 추후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

 

정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23일 “국내 안정적 공급과 유통 효율 측면에서 국내 생산분이 국내 공급될 수 있도록 공급사와 협의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이 코로나19 백신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세계적 백신 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이 핵심적으로 기여하는 등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뚜껑 닫는 게 생산인가’ VS ‘mRNA 생산 교두보’

일각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은 완제충전(Fill and Finish) 방식이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피트나노파티클(LNP) 등 mRNA 백신의 핵심 기술은 계약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제충전 위탁생산도 진일보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향후 제약사가 mRNA 생산 설비를 늘리려고 할 때 완제충전 공정을 실시하고 있는 곳에서 후보지를 물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사가 mRNA 백신의 연구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건국대 교수)은 “막막했던 mRNA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교두보는 확보됐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미 국내 백신 개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백신 접종을 못한 해외 국가들이 많아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산 백신 개발 일정이나 mRNA 백신 기술 이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국내 백신 개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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