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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더오래]남편이 사준 거울 속 자신을 딴여자라며 질투한 부인 본문
권도영 기자
2021.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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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권도영의 구비구비옛이야기(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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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남자가 시장에 숯을 팔러 갔는데, 잡화를 죽 벌여 놓은 델 보다 보니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난 자기 아버지 얼굴이 보였다. 깜짝 놀란 남자는 “우리 아버지가 여기 있으니 내가 우리 아버지를 사가지고 가야겠소.” 하고는 한 삼십 전 주고 그걸 가지고 왔다.
그건 거울이었는데, 남자는 거울을 생전 처음 보았기에 거기 비친 얼굴을 보고 자기 아버지인 줄 알았던 것이었다. 그러고는 아버지 생각날 때마다, 들에 갔다 오든 산에 갔다 오든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부인과 어머니도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는 자기 혼자만 아버지를 들여다보았다.
부인이 보아하니, 남편이 어느 날인가부터 방에 혼자 틀어박혀서는 몇 시간이고 꼼짝도 않고 있다 나오곤 하였다. 그러느라 집안 일도 뒷전일 때가 늘어나다 보니 그냥 두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남편이 비단에 곱게 싸놓고 방문도 걸어잠근 채 혼자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는 그것이 무엇인가 도대체 궁금했던 부인은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그걸 풀고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웬 예쁘장한 젊은 여자가 거기 있는 것이었다. 부인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냅다 시어머니에게 일렀다. “어머님요. 남편이 요새 뭘 하나 사다 놓고 만날 들여다보기에 몰래 보았더니 웬 새파란 새댁을 사다 놓고 들여다보고 있더라고요!” 시어머니는 이건 또 뭔 일인가 싶어, “그래? 그러면 나도 좀 보자.” 하였다.
부인이 가져다준 거울을 들여다보니 거기엔 웬 할머니가 있었다. 시어머니는, “야 요놈아야! 첩을 정하려거든 젊은 여자를 들이지 호호백발 늙어빠진 할마니를 뭐 하려고 들여놓았느냐” 하며 혀를 끌끌 찼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9, 122-123면, 안동시 설화43, 거울에 비친 모습들
© ⓒ중앙일보 생전 처음 양초를 본 사람이 국을 끓여 먹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먼저 확인하고 사태 파악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양초로 국을 끓이는 일을 면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생전 처음 양초를 본 사람이 국을 끓여 먹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먼저 확인하고 사태 파악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양초로 국을 끓이는 일을 면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별 싱거운 이야기가 다 있다. 이런 이야기는 그냥 웃고 넘기는, 거울을 생전 처음 봐서 그게 뭔지 몰라 벌어진 해프닝을 짧게 전하는 것일 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양초를 처음 본 사람이 그게 뭔지 몰라 갸우뚱갸우뚱하다가 국을 끓여 먹었다는 것도 있다.
좀 더 나아가면, 시냇물에 떠내려오는 똥덩어리를 된장인 줄 알고 가져다 국을 끓여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모두 뭘 잘 모르는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 것을 우스갯소리 삼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뭘 몰랐기에 발생한 일이긴 한데, 최근에 거울을 들여다본 사람이 각자 자기 모습만 보고는 이러쿵저러쿵 해대는 것이 뭔가 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남편이 들여다보는 것에서 젊은 여자 모습을 본 부인은 곧장 남편이 다른 여자를 들였다고 생각했고, 또 그것에서 할머니 모습을 본 시어머니는 호호백발 할머니를 들여다보며 좋아하는 아들을 타박했다.
거울이라는 신문물(?)을 처음 본 식구들은 그게 자기 얼굴을 비춰 보여주는 것임을 몰랐다. “이게 대체 뭐냐”고 물어보고 확인하지 않았다. “너는 그걸 왜 그렇게 들여다보면서 좋아하는 것이냐”며 궁금해하지 않았다. 사태 파악을 위한 질문보다는 내 남편이, 내 아들이 멀쩡한 부인 놔두고 다른 여자에게 정신 팔려 있을 것이라는 생각부터 했다.
“이 여자는 누구냐” 궁금하기 이전에 부인의 눈에 비친 그 여자는 그냥 남편이 시장에서 만나 데리고 온 딴 여자였다. 시어머니 반응은 더 가관이었다. ‘기왕 데려올 거면 젊은 여자를 데려올 것이’라니, 이것이야말로 큰일 날 헛소리다.
이렇게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식구들의 모습에서 확증편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일은 자연스럽다. 보고 싶은 대로만 보게 되면, 내게 다른 정보는 필요하지 않으며 심지어 다른 정보를 믿는 일은 매우 유해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게 마련이다.
일단 거울 속에 보이는 이 여자가 누군지 확인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보나 마나 딴 여자일 것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심지어 과거의 경험과 각종 통계자료에 근거한 매우 객관적 사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은 ‘합리적인’ 의심이 되며, 자신은 그렇게 물러터진 사람이 아님을 보이기 위해 생각을 수정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사람과 소통하는 일은 상상외로 매우 힘들다. 특정한 환경에 의해 이런 태도가 강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보면 어쩌면 이 남자도 평소에 식구들에게 신뢰를 주는 가장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겠다 싶다.
© ⓒ중앙일보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지면 내게 다른 정보는 필요하지 않으며 심지어 다른 정보를 믿는 일은 매우 유해하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사진 unsplash]
보고 싶은 대로만 보는 확증편향에 빠지면 내게 다른 정보는 필요하지 않으며 심지어 다른 정보를 믿는 일은 매우 유해하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사진 unsplash]
이 남자가 애초에 시장에서 자기 아버지 얼굴이 보이는 그 물건을 가지고 온 것이 이 상황의 시초가 될 것 같다. 이 남자는 그걸 애지중지 간수하는 걸 넘어 하루에도 몇 번씩 혹은 몇 시간이고 그것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남자는 아마도 아버지 얼굴을 꼭 빼다박은 모습의 아들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자기 얼굴을 보고도 대뜸 아버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아들이 아버지를 닮는 것은 외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자기 삶을 대하는 태도, 특히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부모로부터 영향받기 쉽다. 이 남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늘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거울 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면, 자기 어머니나 부인에게도 보여줄 법도 한데, 그래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함께 추모하거나 그리움을 나눌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혼자서 몇 시간이고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다시 생각하니 좀 오싹할 정도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갇혀 있음’ 혹은 ‘머물러 있음’은 통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어낸다.
거울을 모르는 가족의 이야기 중에는 뒷이야기가 좀 더 진행되는 버전이 있다. 이렇게 서로 거울 속 여자를 두고 옥신각신하다 거울이 깨져 버렸다. 속상해진 남편은 부인에게 친정으로 가버리라고 했고, 부인은 다시 시어머니에게 하소연했다. 시어머니는 그러지 말고 예전처럼 좀 꾸며 보라고 했다.
다시 예뻐진 부인 모습을 본 남편은 기분이 좋아져서 그 이후로는 부인과 함께 오붓하게 잘 살았다고 한다. 부부의 관계가 거울 깨지듯 깨져 버린 것은 아니니 일단 행복한 결말이라고는 할 수 있겠으나, 이들의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인이 예쁘게 꾸미거나 깨끗하게 단장을 했다는 사실에서 부인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냈다고 할 수도 있겠고, 남편은 그제야 부인을 본래 모습대로 봤겠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 그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좀 적은 것 같다. 그저 순간은 모면했지만 진짜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막힌 곳이 시원하게 뚫려야 할 것이다.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거울의 실체를 알아차리고 스스로 그것을 깨버리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자기 모습만 비춰주는 그것,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하는 그것은 실제로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그릇된 신념일 것이다. 그 고집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자기방어기제에서 나오는 것일 테니 이래저래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먼저 확인하고 사태파악을 하려는 노력이라도 할 줄 알아야 양초나 똥으로 국을 끓이는 일은 면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대학교 상허교양대학 초빙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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