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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 “무고한 조선인 희생당한 ‘간토대학살’ 국가추모해야죠” 본문
김경애
2021.08.05. 23:25
[단독]‘데이트 폭력’에 피해여성 한때 의식불명...피의자 구속영장 기각 왜?
美 정보기관,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데이터 대량 입수 분석 중
© 제공: 한겨레
올 봄 시민사회계 원로들과 시민모임 독립을 꾸린 이만열 이사장은 4일 “100년간 묻힌 간토대학살 진상규명을 마지막 소명으로 삼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김경애 기자“무엇보다 부끄러움 때문이죠. 역사학자로서, 한국사학자로서, 수천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타국 땅에서 희생된 사건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한없는 자책감을 느끼고 있어요. 민족적 자존심이나 일본 비판의 차원을 넘어 인류사적 양심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기록적인 폭염으로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지난 2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시민모임 ‘독립’의 이만열(83) 이사장의 얘기다.
그는 ‘일본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 사과하라’는 팻말을 들고 땡볕 아래서 기자회견을 했다.
‘독립’은 이날부터 8월 한달 동안 평일 낮 1시간 동안 릴레이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023년, 2년 뒤면 간토조선인대학살 100주년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껏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한번도 공식적으로 일본 정부에 진상 조사 요구조차 꺼낸 적이 없어요. 민감한 외교 사안임을 감안한다 해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마저도 침묵해 개탄스러워요. 그러니 나 같은 ‘뒷방 노인’이라도 나설 수밖에요.”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원로 사학자인 이 이사장을 4일 신촌의 이한열기념관 건물에 있는 ‘독립’ 사무실에서 만났다.
1923년 9월1일 일본 간토일대 대지진
유언비어 빌미 ‘조선인 희생양’으로
100년 다되도록 문제제기조차 못해
“역사학자로서 무관심해 부끄러웠다”
한달간 일본대사관앞 릴레이 1인시위
새달 6일 국회 학술토론회 공동주최
© 제공: 한겨레
이만열 이사장은 지난 2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간토대학살 사건 진상규명 촉구’ 8월 릴레이 1인 시위의 첫 주자로 나섰다. 시민모임 독립 제공‘독립’을 비롯해 17개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은 앞서 지난달 27일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추모사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100년이 다 되도록 진상 공개는 물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를 비판하는 한편 한국 정부와 국회에도 관심을 촉구했다.
간토 조선인 학살 사건은 1923년 9월1일 일본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 간토 지역에서 역대 최강의 지진과 쓰나미 등으로 재난이 발생하자 ‘우물에 독을 탔다, 불을 지르고 다닌다’ 등등의 유언비어를 빌미로 재일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집단학살한 사건이다.
당시 ‘다이쇼 데모크라시’를 내세우며 유화정책을 펴오던 일제는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경과 민간인으로 구성된 이른바 ‘자경단’을 동원해 조선인이란 이유만으로 죽였다.
“기록을 보니, 하필 그날 오전 11시쯤 점심 식사를 준비하느라 집집마다 불을 지핀 상태에서 지진이 터져 유독 화재에 의한 2차 피해가 컸다고 해요.
수십만명이 죽거나 다치고 100만명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면서 흉흉해진 민심을 돌리고자 일본 당국에서 일부러 헛소문을 퍼뜨려 조선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게 훗날 생존자들의 증언과 고 강덕상 교수 등의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어요.”
이 이사장은 “전쟁 상황도 아닌 지진이라는 재해 상태에서 무고한 양민들을 죽인 행위인 만큼, 일본군의 난징대학살이나 나치의 홀로코스트만큼이나 끔찍한 제노사이드 범죄인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때 당시 일본은 중국의 항의를 받자 희생된 중국인 600여명에 대해서는 보상까지 해줬어요. 반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외무대신 조소앙 이름으로 일본 총리(야마모토 곤노효에)에게 공문을 보내 항의했지만 묵살했어요.
그때는 식민지 상태였으니 어쩔 수 없이 당했다 쳐도, 해방 이후 지금껏 70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희생자 규모조차 6천여명이니, 2만3천여명이니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무엇보다 유언비어의 시발점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숙명여대 교수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20년 가까이 시민사회단체 참여와 현장 답사 등을 통해 끊임없이 역사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특히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 해마다 진행해온 ‘중국 독립유적지 답사’ 때 10여회 단장을 맡기도 했다.
“중국을 비롯해 국외에 나가 보면 우리나라 유적과 동포들의 자취가 방치된 곳이 너무나 많아요. 그나마 직접적인 독립운동 현장이나 사건은 관심을 받지만 간토 학살은 재해성이라는 이유로 ‘명분’에 밀려 묻힌 거죠. 2000년대 들어 국회에서 몇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번번이 자동폐기되고 말았어요.”
이 이사장은 그 자신도
(1973년 9월)에 실린 함석헌 선생의 ‘내가 겪은 간토대학살’을 읽어보고서야 뒤늦게 사건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1901년생인 함 선생은 1923년 도쿄에서 대학 입시를 위한 영어학교를 다니던 중이었으나, 다행히 선량한 하숙집 주인의 보호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제공: 한겨레 시민모임 독립 이만열(오른쪽) 이사장과 박덕진(왼쪽) 상임이사가 4일 서울 신촌 이한열기념관 건물 지하층에 자리한 사무실 입구에서 함께했다.
김경애 기자시민모임 ‘독립’은 지난 3월 이 이사장을 비롯해 박만규 흥사단 이사장, 임재경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부회장, 지영선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사장, 차영조 독립유공자유족회 부회장 등 원로들이 발기해 결성했다. 특히 결성 계기 중에는, 4월 작고 직전 발기인으로 서명한 고 채현국 선생의 가족사 공개도 있었다.
‘독립’의 박덕진 상임이사는 “채 선생님께서 당신의 조부가 간토대학살 때 나고야에서 희생당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부친이 현지에 가서 유골을 수습을 했다고 들었는데 훗날 채 선생님이 직접 나고야에 가보니 공동묘지 자체가 없어져 찾지 못했다는 증언을 하셨다. 대학살의 유족이 바로 곁에 있어서 새삼 우리 문제임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독립’은 우원식·민형배·서동용 의원 등 국회의원과 협력해 진상규명과 추모사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새달 6일에는 국회에서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대역사건’> 주제로 학술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고, 사건 발생일인 9월1일을 국가추모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여야 대선 후보자 캠프에도 결의안 제정 지지를 요구하는 제안서를 보내놓은 상태다.
“한-일 두 나라의 미래를 위해 역사 화해를 하자고들 하는데 그려려면 진상 규명부터 해야겠지요. 역사 연구자로서 죽기 전 마지막 소명으로 알고 진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
이 이사장은 다시 한번 결의를 밝혔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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