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blog.kakaocdn.net/dn/I5wnB/btrlYN7IoVZ/HaLSPb0DHrnx56dwP8Bik1/img.png)
![](https://blog.kakaocdn.net/dn/I0SJ5/btrlYNmjR1v/n4dzNce4Ukj01wGYUCVLok/img.jpg)
“왜 지금 김영삼 책을 냈느냐, 그게 궁금한 거죠? 잊힌 ‘민주화의 영웅’ 김영삼을 잊지 말아야 한다, YS를 재평가해 오늘날 정치 현실에서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문민정부 5년간 공보처를 이끌었던 ‘최장수 장관’ 오인환(82)씨의 첫마디다. 최근 그는 600쪽이 넘는 책 ‘김영삼 재평가’를 펴냈다. 19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그는 ‘왜 김영삼 전 대통령 평전을 냈느냐’는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답부터 내놓았다.
한평생 ‘메시지’를 전하는 일을 해온 그답게 서재에는 책을 쓰려고 모아둔 각종 자료와 서류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한테서 ‘5년이나 장관을 했던 사람이 이렇게밖에 못 썼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며 웃었다.
“‘수십만명이 30년 동안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단 한 사람을 양성했다면, 그게 바로 김영삼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에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김영삼이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해요. 과(過)가 있죠. 그렇지만 공(功)도 제대로 평가를 해야죠.”
1993년부터 5년간 공보처 장관을 지내며 YS와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그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는데 장관으로 발탁하더라”며 담담하게 과거를 회상했다. 지근거리에서 YS의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지켜봤다. 문민정부가 막 내린 직후에 쓸 수도 있었고, 6년 전 YS가 별세했을 때에도 쓸 수 있었던 책을 그는 왜 지금 냈을까.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그는 말했다. “같이 밥 먹고 술 먹는 것만으로는 절대 평전다운 평전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상도동에 발길을 끊었어요. 욕도 많이 먹었죠. ‘재미는 다 보고 배신했다’는 거예요. 그래도 모른 척했어요. 그래야 제대로 YS에 대한 평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한 단락을 열 번씩 고쳐 쓴 적도 있다. 문민정부 장관으로서 지나치게 YS를 미화하기도 싫고, 실제보다 격하하기도 싫은 마음에 매 단락을 정성 들여 썼다고 했다. 자료 조사부터 집필까지 꼬박 4년이 걸렸다.
평전을 쓴 게 처음은 아니다. 장관에서 물러난 뒤 조선 시대 정치사와 관련해 책 두 권을 냈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평전도 썼다. 다만 박정희 평전은 2016년 탄핵 정국과 맞물려 출간하지 못하고 컴퓨터에 원고만 저장해두고 있다. 그는 “언젠가 박정희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이뤄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헌정 사상 최장수 장관으로서 자신의 얘기를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는 데 도움이 돼야 하는데, 내 얘기보다는 YS 얘기가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며 웃었다.
그는 책을 쓴 뒤 사비로 1000권을 구입해 김영삼민주센터에 기증했다. 많은 사람이 YS에 대해 알고, 그를 정확히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정치가 양극으로 흐르는 지금 같은 시대에 ‘중도’를 아우를 수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영삼의 삶은 곧 한국 현대사이자 야당사예요.
진보도 보수도 부정하기 어려운, 모두가 존중할 수 있는 대통령이었어요. 어떤 정치 세력이건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극단의 정치’를 벗어나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