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입양됐다가 무국적 상태로 버림받고, 한국에 돌아오지도 못한 한인 입양인이 최대 2만명에 달합니다. 한미 동맹이 발전하려면 이런 부끄러운 역사도 직시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최대 한인 유권자 단체인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김동석(63) 대표는 최근 뉴욕 특파원 간담회에서 “버림받은 입양인들에게 인권 보호 차원에서 미 시민권을 줘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KAGC는 내년 1월 11~13일 워싱턴 DC에서 연례 콘퍼런스를 열고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입양인 시민권 법안(Citizenship Act)’ 입법 로비 활동을 본격화한다.
이 법안은 역시 입양아 출신인 민주당의 애덤 스미스 하원의원과 공화당 존 커티스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했으며, 하원에서 58명, 상원에서 11명이 동참키로 했다. 영 김, 앤디 김 등 한국계 하원의원 4명도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5~2015년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어린이는 11만20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약 2만명의 시민권 취득 여부가 파악되지 않는 상태다.
2차 대전 후 냉전기 미국은 각 동맹국에서 입양을 대거 받아들였는데, 당시 입양 가정의 자격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보조금을 주며 입양을 장려했다고 한다. 이 중 양부모로부터 학대받거나 파양당해 미 제도권에 안착하지 못하고 본국의 문화도 모르는 ‘경계인’이 된 이들이 최대 4만9000명이고, 그중 한인이 가장 많은 최대 2만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0년 클린턴 정부 때 부모 중 한 명만 미국 시민이면 해외 입양아에게도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소아시민권법’이 마련됐으나, 적용 기준을 만 18세 미만으로 제한해 구제받지 못한 성인 입양인이 많았다고 한다.
버림받은 입양인의 존재는 한미 동맹사의 어두운 파편인 셈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이제 문화·경제의 힘으로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나라”라며 “하지만 세계 최대 고아 수출국이었던 과거를 외면한다면 즐기기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졸부’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미국 정계와 한국 간 가교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07년 미 의회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소개해 일본군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이끌어내고, 미국 내 첫 위안부 기림비를 설립하게 한 주역이다.
이 과정을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성균관대 입학 후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하다 1985년 도미, 1992년 ‘LA 흑인 폭동’을 계기로 미국 내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에 투신하게 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가까움에도, 김 대표는 “북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종전 선언은 미 정가에서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한인들 간에도 첨예하게 의견이 대립한다”며 “보편적 인권, 환경 같은 문제로 한·미가 협력하고 한국이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길이 많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