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공감 “벼랑 위의 삶, 울릉도 깍개등” (2016.03.26 방송)
☐ 울릉도에 전설처럼 남아있는 오지, 깍개등을 아시나요?
하늘이 허락한 날에만 닿을 수 있다는 섬, 울릉도. 오각형을 띠는 섬의 꼭짓점, ‘깍개등’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깎아지른 듯 가파르다 하여 깍개등이라 불린다는 그곳. 두 다리가 떨릴 만큼 높은 울릉도의 깍개등, 그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오가는 이 하나 없고 전화조차 잘 터지지 않는 곳. 아찔한 절벽을 앞마당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이곳, 깍개등에 들어왔다는데. 대체 무엇이 그들을 이 오지로 끌어들인 것일까?
☐ 며칠째 이어진 폭설로 절벽에 갇혀버린 사람들! 그들은 대체 왜 깍개등에 살고 있는 것일까? 다설지(多雪地)로 유명한 울릉도. 올해에도 어김없이 폭설이 찾아들었다. 순식간에 온 섬을 덮은 눈! 울릉도는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되어 버렸는데. 남들보다 조금 더 혹독하다는 울릉도 깍개등의 겨울. 전기도 물도 없이 힘겹게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세상에 전화도 잘 터지지 않을 만큼 오지 중의 오지인 울릉군 구암 깍개등. 이곳에는 십 수 년 간 살고 있는 부부, 김명복(65)·김남선(53) 씨가 있다. 이웃은 물론 오가는 이 없는 깍개등에 있는 것이라고는 부부의 집 한 채가 전부. 심지어 부인 남선 씨는 살면서 울릉도를 벗어난 적이 단 세 번뿐이라는데. 대체 왜 부부는 깍개등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남편 따라 왔어요.” 울릉군 저동 깍개등의 김등환(71)·최정순(70) 씨 부부. 남편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잘 살던 도시에서 섬 속 오지까지 오게 되었다는 부인 최정순 씨는 섬 시골생활에 적응하기까지 무진 애를 먹어야만 했다는데. 아직도 남편의 결정을 이해하기 힘든 그녀에 비해, 남편 등환 씨는 이렇든 저렇든 그저 깍개등이 최고란다.
그가 부인의 불평을 무릅쓰면서까지 깍개등에 들어 온 이유는 무엇일까? 울릉군 천부 깍개등에는 깍개등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인물이 살고 있다. 바로 정헌종(47) 씨! 잘 나가던 직장을 버리고 혈혈단신의 몸으로 깍개등 절벽을 찾았다는 그.
팍팍한 도시생활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깍개등에까지 들어오게 된 것이라는데. 도대체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한 것일까?
도동 깍개등 마을의 최고령자 박중환(93) 어르신. 품삯 송아지 한 마리로 시작해서 지금껏 게으름 한 번 피우지 않고 살아왔다. 이제는 고양이와 염소를 한 식구삼아 살고 있다는 그. 먼저 간 아내가 보고 싶어 하루하루 죽을 날만을 손꼽는다며 허허 웃는 어르신의 주름진 웃음에 지나간 세월이 엿보인다.
“죽어도 이곳에서 죽어야지, 싶어요.” 눈 감는 그 순간까지도 깍개등에 있었으면, 한다는 웃음 섞인 말. 그에게 깍개등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깍개등에 들어 온 사람들. 그들의 숨은 사연을 들어본다.
☐ “죽어도 이곳에서 죽어야지, 싶어요”깍개등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오가는 이 없고, 밖으로 나가기조차 힘든 오지 깍개등. 좁디좁은 마을인 만큼 깍개등 이웃들은 한 식구나 다름없이 살아간다. 오래 전, 깍개등에 와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된 김득겸(67) 씨.
매일 같이 그를 집으로 초대해 밥상머리를 내어주는 김등환(71)·최정순(70) 씨 부부가 있어 외로운 날들을 견딜 수 있었다. 이제 득겸 씨에게 부부는 그냥 이웃이 아닌 친형님 같은, 그보다 더 진한 존재라는데. 눈 덮인 들판을 마당삼아 살아가는 깍개등 사람들.
조금 불편하고, 조금 답답하지만 뻥 뚫린 하늘과 바다를 보면 이만큼 살기 좋은 동네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한다. 대한민국 오지 중의 오지, 깍개등에서 펼쳐지는 절대 편하지 않은 삶!
그런데도 하루하루를 웃으며 살아가는 그들의 속마음이 궁금하다. 살아 본 사람만 알 수 있다는 깍개등의 매력! 사람들이 깍개등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