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조은효 특파원】 지난달부터 오키나와현 등 주일미군기지 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속출하면서, 기지 주변 지역으로 감염이 확산되자 참다못한 일본 정부가 결국 미국에 항의 입장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는 7일 화상으로 실시한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2+2회담)에서 미국 측에 주일미군 기지 내 코로나 대책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전 2+2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주일미군 장병 외출 제한 등 철저한 코로나 대책을 미국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항의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하야시 장관은 이와 별도로 전날에도 이건으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일 미군기지 감염은 물론이고, 이미 미국 내 코로나 확산은 심각한 지경이다. 심지어 이날 온라인 회의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이달 초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난 6일 일본 중서부 히로시마의 한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AP뉴시스
주일 미군기지 내 감염 확산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코로나 오미크론 바이러스 유입을 막겠다며 외국인 신규 입국 전면 금지라는 초강수 대책을 뽑아들었으나, 미군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역 예외 규정을 적용해왔다.
미일 지위협정에 따른 것으로, 미국 출국 전 검사와 일본 입국 직후 검사를 모두 건너뛰고, 입국 후 5일째 유전자 증폭 검사만 받게한 것이다.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주일미군사령부가 지난 6일 시점에서 집계한 감염 환자는 1784명이다.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529명), 오키나와현 캠프 한센(282명),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213명) 등이다. 기지가 속한 광역지역과 인근 지역인 야마구치현, 히로시마현, 오키나와현의 확진자도 덩달아 급증했다. 오키나와현의 이날 확진자는 과거 최다인 1400명(미군기지 제외)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는 이들 지역에 오는 9일부터 긴급사태 조치 직전 단계인 만연방지중점조치를 발동하기로 했다.
일본 전역의 코로나 감염은 급속한 확산세에 놓였다. 지난달 하루 100명대였던 확진자는 지난 5일 780명, 6일 2636명에 이어 이날 5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루 5000명 이상 확진은 지난해 9월 이후 약 3개월 반만이다.
한편 하야시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 측이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 개정과 이를 통한 방위력 강화 추진에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