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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즈버그 연설문 링컨보다 잘 쓰기“(전략) 글쓰기 책은 대다수가 군소리가 많다. (중략) 글쓰기 책 가운데 주목할 만한 예외가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와 E.B. 화이트가 쓴 〈스타일의 요소(The Elements of Style)〉다.
이 책에는 눈에 띄는 군소리가 없거나 드물다.(물론 이 책은 얇다. 분량이 불과 85페이지로, 이 책보다 훨씬 얇다.) 저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출처: 스티븐 킹, On Writing, 둘째 머리말, 포켓북스, 2000_번역은 필자)
“힘 있는 글은 간결하다. 문장에는 군더더기 단어가 없어야 하고, 문단에는 군더더기 문장이 없어야 한다. 그림에 불필요한 선이 없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기계에 불필요한 부품이 없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모든 문장을 짧게 쓰라는 말은 아니다. 모든 세부를 생략하고 대상을 개략적으로만 다루라는 얘기도 아니다. 단어가 저마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 E.B. 화이트, The Elements of Style, 제17규칙, 앨린앤드베이컨, 1972_번역은 필자)
내용 겹치는 두 문장을 찾으라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게티즈버그 연설은 명연설이다. 게티즈버그 연설은 짧기로도 유명하다. 이 연설은 영어 단어 272개로 구성되었다. 다 읽는 데 3분 남짓밖에 안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 연설에는 중첩된 부분이 있다. 오른쪽 상자 글 중 왼쪽 원문만 집중해서 읽어보자.(오른쪽 대안으로 가는 눈길을 자제해주기 바란다.)
찾으셨는지. 다음 두 문장의 내용이 겹친다. 두 문장 중 같은 내용에 밑줄을 그었다.
- 그들이 싸워서 그토록 고결하게 전진시킨, 그러나 미완(未完)으로 남긴 일을 수행하는 데 헌납되어야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 살아 있는 자들입니다.
- 우리 앞에 남겨진 그 미완(未完)의 큰 과업을 다 하기 위해 지금 여기 이곳에 바쳐져야 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입니다.
이 두 문장을 오른쪽 상자 글의 대안과 비교해보자. 대안처럼 쓴 것은 연설문에는 청중을 부르는 대목이 들어가면 좋고, 생각을 자극하는 의문문도 적극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였다.
‘역전앞’처럼 군더더기가 붙은 단어도 찾아보자. ‘우리들’이다. ‘우리’가 복수이니 ‘우리들’은 맞지 않다. 영어로 치면 ‘우리들’을 쓰는 것은 we에 s를 붙여 ‘wes’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활용하는 격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은 ‘우리’가 맞다고 하면서도 ‘우리들’을 용례로 인정한다. 그러나 군더더기는 한 글자도 쓰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하는 습관을 들여야 다른 단어는 물론 문장에서도 중첩을 덜 쓰게 된다.
게티즈버그 연설에는 여러 판본과 번역본이 있다. 나는 자료를 두루 검색한 끝에 미국 국무부가 2004년에 선정한 ‘미국의 명연설’을 활용했다. 번역은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했다. 이 연설문은 네이버지식백과에서 제공된다.
구성·전개는 좋으나 ‘단락’으로 덜 표현
나는 왜 여러 판본과 번역본을 찾아 살펴봤나? 문단을 비교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인용한 원문은 미국 국무부에서 선정한 판본을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번역한 것이다. 이 원문은 세 단락으로 구성되었다.
이 원문을 보면 링컨 대통령은 내용 구성과 전개를 잘 했지만 단락 형식에는 소홀했다. 단락 구분은 연설에서는 의도한 잠깐의 침묵이다. 그런 침묵이 연설의 전달력과 호소력을 높여준다.
나는 원문을 활용해 대안을 여섯 단락으로 재구성했다. 대안 여섯 단락의 아우트라인은 다음과 같다.
①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 위에 세워진 나라 미국- ②그 이념을 위해 치르는 내전 중 많은 헌신이 이뤄진 이 전장- ③기억과 성역화는 전사자와 참전 군인이 이미 다 해놓음- ④살아 있는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⑤그들의 대의에 우리를 바치는 것 - ⑥평등한 자유 국가 미국의 무궁한 미래 기원
대안의 마지막 문단 중 원문의 ‘새로운 자유’를 ‘평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자유’로 보강했다. 그렇게 바꾼 근거는 연설문의 첫 문장에 있다.
글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글의 종결부로 양괄식으로 논점을 강조하는 유형, 주장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하는 유형, 장면을 전환하는 유형, 반전으로 임팩트를 주는 유형 등을 구사할 수 있다.
링컨은 종결부에서 미국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했다. 이 기원에 힘을 실으려면 문장이 간결해야 한다. 서두의 둘째 인용문에서 “힘 있는 글은 간결하다”고 했다. 링컨은 아마도 종결부를 읽기에 앞서 잠시 1만5000여 청중을 둘러본 뒤(문단 전환), 한 문장씩 힘주어 외쳤을 것이다. 내가 대안에 쓴 것처럼 말이다.
“모두에 인용한 두 글의 핵심이 겹치는데?” 이렇게 묻는 독자가 계시리라. 일리 있는 비판이다. 나도 ‘둘째 인용문으로 충분하다’는 대안에 동의한다. 그런 비판을 감수하고 내가 두 글을 인용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스트렁크와 화이트를 아는 국내 독자는 많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이 시대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권위’를 앞세웠다.
© MoneyToday 게티즈버그 연설문 링컨보다 잘 쓰기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