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가 12년간의 산업부 공무원 재직기간 중 3년2개월을 미국 하버드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16일 나타났다.
공직 생활 4분의 1정도의 기간 동안 미국에서 유학 생활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199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자마자 공직을 사퇴하고 대학교수 자리로 직행했다.
공무원 강화 및 정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마련된 국외훈련 및 유학휴직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85년 11월 제29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87년 4월 상공부(현 산업부) 사무관으로 입부했다.
이 후보자는 1993년 7월 ‘국외훈련 파견자’로 선발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정부는 공무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부처별로 국외훈련 파견자를 추천 받아 뽑고 있다. 공무원 인재개발법에 따라 국외훈련에 필요한 등록금과 체재비 등도 국비로 지원된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정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 역시 유학에 필요한 등록금과 체재비를 국가로부터 지원받았다.
다만 산업부는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당시 이 후보자에게 지급됐던 비용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안인데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이 후보자에게 지급된) 금액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관련 규정에 따라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2년 만에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다. 이후 1995년 10월 귀국해 1998년 8월까지 통상산업부 중소기업정책과, 미주통상담당관실, 무역정책과 등에서 근무한다.
이 후보자는 1998년 8월 유학 휴직을 신청한 뒤 미국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싣는다. 석사 학위를 받았던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서였다. 이 후보자는 자비로 학교를 다니며 1년 만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 Copyright@국민일보1999년 7월 국내로 돌아온 이 후보자는 산업부에서 산업정책과장 등으로 5개월 동안 근무한 뒤 퇴직했다. 그리고선 곧장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박사 학위를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직한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공무원을 하다가 대학 교수가 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느냐”며 “흔치 않은 사례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외훈련 파견제도와 유학휴직 제도는 해외 유학을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을 부처 복귀 후 업무에 활용하라고 만든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은 이 후보자가 공직자로서 받은 국가의 지원을 후보자 개인의 입신양명에 이용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하며 다수 민간기업의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2012년 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SK하이닉스의 사외이사를 겸했고, LG디스플레이(2019년 3월~2022년 4월)와 ㈜티씨케이(2009년 3월~2014년 3월) 에서도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 후보자는 이 기간 SK하이닉스로부터는 월 650만원, LG디스플레이 800만원 안팎의 사외이사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