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2나노 '반도체 동맹'…TSMC·삼성전자 추격에 박차

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 어제 오후 4:38

© 제공: 노컷뉴스미국 IBM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IBM 제공

미국 IBM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2나노 반도체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IBM 제공

 

미국과 일본이 현존하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인 2나노미터(㎚, 1㎚=10억분의 1ｍ) 미만의 업계 최선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양국의 '반도체 동맹'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선두주자인 대만의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한 것이다.

4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을 방문 중인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3일(현지시간) 뉴욕에 있는 올버니 나노테크 연구단지에서 미국 IBM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하기우다 경산상은 면담에서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지원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 실용화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최첨단 영역의 연구개발과 제조 능력을 갖추기 위해 동맹국인 일본과 미국이 지금까지 이상으로 일체가 돼 추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기우다 경산상은 반도체 연구시설을 둘러본 뒤 취재진에게 "경제안보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토론을 하고 싶다"면서 미국 상무장관을 만나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에 합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첨단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2나노미터 미만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협력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대만 TSMC와 한국의 삼성전자가 오는 2025년을 목표로 개발 중인 업계 최선단 반도체 기술이다.

현재 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TSMC는 올해 7월부터 애플과 인텔이 주문한 3나노 반도체의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약간 빠른 6월에 양산을 시작해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겠다는 각오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과 일본의 이번 반도체 분야 협력은 한국과 대만을 2나노 제품에서 따라잡고, 2나노를 넘어서는 최첨단 제품을 먼저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특히 일본이 삼성전자와 오랫동안 차세대 반도체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해온 IBM에 손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IBM은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2나노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

 

© 제공: 노컷뉴스삼성전자와 IBM은 지난해 12월 신규 반도체 설계방식 'VTFET'을 발표했다. IBM 제공

삼성전자와 IBM은 지난해 12월 신규 반도체 설계방식 'VTFET'을 발표했다. IBM 제공

 

삼성전자와 IBM은 지난해 12월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는 신규 반도체 설계방식 'VTFET'(Vertical Transport Field Effect Transistor)을 개발해 2나노 반도체 구현이 가능해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업계 최초로 7나노 테스트 반도체 공동 구현을 발표하는 등 10년 넘게 연구 협력을 이어왔다. VTFET 기술도 양사가 하기우다 경산상이 둘러본 올버니 나노테크 연구단지에서 진행한 공동 연구의 결과였다.

일본은 당초 1980년대만 해도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인텔이 D램 사업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미국의 보복 관세에 내몰린 일본은 1986년 '외국산 반도체의 점유율을 20%까지 올린다'는 내용의 '미·일 반도체 협정'을 맺었다.

일본에서 반도체 기술을 전수받은 삼성전자는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고, 현재까지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반면 1990년대 초반까지 전체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했던 일본은 현재 10% 정도의 점유율에 머물러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과 미국은 198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에서 격렬하게 대립한 역사가 있다"며 "최근 미국과 중국의 하이테크 패권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공급망 구축을 원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