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향기를 눈으로 '맡는' 기술 개발됐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 1시간 전

꽃향기가 퍼지는 모습을 시각화 하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을 산업·군사 목적에 응용하면 공기 중 위험물질의 확산 방향을 알아내 인명 구조에 쓸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 경향신문세계에서 처음으로 꽃향기를 눈에 보이도록 하는 데 성공한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왼쪽 사진)와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 카이스트 제공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와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꽃향기가 나오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 최신호에 실렸다.

꽃향기를 시각화 하는데는 ‘레이저 간섭계’라는 기술이 쓰였다. 레이저를 특정 공간에 쏘면 ‘휘발성 유기물 증기’, 즉 꽃향기를 담은 분자와 부딪쳐 굴절된다. 이 모습을 측정 장비를 통해 눈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불이 났을 때 연기가 퍼지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듯 꽃향기도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은 꽃향기가 연속적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나온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번 연구에는 향기가 강한 백합이 이용됐다.

기존에도 꽃향기를 감지하는 방법이 있긴 했다. 하지만 연구팀의 분석 방향과는 달랐다. 기존 방식은 공기 중에 퍼진 향기 물질을 모아 분량을 측정했기 때문에 꽃이 어떤 주기와 형태, 방향으로 향기를 뿜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떤 공간에 특정 기체가 있는지 알아내는 센서도 있지만, 반드시 기체와 직접 접촉해야 작동한다. 꽃향기가 어떤 방향으로 퍼지는지 역시 알 수 없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산업이나 군사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공장 내 공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물질이 퍼졌을 경우 확산 방향을 알아내 직원들이 가장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동선을 짤 수 있다.

전장에서는 전투 중 유해한 물질이 퍼졌을 때 확산 방향을 감안해 주변의 아군에게 방독면 착용을 지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꽃향기 합성과 분비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데에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꽃향기 분비를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농작물 생산을 늘리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김상규 교수는 “현재 연구단계에선 공기에 떠 있는 물질의 화학적인 성분까지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물질마다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에 앞으로 측정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이 과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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