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이야기
본명이 이한필(李漢弼)인 위키리(Wicky Lee) 선배님은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미8군 무대를 시작으로 가수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1960년 미8군의 공연팀인 '메이크 인 후피 쇼'(Make in Whoopy Show)에서의 활동을 계기로 1962년에는 정식으로 가수 데뷔를 하셨지요. 데뷔 전에는 주로 스탠다드 재즈 넘버들을 불러 미군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1963년에는 명문대 출신 가수들로 구성된 4인조 그룹 '포클로버스'(네잎클로버)를 결성하기도 했는데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최희준 선배님, '부모'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주용 선배님, '첫 사랑의 언덕'을 불렀던 한국의 냇킹콜(Nat King Cole) 박형준 선배님들이 그 멤버였답니다.
'포클로버스'의 1집 앨범에 실린 위키리 선배님의 데뷔곡인 '저녁 한 때의 목장 풍경'이 인기를 끌면서 솔로 가수로서의 시작을 알리게 되었지요. 1966년 옴니버스 앨범인 '홍현걸 작곡집'의 B면 첫번째 곡으로 발표된 '눈물을 감추고'는 '종이배'와 함께 위키리 선배님의 최고 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사실 이 앨범에는 당시 쟁쟁했던 선배님들의 곡이 여럿 실려있는데 '눈물을 감추고'가 가장 큰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오기택, 최정자, 정미원, 현미, 한명숙 선배님 등이 함께 참여한 앨범에서 위키리 선배님의 곡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지요.
서울대학교 작곡과 출신인 작곡가 홍현걸(洪鉉杰) 선생님은 '녹슬은 기찻길', '꽃집 아가씨'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발표하면서 한국적인 이지리스닝 음악을 정착하는데 큰 기여를 한 분입니다. 이 분의 노래 중에서도 우리 기억에 특별하게 남아있는 노래는 1970년 당시 5세 소녀였던 박혜령 씨의 '검은 고양이 네로'라는 곡인데, 1995년 2인조 듀오 '터보'의 데뷔앨범에 '검은 고양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사실 원곡은 1969년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동요이지만 홍현걸 선생님의 번안과 편곡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노래였답니다.
"눈물을 감추고 눈물을 감추고 이슬비 맞으며 나 홀로 걷는 밤길
비에 젖어 슬픔에 젖어 쓰라린 가슴에 고독이 넘쳐 넘쳐 내 야윈 가슴에 넘쳐 흐른다
눈물을 감추고 눈물을 감추고 이슬비 맞으며 나 홀로 걷는 밤길
외로움에 젖고젖어 쓰라린 가슴에 슬픔이 넘쳐 넘쳐 내 야윈 가슴에 넘쳐 흐른다"
1966년 '눈물을 감추고'가 발표되면서 위키리 선배님은 최고 인기가수의 반열에 오르고 연말에는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창사 5주년 기념으로 MBC에서 1966년 처녀방송을 했던 '10대 가수 청백전'에서 당당히 한국을 대표하는 인기가수 10인의 반열에 든 것이지요.
이후 우리가 잘 알고 있는대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동아방송의 라디오 교통정보 프로그램인 '달려라 위키리'의 DJ를 맡아 활동하다가 1975년에는 TV로 발을 넓혀 그 시절 연예프로그램의 대명사였던 TBC의 '쇼쇼쇼'에서 정훈희, 정소녀 선배님과 함께 MC로 활약하게 되지요.
'밤하늘의 부르스', '폭풍의 사나이'와 같은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그 인기는 절정에 달하게 됩니다.
또 1980년 11월부터 KBS 전국노래자랑의 초대 MC로서 5년간 활동하기도 하셨지요. 이후 전국노래자랑은 '뽀빠이' 이상용 선배님, 고광수, 최선규 선배님을 거쳐 송해 선생님이 바톤을 넘겨받아 오늘에 이르는는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답니다. 위키리 선배님은 이후 1992년 미국으로 건너가 교민방송 KATV 등에서 활동하시다가 지난 2015년 지병으로 소천하셨습니다.
머지않아 주현미TV를 통해 소개해드릴수도 있겠지만, 데뷔곡인 '저녁 한 때의 목장풍경'의 가사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며 고인이 되신 위키리 선배님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없는 벌판 멀리 지평선에 노을이 물들어 오면
외로운 저 목동의 가슴 속엔 아련한 그리움 솟네
뭉게구름 저편 산너머론 기러기떼 날으고
양떼를 몰고오는 언덕길에 초생달 빛을 뿌리면
구슬픈 피리소리 노래되어 쓸쓸히 메아리치네 쓸쓸히 메아리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