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경제 이정표가 세워졌다. 키워드는 민간주도 성장이다.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면서 규제를 완화해 투자·고용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게 ‘민주성(민간주도 성장)’의 목표다. 분배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소주성)에서 패러다임이 180도 바뀌었다.
16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새 정부 5년간의 경제운용 주축이 민간임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어려울수록 또 위기에 처할수록 민간 주도, 시장 주도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복합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엔 규제 철폐와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대통령은 “민간의 혁신과 신사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인 그림자 규제, 이런 것들을 모조리 걷어낼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는 제도와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그러면서도 공정한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발붙일 수 없게끔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법인세 최고세율은 미국 21%, 일본 23.2%다. 영국(19%)·독일(15.8%)은 이보다 낮다. 법인세 25%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관건은 국회 통과 여부다.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국회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인하 효과와 필요성에 대해 야당 설득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며 “‘딜’을 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감세 드라이브로 재정 악화 지적에 추경호 “세금 감면으로 경제 선순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윤 대통령은 이날 60분간 이어진 비공개 토론에선 “민간주도·기업주도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미국 항공모함 그런 것에도 미국 기업의 실력 하나하나가 다 담겨 있다”고
예를 들면서 “국가라는 것도 기업 하나하나의 노력이 다 담겨 있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참석한 기업인에게는 “함께 정책을 만들자”며 “저녁시간이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많이 비어 있으니 기업인들이 연락을 많이 달라. 도시락 같이 먹으면서 경제 문제를 같이 의논하겠다”는 말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밀고 나가겠다”며 “청년에게 일자리의 기회를 막는 노동시장,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하는 교육제도,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연금제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두 팔 걷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노동·교육·연금 분야 등을 중심으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예고한 것이다. 구체적으론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민연금 개선안을 2023년 하반기까지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새 정부의 감세 드라이브가 기존에 강조했던 재정건전성 강화와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부자 감세란 비판도 있다. 대기업이 수혜를 보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종부세 부담 완화 등이 핵심이어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법인세 인하에 찬성하지만, 문제는 시점”이라며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는 서민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재정지출이 늘어야 하는데,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것은 우선순위를 잘못 짚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추 부총리는 “큰 틀에서 보면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 조치는 국가 재정이나 우리 경제 전체에 선순환할 수 있는 그런 장치”라고 반박했다. 종부세 인하 등에 대해선 “비정상으로 갔던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합리화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