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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윤석열 외교, 출발도 못하고 좌초 위기…미·중·일·북 ‘사면초가’ 본문
길윤형 - 어제 오후 7:25

지난 5월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2개 외교 원칙은 △한-미 동맹 재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협력 증진이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에 집착하고 미-중 사이 ‘균형 외교’를 추진하면서, 한국의 국제적 평가가 떨어지고 한-미 동맹이 훼손됐다는 평가를 반영한 대응이었다.
윤석열 외교가 시동을 건 것은 취임 11일 만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두 정상은 이 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 전략 동맹’으로 위상을 높이고 협력 분야 역시 안보를 넘어선 ‘기술동맹’으로 넓히기로 의견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본격화된 ‘신냉전’ 구조 속에서 한국이 민주주의 진영에 확고하게 서 있다는 결의를 과시하기 위해 6월 말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전격 참석했다.

경제 분야에선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로운 경제협력 틀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들어갔고, 반도체 분야의 협의체인 칩4의 예비모임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안보에선 3불 변경과 한·미·일 삼각협력 강화, 경제에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국의 도전을 억누르려는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모두 수용한 것이다.
중국은 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7월 내내 관영 언론과 외교부 대변인 기자회견을 통해 날 선 견제구를 날리던 중국은 결국 ‘말폭탄’을 쏟아냈다. 왕이 외교부장은 9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은 “마땅히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간섭을 배제하라”는 내용의 ‘5대 요구’(五个应当)를 제시했다.
한-중 관계에서 ‘독립자주’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1894~18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시모노세키조약 1조에 “청국은 조선국이 완전무결한 독립 자주국임을 확인한다”는 문구를 넣은 지 사실상 120여년 만이다.
한국이 이대로 미국 쪽 진영에 끌려들어 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실제 3불에 손을 대면 한-중 관계는 파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강제동원 배상 판결이라는 ‘난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유화적 태도’에 매우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관계 개선을 하려면, 한국이 제 손으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고 ‘백기투항’을 해야 한다는 듯한 자세다.
북도 ‘담대한 계획’이라는 이름이 붙은 윤석열 정부의 새 대북정책에 일절 호응하지 않고 있다. ‘핵 선제 사용’ 등을 시사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던 북은
11일치에선 코로나19가 유입된 게 남쪽의 탓이라며 “강력 보복”을 경고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공을 들여온 미국과의 관계 역시 윤 대통령이 지난 3~4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의 회담을 거부하며 어색해진 상황이다.
윤 정부가 직면한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물론 미-중 전략 대결의 격화와 북한의 핵 보유 등 ‘구조적 원인’ 탓이 크다. 대만해협 사태 등 한국 혼자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난제도 산적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임 정부의 외교 노선을 서둘러 부정하는 ‘급변침’에 나서기보다 미-중 간의 전략적 이해를 두루 살피는 신중하고 조율된 대응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외교안보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한 인사는 “3불이 구속력이 있는 합의든 아니든 양국 간 협의를 통해 지금과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사안임은 분명하다”며 “이것을 바꾸려면 중국과 사전 소통을 통해 변화된 안보 환경에 대한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중국의 이해를 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