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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성토장된 고르바초프 장례식…“30년전이 더 나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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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성토장된 고르바초프 장례식…“30년전이 더 나았다”

Ador38 2022. 9. 5. 07:33

신창호 - 어제 오후 1:22

러시아 모스크바 ‘하우스 오브 유니온’ 필라홀에서 열린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은 수천명의 추모객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현재의 러시아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푸틴 성토장된 고르바초프 장례식…“30년전이 더 나았다”© Copyright@국민일보
 
 

젊은 대학생부터 80대 노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노소로 구성된 추모객들은 “30년전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로 전체주의 소련의 굴레를 한순간에 없애고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던 고르바초프 집권 당시보다 지금의 러시아는 훨씬 후퇴해 있다”고 성토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푸틴 성토장된 고르바초프 장례식…“30년전이 더 나았다”© Copyright@국민일보
 
 

AP·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전 10시부터 거행된 장례식에는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기 위해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몰려와 고인의 시신이 놓인 관 앞에 장미와 꽃다발을 헌화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고인의 외동딸인 이리나와 두 손녀가 곁을 지켰다.

장례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건물 바깥에는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고인은 지난달 30일 당뇨와 심장 질환 등으로 인한 오랜 투병 끝에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장례식은 약 3시간 반 만에 종료됐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시신은 노보데비치 묘지로 운구돼 1999년 백혈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라이사 여사 옆에 안장됐다.

고르바초프의 마지막 길에는 작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동행했다. 그는 고인의 영정사진을 들고 묘지로 가는 운구행렬을 이끌었다.

무라토프는 생전 고인과 인연이 깊었다. 1993년 고르바초프의 자금 지원으로 신문사 노바야 가제타를 설립했다.

노바야 가제타는 올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하다가 러시아 당국의 처벌 위협 속에 폐간했다.

무라토프는 올해 6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피해를 본 우크라이나를 돕고자 자신이 받은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았다. 메달은 1억350만 달러(약 1천336억원)에 낙찰됐다.

고인도 1990년 냉전 종식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철의 장막을 걷어내고 냉전을 평화적으로 종식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00년 5월 권좌에 오른 푸틴은 고르바초프에 의한 옛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불렀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장(國葬)으로 치러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정부가 경호와 의장대를 지원하는 등 국장급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영국 BBC는 러시아 정부가 고르바초프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지 않았다며 "현 러시아 지도부가 고르바초프의 유산을 기리는 데 거의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러시아 지도자 가운데 국장으로 치러지지 않은 장례식은 1971년 니키타 흐루쇼프가 마지막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장례식에 불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업무 일정상 참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그에 앞서 지난 1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있는 모스크바 중앙임상병원을 개인적으로 찾아 헌화했다. 외국 지도자 중에선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유일하게 장례식에 참석했다.

NYT는 “조촐하고 우울하게 거행된 고르바초프의 장례식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서방으로부터 고립된 러시아의 처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고 평했다.

AP통신도 이번 장례식은 2007년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사망 당시 푸틴 대통령이 국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국가 애도일을 선포한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장례식을 조문한 한 모스크바 시민은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 민주주의를 가져다주고 러시아를 전 세계에 개방한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어 조문하러 왔다고 말했다.

추모 인파 중에는 소련 시절을 기억 못 하는 젊은 러시아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역사학자 안드레이 주보프는 "이들의 동행은 현 정치 시스템에 대한 무언의 항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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