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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판때기가 5억?”… 그림 하나에 40년 우정이 ‘와르르’ 본문

🌱 Ador 사색. 도서.

“흰 판때기가 5억?”… 그림 하나에 40년 우정이 ‘와르르’

Ador38 2022. 9. 27. 07:08

박돈규 기자 - 3시간 전

“이거 비싸냐?”(마크)

 
“흰 판때기가 5억?”… 그림 하나에 40년 우정이 ‘와르르’© 3b1a5afb-1da2-416b-8bd7-b3c3e8b1fff6
 

“5억!”(세르주)

연극 ‘아트’는 피부과 의사 세르주(노주현)가 경매로 샀다는 그림 한 점을 보여주며 무대를 연다. 유명 화가가 그린 ‘걸작’이라는데 배경 전체가 흰색이다.

 

또 자세히 보면 가느다란 흰색 대각선이 보인다나 어쩐다나. 오랜 친구 마크(이순재)가 “이 하얀 판때기를 설마 5억원이나 주고 산 건 아니지?”라며 못마땅한 감정을 토해내자, 상처 받은 세르주도 화를 낸다. 물렁해서 자기주장이라곤 없는 친구 이반(백일섭)은 어느 쪽도 편들 수 없어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은 그림”이라고 했다가 점점 진창에 빠진다.

 

‘아트’는 40년 우정이 그림 한 점 때문에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야기다. 5억원짜리 그림은 이 우스꽝스러운 논쟁의 방아쇠일 뿐이다. 세 남자의 허영심과 우월감, 질투와 애증이 연쇄 폭발한다. 장르는 블랙 코미디. 문제의 그림만큼이나 단순한 응접실 무대에서 세 인물의 겉과 속, 위선과 위악, 심리 변화를 흥미롭게 밀어붙인다.

 

이 연극은 방백(傍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무대 위 다른 인물에겐 들리지 않고 오직 관객만 들을 수 있는 대사 말이다. 예컨대 마크와 말싸움에 한창이던 세르주는 ‘딩동!’ 벨소리와 함께 객석을 바라보며 “저 녀석은 항공 엔지니어인데 늘 잘난 척해요. 마음에 안 들면 경멸하고 적대시하는 대단한 지식인이죠”라며 속마음을 들려준다.

 

방백은 관객과 내통하며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준다. 마크가 “넌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껍데기만 보고 있다”고 지적할 때 이반이 “땅콩 먹을래?”로 받는 유머 감각도 훌륭하다.

 

국내 최고령 배우 이순재와 백일섭, 노주현은 라이브 시트콤 같은 능청과 리듬감으로 이 블랙 코미디를 더 달콤하고 상냥하게 만든다. 이순재는 직진하고, 백일섭은 둥글고, 노주현은 얄밉다. 50년 이상 연기 밥을 먹은 배우들의 관록이 묻어나는 무대다. 다만 고령으로 이따금 대사를 놓치거나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 게 흠이다.

 

가로 150㎝, 세로 120㎝ 크기에 온통 하얀 그림 한 점은 아무 말 없이 관객을 빨아들이는 제4의 배우라 할 수 있다. 중반부터는 이 그림이 등·퇴장할 때마다 조건반사처럼 웃음이 번진다. 그림 제목을 ‘하얀 거짓말’로 붙이면 어떨까. 이 풍자극은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은 선의의 거짓말이다.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희곡을 성종완이 연출했다. 국내에서는 배우를 바꿔가면서 오래 흥행해온 연극이다. 세 친구의 성(性)을 바꾼 ‘여자 아트’도 있었다. 이번엔 이순재·백일섭·노주현 ‘시니어팀’ 외에도 최재웅·김재범·최영준·박정복 등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12월 11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1관.

 

 
“흰 판때기가 5억?”… 그림 하나에 40년 우정이 ‘와르르’© 3b1a5afb-1da2-416b-8bd7-b3c3e8b1fff6
“흰 판때기가 5억?”… 그림 하나에 40년 우정이 ‘와르르’© 3b1a5afb-1da2-416b-8bd7-b3c3e8b1fff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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