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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가을, 그 오후의 햇살 본문

😀 Ador 빈서재

* 가을, 그 오후의 햇살

Ador38 2007. 7. 10. 22:57

      * 가을, 그 오후의 햇살

      1 성낸 바람이 자꾸 옷깃을 여미게 한다 날을 잘못 고른 숲길 산책 언제는 바람이 없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은 포근한 나만의 숲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별하여 갈 운명인데도 한사코 매달리려는 낙엽들을 본다 하나같이 마무리 못한 큰 일이 남아 있듯이 버텨도 등 떠미는 바람에게 무슨 소용이랴 낙엽은 제몸에서 떨어�다 2 갈 옷으로 갈아입은 억새가 나를 부른다 무언가 할말이 있는가 보다 저희들끼리는 끝맺음 못한 일이 있는지 부르는 손짓이 점점 빨라진다 이들이 마련해놓은 두어뼘 넓이의 공터에 누웠다 조금은 산만하여도 이들이 소리에 귀기울인다 하나같이 사람사는 동네 애기를 하여 보란다 하나같이 질문들이 똑 같다 하늘의 구름을 불러 세우고 부탁하였다 하늘에서 모두 보아 알테니, 구름에게 물어보게 하였다 3 느릿이 걷는 길은 참 쓸쓸하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무언가 자꾸 걸린다 엉컹퀴 잎새는 매달리고, 들장미 줄기는 잡아 당기고 있다 가는걸 늦추느라 붙잡는데 그걸 모른체하는 것 같아 이제 막, 가시로 찌르려던 참이라 한다 두어시간 전에 부탁 받은 구름이 "나는, 잠깐씩 본 것 뿐이라, 다 알지 못하니 바람에게 물어보라"며 어두운 얼굴로 가버렸단다 바람은 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줄도 모르고..... 4 숲에서 나앉은 바위에 걸터 앉았다 바지에 달라붙어 있는게 이들만이 아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들의 씨앗들 하나씩 떼어 내다가 가시에 찔렸다. 빠알간 아픔이 배어 나온다 심장이 힘껏 응어리를 밖으로 밀어낸다 아픔만이 아닌 걸 아는 들장미가 느닷없는 질문을 해 온다 "그러면, 지금 이루어지도록 해줄테니, 바라는 것 한가지를 애기하라" 한다 무얼 바래야 될까, 한가지라면..... 지금 내게 가장 절실한게 무얼까..... 젊음? 풍요로운 여생? 아이들의 행복? 나의 그리움? 아- 이렇게도 고문스러운 질문이 있었다니..... 5 몸을 흔들며 말을 거는 소리에 눈을 떳다 어두어지는 산속에 홀로 누워있는게 심상치 않아 "괜찮으냐고..... 들꽃 만을 담으려 다니는 길인데 이제라도 고운 것만 가슴에 담으련다"는 장년의 따뜻한 눈빛에, 와락 솟구치는 서러움..... 가슴이 너무도 아파왔다 조금만 더 놔두었으면 하는 아쉬움보다 문득, 바로 전의 꿈속으로 데려가 이 동무에게 그 질문을 주어 소원을 이루게 하고 싶었다 그는, 어떤 소원을 말할까 그리고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영원히 골라낼 수나 있을까..... 6 언제나 포근한 나의 숲 그 정령이 꿈으로 와, 심성을 헤아리는 소원을 물어주는 걸 보니 나와 같이 지금, 홍역을 앓아주고 있나보다 돌아가는 길이 멀다 오염된 세상으로 가야 만 한다 가서, 섞여야 만 한다 하늘을 본다 눈썹구름 달고 솥뚜껑만한 큰달이 읏고 있다 아, 올해는 추석 전 달에 윤달이 있었지..... 다시, 윤 7월이 돌아오려면 언제 쯤 일까 다시 볼 수나 있을까..... 어머니 미소처럼 포근한 저 보름달을..... 0609. 邨 夫 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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