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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더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본문

🌱 Ador 사색. 도서.

* 더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Ador38 2007. 7. 13. 23:31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낭송 : 고은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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