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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잠을 잘 자는 법이라… 본문

🌱 Ador 사색. 도서.

* 잠을 잘 자는 법이라…

Ador38 2012. 5. 8. 14:11


수년간 《어린이좋은생각》, 《좋은생각》, 《행복한동행》 편집부를 거치면서, 남는 것은 매달 손 위에 내려앉는 책과 마음 위에 내려앉는 사람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와 글 인사 나눈 필자분만 해도 수백 명에 이를 텐데요, 그중에서도 무척이나 존경하는 분이 계십니다. 《좋은생각》 필자를 거쳐 《큰글씨좋은생각》 연재 필자로 글을 써 주셨던 P 교수님인데요. 글에서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지혜와 연륜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분도 못나고 모자란 제 글을 좋아해 주셔서, 가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벽을 허물고 틈을 메우곤 합니다.

한번은 《행복한동행》 개편을 준비하다가, 메일로 이런 질문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없던 불면증까지 생겼습니다. 잠 좀 잘 자는 방법 없을까요?” 투정하듯 가볍게 질문하고 잊어버렸는데, 교수님 답변이 명중한 화살이자 명증한 죽비였습니다. 혼자 두고 읽기 아까워 이 자리에 소개해 드립니다.

“잠을 잘 자는 법이라… 잠에 대한 개념을 확 바꾸면 됩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아마 박사 논문 적을 때부터- 생긴 버릇인데요. 새벽에 눈을 뜰 무렵이나 한밤중에 잠시 잠을 깰 무렵 떠오르는 생각이 기가 막힌 것들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가만히 관찰해 보니 첫 새벽 잠시 순간적으로만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그걸 느낀 다음부터는 아예 무슨 일을 해야 할 경우 읽고 생각하면서 일단 머리에 넣습니다. 그런 다음엔 아주 푹 잡니다. 그러면 새벽에 머리가 부팅이 되는 순간 바로 정답이 나옵니다. 그걸 옆에 둔 메모지에다 부지런히 받아 적기만 하면 됩니다.
아참, 아주 중요한 팁! 그 새벽에는 전등을 켜면 안 됩니다. 희뿌연 새벽 어스름에 그냥 종이에 휘갈겨 적으면 됩니다. 전등을 켜면, 사이케가 켠 촛불에 아폴로가 달아나듯이 생각이 순식간에 달아나 버려요. 육안이 보이면서 심안이 죽어 버리는 거죠.
의학적으로는 이것을 시놉시스가 밤사이에 활성화하여 서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것이라고도 해요. 활성화하는 최적의 순간이 새벽, 첫 잠을 막 깼을 때라는 거지요. 그래서 종교에서는 이 시간에 참선을 하고, 명상을 하고, 큐티라는 콰이어트 타임(Quite Time)을 가지지요. 원리는 다 같아요. 그 새벽은 잠이 들어야 오겠지요? 그러니 잠이 왜 안 반갑겠어요.

잠을 반기세요. 잠을 그리워하세요. 잠을 사랑하세요.”

메일을 읽고 난 뒤, 제 불면증이 순식간에 완치(!)된 것은 당연합니다. 사랑하는데, 어찌 그러지 않을 수 있겠어요. P 선생님, 고맙습니다. 이러하니 선생님 앞에서만큼은 언제까지나 어리고 어리석고 싶네요.

글 /《행복한동행》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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