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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띄운 통신 방송용 위성인 올레(구 무궁화) 위성. 이 위성이 있어 한국은 자유롭게 위성통신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동아일보 DB>
2015년 어느 날 김정은이 폭사(爆死)를 한다. 극비로 분류되는 김정은의 예정 동선(動線)을 알아낸 누군가가 몰래 설치한 폭약이 ‘제대로’ 터진 것이다. 최룡해를 비롯한 측근들도 다수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었다. 장성택을 처형한 것이 ‘북한판 12·12사태’라면 이는 ‘북한판 아웅산 사태’라고 할 수 있었다. 2004년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김정일을 위협했던 평북 룡천역 폭발사건과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북한판 아웅산사태
그 직후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는 한국 NIS(국정원)의 공작설, 미 CIA의 공작설, 친중파(親中派)인 장성택 처형에 불만을 품은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주기 위해 국가안전부를 시켜서 한 공작이라는 ‘썰(說)’ 등이 퍼져 나갔다. 물론 숨어 있는 장성택 세력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 보복한 것이라는 설도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평양은 숨죽은 듯이 조용했다. 반면 청진을 비롯한 여러 지방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공산당 간부와 세포의 집을 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두만-압록강을 통한 탈북자는 급증하지 않았으나 중국은 난민 발생을 우려해 북한과의 국경선에 병력을 증강했다. 북한의 몇몇 지방 도시에서는 민주화를 촉구하는 전단이 뿌려졌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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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올 때 일어난 평북 용천역 폭발사고. 폭발 사고 전 용천역 일대를 찍은 위성사진이다.<동아일보 DB>
며칠 후 전방 지역에 있는 북한 ○군단장이 휘하 부대를 이끌고 평양으로 돌진했다. 전방 군단은 다른 군단에 비해 규모가 훨씬 크다. 그만한 덩치의 부대는 전방에 그 부대와 나란히 있는 다른 세 개 군단뿐이다. 그러나 나머지 세 군단은 전선을 지켜야 한다는 임무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계산 때문인지 움직이지 않았다. 따라서 후방에 있는 군단들이 방어에 나서게 되었다. 전세계 정보기관들은 북한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평양 외곽에는 3군단이 포진해 있다. 우리의 수도군단쯤에 해당하는 부대다. 평양에는 우리의 수도방위사령부에 해당하는 평양방어사령부가 있다. 그러나 두 부대의 전력은 떨어진다. 두 부대는 유사시 북폭(北爆)을 할 한미연합공군기를 막는 방공(防空)작전 위주로 편제돼 있어 강력한 기동군인 ○군단의 진격을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소식이 전해진 탓인지 평양에서는 고위급들에서부터 난리가 났다. 그때까지 평양의 분위기는 제1비서를 숨지게 한 범인부터 잡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러한 주장을 강력히 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1비서를 제거하고 숨어 있는 세력이 가장 강력한 차기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숨어 있는 그들은, 누가 적이고 누가 친구인지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군단이 평양으로 진격하고 있다니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군단은 김정은 계열인가, 반(反)김정은 계열인가. 그것 자체가 불분명 하니 3군단도 평방사도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충성)도 아니고 효(효도)도 아니고 내 목숨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독재자가 갑자기 사라진 정권은 목 잘린 뱀처럼 요동만 칠뿐 어떻게 할 줄을 모른다. 3군단과 평방사에서는 ○군단과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장병들이 늘어났다.
북한 내전 심각, “북한 주민을 보호하라”
잠시 후 평남 남부지역에서 양쪽 진영의 충돌이 있었다. 당연히 달려들어 온 ○군단이 승리했다. 그제서야 평양 측은 심각성을 깨닫고 후방에 있는 여타 부대들도 동원하기 시작했다. 방어선은 강력하게 ‘한 번에’에 쳐야 효과가 있다. 여러 부대를 순차적으로 동원하는 ‘축차(逐次)투입’은 방어전에서는 금물이다. 군사지식은 짧고 군사칭호만 높은 평양의 ‘허방’ 지도부는 축차투입을 지시한 것이다. ○군단은 어렵지 않게 그들을 물리쳤다. 이렇게 시작된 내전으로 북한이 혼란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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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에서 훈련중인 군인들. 북한 급변사태가 벌어지면 이들은 통제되지 않는 무장 폭도로 변해 북한 주민들을 약탈할 수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 바람에 도탄에 빠져 있던 북한 주민들만 더욱 심한 도탄에 빠지게 되었다. 패배한 세력의 병사들은 먹을 것을 찾아 주민들을 습격했으니 북한은 무질서 그 자체가 되었다. 그 바람에 압록-두만강을 건너오는 탈북자가 급증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 북한 급변사태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북한 급변사태는 통일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을 엄청난 혼란으로 밀어넣어 우리를 크게 긴장시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긴장한 세계는 주판알을 튀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견일치를 본 것이 무장세력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북한주민부터 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탈북 난민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중국이 가장 강력히 주장했다. 중국이 앞장섰으니 유엔은 이름 하여 R2P(responsibility to people), ‘주민보호 개념’에 따라 북한 안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북한 파병을 인정하게 되었다.
즉각 세계는 한국과 중국에 주목했다. 어느 쪽이 더 많은 군대를 얼마나 신속하게 집어넣는지 지켜보게 된 것이다. 파병 의사를 비친 나라들은 바로 긴급 회담을 갖고 자기 나라 군대가 들어갈 지역을 논의하게 되었다. 한국은 북한과 같은 민족이라는 점과 대한민국 헌법이 북한을 한국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 등을 내세워 가장 중요하고 가장 넓은 지역으로 들어가겠다고 주장했다. 평양이 있는 평남 지역과 황해도 강원도 그리고 함경남도 진주를 강력히 주장한 것.
이에 중국이 맞섰다. 중국은 조중 우호관계를 근거로 평양 파병을 고집하다 평북 주둔으로 물러섰다. 대신 탈북 난민을 위한 수용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했다. 중국은 북한에 잘못 들어갔다가 휘말려 드는 상황을 우려한 것 같았다. 중국의 진짜로 두려워 하는 것은 무장한 북한 군인들이 중국으로 들어와 날뛰는 것이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몰래 중국으로 들어오는 탈북난민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낫다고 본 듯 마지막 순간에 한국에 결정적인 양보를 했다. ‘폭탄’은 한국이 처리하라고 한 것이다.
한국군 평양 진주권 따내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미국이 북한 핵 제거를 해야 한다면 평북 영변 주둔을 고집한 것. 한미간에 일어난 이 마찰은 한국군이 진주하되 미군도 함께 들어가 양국이 핵을 제거한다는 것으로 합의를 보는 것으로 해소되었다. 양강도와 자강도 함북도는 큰 충돌이 적으니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여러 나라 군대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핵실험장과 장거리 로켓 발사 시설에는 미군과 한국군도 함께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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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핵시설 내 방사화학실험실의 위성사진 (좌) / 2012년 4월 8일 북한이 공개한 광명성(은하) 3호 (우). 이러한 시설에는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들어가 장악해야 한다.<동아일보 DB>
그때 일본 자위대 파병이 국제적으로 이슈가 됐으나 한국이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한국은 “북한의 항일(抗日)의식은 한국 이상으로 강하다. 일본 자위대가 진주하면 북한 주민들까지 게릴라로 돌변해 저항해 오히려 사태가 커질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거부하는 파병을 하는 것은 국제 평화를 위한 작전 개념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아냈다. 대신 한국은 일본에 후방지원을 부탁했다. 일본은 북한과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보고, 후방지원을 통한 이익 챙기기로 돌아서기로 했다.
그리하여 미 해군 항모와 상륙모함 함대의 지원을 받으며 한국군이 서해 돌격상륙을 성공시키고, 공지작전 개념에 따라 평양으로 진격해 싸우는 양진영을 분리시켰다. 이어 여타 부대들이 후속 행정상륙을 하면서 장악지역을 넓혀갔다. 한국군 부대들은 북한 주민을 보호하면서 북한주민을 위협하는 북한군은 편을 가르지 않고 제압해갔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북한군 무장해제도 단행했다.
북한군 무장 해제가 가장 중요
내전을 하던 북한 군인들도 굶주림에 지쳐 있었다. 한국군은 무기를 들고 투항하는 북한 군인에 대해서는 충분한 먹을거리를 주겠다고 회유해 양세력 모두로부터 상당한 투항을 받아냈다. 무기도 회수한 것이다. 휴전선에 배치된 한국군 사단들도 같은 방법의 심리전을 펼쳐 건너편 북한 부대를 와해시키고 무장해제까지 완수했다. 휴전선의 북한군 부대가 와해되자 한국은 서해을 통한 보급뿐만 아니라 휴전선을 통한 보급도 할 수 있게 돼 훨씬 쉽게 북한 안정화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예상을 깨고 한국군은 아주 빠르게 담당 지역을 안정화시켜 나갔다. 평양이 안정화돼가자 중국군 등 여타 나라 군대가 주둔한 곳도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빠르게 움직였다. 북한 주민을 구휼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그에 따라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할 민간조직이 북한에 들어갔다. 북한의 전력(電力)망을 개선할 세력과 북한의 농업을 일으킬 기술자들도 대거 들어가게 되었다. 북한에 들어가는 세력은 너무 많아서 열거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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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남한에서 제공한 쌀을 주민들에게 분배하고 있는 북한의 한 쌀 공급소. 북한 급변사태를 안정시킨 다음에는 북한 주민을 규휼하기 위한 대대적인 햇볕정책을 펼쳐야 한다. <동아일보 DB>
그러자 이들과 한국과의 통신이 큰 문제가 되었다. 군은 자체 통신망을 갖고 있지만 민간인들은 그러한 통신망이 없다. 급히 KT와 SKT, LGU+가 따라 들어와 무선통신망을 깔았지만 북한 구석구석에서는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중계기를 까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통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민간 기술자들은 안심을 하지 못해 들어가지 못한다.
하루빨리 도탄에 빠진 북한 주민들을 구휼해야 하는데 통신망이 불비(不備)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정답은 위성전화를 활용하는 것뿐인데 위성전화기의 값이 비싸 쉽게 마련할 수가 없었다. 한국의 올레위성(구 무궁화위성)은 군과 정부 기관이 독점해서 사용하니, 민간인들은 이를 통한 위성통신을 하기 어려웠다. “통신 없는 북한 안정화는 불가능하다!”
통신 없는 북한 안정화는 불가능
류장수 대표가 이끄는 AP위성 통신이 이러한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해답을 제시한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위성전화를 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민간인들은, 쓰던 휴대전화를 갖고 북한에 들어가 한국과 자유롭게 통화하는 것이다. 물론 돈은 좀 들지만. 방법은 간단하다. 이치를 알고 나면 ‘컬럼버스의 달걀’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스마트폰에 위성전화기로 연결되는 앱을 까는 것이 우선이다. 이 앱을 작동시키면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나 와이파이가 작동해 위성전화기로 바로 연결된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케이스에 씌워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위성전화기의 크기는 스마트폰만 하다. 따라서 위성전화기에 스마트폰을 붙이는 케이스를 만들어주면, 스마트폰을 바로 위성전화기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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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기를 위성전화기로 사용할 수 있게해주는 투라야 샛 슬리브 (Thuraya Satsleeve)
스마트폰에서 작동된 앱은 블루투스 등을 통해 자기 등 뒤에 있는 이 위성전화기와 연결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음질을 중시하니 도달거리는 짧아도 음질이 좋은 전파를 사용한다. 반면 위성전화기는 3만6000여km 상공에 떠있는 정지위성과 교신해야 하니 음질은 떨어지더라도 멀리 가는 전파를 사용한다.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의 신호를 잡아낸 위성전화기는 강력한 힘으로 통신용 정지위성과 접촉한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 이용해 위성전화 사용
그 즉시 정지위성은 그 위성을 운용하는 지구국으로 그 전파를 되싸준다. 그 지구국은 그 나라의 통신망과 연결돼 있으니 이 스마트폰을 가진 이는 본국과 통화할 있게 된다. 블루투스 등을 이용해 스마트폰 신호를 위성전화용 신호로 바꿔주면 북한 지역에 들어간 사람들은 자기 스마트폰으로 본사는 물론이고 가족과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것이다. ‘아하 간단하구나!’
AP위성통신은 이러한 위성전화로 ‘샛 슬리브(SAT Sleeve)’를 내놓았다. 위성을 뜻하는 새터라이트(Satellite)의 샛(SAT)에 ‘옷 소매’나 ‘축에 끼우는 것’을 뜻하는 슬리브를 더한 말이다. 샛 슬리브에는 아이폰용과 갤럭시나 G2 같은 안드로이드폰용이 따로 있으니 이용자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에 맞춰 고르면 된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건전지 사용 시간이다. 스마트폰의 건전지 시간은 사용자가 잘 알 것이다. 문제는 샛 슬리브의 시간인데, 샛 슬리브 가동시간은 스마트폰보다 길다. 36시간을 켜놓고 대기상태로 있을 수 있고 통화를 하면 3시간 동안 가능한다. 배터리에 여유가 있어 거꾸로 스마트폰을 충전해줄 수도 있다. 따라서 샛 슬리브를 들고 북한에 들어갈 경우 문제는, 샛 슬리브와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전기시설을 확보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한국의 올레위성 아닌 제3국 정지위성 활용
그러나 일이 이렇게 쉽게 갈 리는 없다. 우리가 띄운 올레위성은 우리 군과 정부기관이 사용해야 하니 유사시에는 회선에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샛 슬리브는 무용지물이 된다. 이럴 때는 ‘궁즉통(窮則通)’의 지혜를 짜내야 한다. ‘방법은 있다.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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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라야(Thuraya) 위성과 발사 모습 <투라야 공식 웹페이지 http://www.thuraya.com/>
3만6000여 km에 올라가는 통신용 정지위성은 현재 넘치도록 많다. 주요 국가들이 위급시에 대비해 경쟁적으로 띄운 탓이다. 정지위성은 적도 직상공의 3만 6000여km에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에 너무 많은 정지위성이 올라가 있어 ‘자리가 없을’ 지경이다. 때문에 우리도 올레위성을, 한반도 남쪽에 있는 적도 직상공이 아닌, 인도네시아 남쪽에 있는 적도 직상공에 띄워 놓고 있다. 올레위성은 우리를 비스듬히 바라보며 통신을 중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가 벌어지면 우리와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바빠지지만 유럽과 중동 남미에 있는 나라들은 그럴 이유가 없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소식만 접수하면 그만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도 정지위성을 갖고 있다. 이들의 위성은 바쁠 이유가 없다. 이들은 비상시 확보해야 하는 부분을 뺀 나머지는 외국 회시에 임대하는 형식으로 회선을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UAE(아랍에미리트연방)이다. UAE는 ‘투라야(Thuraya)’라는 정지위성을 띄워놓고 있다. UAE는 투라야 위성 회선을 판매하는 나라의 대표다. AP위성통신은 투라야 측과 접촉해 이 위성을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북한 지역에 들어간 민간인들이 건 스마트폰은 이 위성을 통해 통화를 한다.
북한 지역에 들어간 민간인이 스마트폰을 걸면 이 신호는 투라야 위성을 통해 UAE 지구국으로 갔다가 국제전화망이나 인터넷 전화망을 통해 한국과 연결되는 것이다. 그 역(逆)도 성립된다. 국제전화망을 사용하니 통신 비용이 매우 비쌀 것이라고? 비싸긴 비싸다. 국내 통신요금보다 여섯 배 정도 많이 나온다고 하니까, 비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위험 지역에 들어가 안전하게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통신 요금이 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겁을 낼 정도로 비싼 것만은 아니다.
우리 올레위성에는 큰 약점이 하나 있다. 우산을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접시 안테나가 있어야 위성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안테나와 연결하지 못한 전화기는 위성통신을 하기 어렵다. 과거에 띄운 통신용 정지위성은 대개 이런 식으로 통화를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안테나 없이 바로 위성전화를 하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동체 위성통신, 영어로는 MSS(mobile satellite service)라고 한다.
투라야 위성이 바로 이 시스템을 채택했다. 따라서 접시 안테나가 없는 샛슬리브 휴대전화와 바로 통화가 된다. 올레위성은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AP위성통신은 투라야와 계약을 맺었다. 정부와 한국통신도 휴대전화를 이용한 위성통신을 생각한다면 MSS 시스템을 채택한 새로운 통신 정지위성을 띄워야 한다. 접시안테나는 작은 것도 15kg 정도 무게가 나가고 가격도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위성전화 품질이 의심스럽다면 순수 위성정화기를 갖고 가도 된다. AP위성통신은 그러한 위성전화기도 내놓았다. 조건은 한국의 올레위성이 아닌 UAE의 투라야위성을 통한다는 것뿐. 이 위성전화기도 MSSS 체제를 탑재했기에 안테나 없이 사용한다.
벌써 일본은 1만5000여대 구입
이러한 위성전화기 시장이 쉽게 열릴 것인가. 정답은 ‘열리고 있다’이다.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은 큰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를 당해 초토화되었다. 그 흔들림으로 유선전화망은 물론이고 무선전화망도 붕괴됐다. 그러한 지역에 소방대와 경찰 군 등 구조대가 긴급히 들어가야 했다. 이어 민간 건설회사들도 복구 작업을 위해 다수의 직원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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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 샌다이 시. 큰 지진으로 통신망이 붕괴된 지역에서는 위성전화가 긴요하다. <사진제공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그때 문제가 된 것이 통신선 확보였다. 일본은 AP위성과 접촉해 위성전화기 1만5000여대를 구입했다. 그때는 샛 슬리브가 나오지 않아 순수 위성전화기를 구입했다. 당장은 후쿠시마 지역에서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국가 재난시 사용할 비상 통신망를 구축하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중기업도 아니고 중소기업인 AP위성은 지난해 3600만 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했다. 세계 위성휴대전화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이러한 기업들이 있기에 우리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응할 수가 있다.
북한 급변사태는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일어날 것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고 했다. 그러나 어떠한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꼭 필요한 것은 있다. 그것을 우리는 미리 준비해놓아야 한다. 이름하여 ‘기획통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준비된 자가 미래를 누릴 수 있다. AP위성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위성전화기는 발상이 참신하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