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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차'의 원조(元祖) 지프(Jeep)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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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짚차'의 원조(元祖) 지프(Jeep)

Ador38 2014. 2. 21. 19:28

'짚차'의 원조(元祖) 지프(Jeep)
'짚차'의 유래

일상에서 우리는 SUV(Sports Utility Vehicle)라는 말보다는 '짚차'라는 말을 훨씬 많이 쓴다. 어쩌면 SUV라는 말을 전혀 들어본 일도 없을 지도 모른다. 때에 따라서는 '스포츠 유틸리티' 어쩌구 말했다간 유식한 척 한다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짚차'라는 말은 4륜구동 차량을 통칭해서 쓰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1톤 트럭을 모두 '봉x', 2.5톤 트럭을 '타x탄', 4.5톤 트럭을 '복x'라는 차의 이름으로 뭉뚱그려 부르는 것과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짚차'에 속하는 차는 의외로 다양하다. 한국 짚차(!)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코란도부터 훼미리, 뉴 코란도, 갤로퍼, 스포티지, 무쏘, 록스타, 레토나, 싼타페, 테라칸, 렉스턴, 쏘렌토 등 쉽게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국산 SUV가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 모두가 그냥 '짚차'로 불린다는 것이다.

'짚차'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은 아마 6.25 사변 때부터라고 생각된다. 그 때 미군들이 한국에 가져온 '지프'를 '짚차'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필자가 초등학생 때 6.25 사변을 다룬 '전우'라는 TV 드라마 시리즈가 있었다. 북한군(그 때는 '괴뢰군'이라고 했다)을 무찌르는 국군의 무용담을 다룬 것이었다. 어느 회에서 끝날 때쯤 주인공 소대장(배우 '라 시찬'이었다고 기억된다)이 북한군을 생포한 뒤, 소대원들에게 "포로를 저 '짚차'에 태워라" 라고 명령했던 장면이 기억 난다. 이 글을 읽는 네티즌들이 필자에게 별 쓸데없는 것을 다 기억한다고 혀를 찰지는 모르지만, 필자에게는 그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지프의 탄생

군용 모델 T
세계사에서는 '한국전쟁'이라고 불리는 6.25 사변이 일어난 1950년을 전후해서 미국의 육·해·공군에서 지프는 이미 기본적인 운송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있었다. '지프(Jeep)'라는 이름도 완전히 정착된 후였다. 그런데 '지프'는 처음부터 쓰여진 이름은 아니었다. '지프'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어떤 것이 정설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들 중 하나는 1930년대 미국에서 인기 있던 만화 '뽀빠이'에 나오던 귀여운 강아지의 이름이 '지프'였는데, 그 이름이 이 차의 애칭으로 불리다가 굳어진 것이라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이 차를 포드에서 개발할 때 다목적(general purpose)으로 개발된 차라고 붙인 이름 GP를 그대로 부르다가 그 말이 변해서 '지프'가 되었다고도 하는데, 모두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들이다.

초기 밴텀 지프
지프가 개발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전이었던 1930년대 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시작은 훨씬 이전인 191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미국은 군 현대화를 위해서 말(馬)과 모터사이클(motorcycle)을 대체할 새로운 차량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을 LRC(Light Reconnaissance Car: 소형 정찰차량), 또는 스카우트 카(Scout car:병력이동차량)라고 불렀다. 이에 따라 기존의 자동차를 이용한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1914년에서 1918년까지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약 2만여대의 포드 모델 T가 군용 차량으로 제작되어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포드 모델 T의 모습을 잘 살펴보면 지프의 형태와 유사한 인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옆의 사진은 포드 모델 T를 개조해서 만든 시제품 차량을 테스트하는 장면이다. 이후 미군은 수 차례 여러 자동차 메이커에 개발을 의뢰하면서 마침내 1940년에 차량의 규격을 확정해서 메이커들에게 발주를 했는데, 그것에 맞추어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의향서를 낸 곳은 아메리칸 밴텀(American Bantam)과 윌리스-오버랜드(Willys-Overland) 뿐이었다. 그런데 실제 차량은 밴텀이 만든 BRC(Bantam Reconnaissance Car)를 바탕으로 1941년부터 윌리스-오버랜드와 포드 자동차가 생산하게 된다.

포드 'GPW(지프)'만의 디자인 요소와 철학

포드는 처음부터 설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미군은 대량생산을 염두에 두고 나중에 포드를 참여 시키게 되었다. 윌리스는 밴텀의 설계를 기본으로 한 모델을 MA라는 이름으로 불렀고, 이후 차체 무게를 300파운드(약136kg) 줄여서 2100파운드(약950kg)로 가볍게 만든 개량형 MB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윌리스는 밴텀이 만든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에, 포드가 제안한 철판을 프레스해서 만든 라디에이터 그릴과 리세스 전조등(recessed headlight)라고 불린 움푹 들어간 전조등을 채택했다. 밴텀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철판을 길게 잘라 여러 번 구부려 용접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공업으로 밖에는 만들 수 없는 형태인데 비해, 포드가 제안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단 한 장의 철판 구조로 한번에 찍어내 만들 수 있는 대량생산개념의 것이었다. 이것은 대량생산방식을 창안한 기업다운 명쾌한 해답이 아닐 수 없다.

지프 헤드라이트
또한 전조등이 움푹 들어가게 설계된 이유는 야간 정비작업 때 전조등을 켜면 엔진룸 안으로도 불빛이 비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 부분에서도 포드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포드가 모델 T를 대량생산하고 대중화시킨 이면에는 단순히 자동차를 많이 만들어 싼값에 팔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쉽게 사용하고 고칠 수 있도록 고안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인데, 지프에서도 그러한 설계 철학이 스며들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네티즌들은 시간을 내어 우리나라에서 완벽하게 복원되어 마치 엊그제 공장에서 출고된 듯이 '멀쩡하게'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MB를 구석구석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포드 GPW
어쨌든 이렇게 만들어진 포드 GPW와 윌리스 MB는 원칙적으로 서로가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거의 같은 모델이었지만, 사소하게 다른 부분도 있었다. 포드는 밴텀을 기초로 자신들이 개발한 모델을 윌리스가 이름 붙이듯 MB라고 하지는 않고, 'General Purpose'라는 의미에서 GP라고 했다. 포드의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그리고 나중에 미군에 납품하기 위해 윌리스 모델과 공통 설계로 만든 모델을 다시 GPW라고 구분했다. 뒤에 붙은 W는 윌리스(Willys)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기본형의 개념이 만들어지고 1941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64만대의 MB와 GPW가 윌리스와 포드 두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들은 추운 소련지방, 비 내리는 유럽, 적도의 남태평양, 열사의 북아프리카 전선에 이르기까지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 곳곳을 누비며 연합군의 기동성을 높여주는 맹활약을 했음은 물론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포드는 GPW 생산을 중단하고 곧바로 민간용 승용차의 생산에 들어갔지만, 윌리스는 군납용 MB 지프의 생산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일찍부터 민간용 지프의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윌리스는 이 때부터 '지프'의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고, 이렇게 나온 것이 CJ(Civilian Jeep) 시리즈이다. 전장에서 지프의 뛰어난 기동성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전역 후에도 지프의 열렬한 팬이 된 것은 물론이다. CJ는 기본적인 형태에서는 MB와 거의 같다. 한편 윌리스는 한동안 일본 미쯔비시도 CJ를 생산하도록 하고, MB의 웨곤형도 닛산에 생산을 허가했다.

전후 윌리스와 지프의 행로

지금은 낯선 메이커 이름이지만, 미국의 승용차 메이커였던 카이저(Kaiser)는 1953년에 윌리스-오버랜드를 약 6천만달러에 인수한다. 당시는 미국에 군소 자동차 메이커들이 많았던 때였고, 각 메이커들은 자신들만의 색채를 가진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때였다. 카이저는 메이커의 이름도 윌리스 모터즈(Willys Motors Inc.)로 바꾸고 1960년대에 들어서는 다른 승용차 모델을 모두 없애고 오직 지프로만 승부를 내려는 생각이었다.

포드 M151 MUTT

이후 군용 지프는 포드에 의해 새로이 개발된 M151이라는 모델로 대체되었는데, 포드가 개발한 이 모델을 다시 윌리스가 생산해서 미군에 공급하는 다소 이상한 체제로 바뀌게 된다. 포드가 개발한 이 차는 이미'지프'라는 이름이 윌리스의 상표로 등록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윌리스가 만들면서도 '지프'라고 부를 수가 없어서 MUTT(Multi Utility Tactical Truck)라고 불렸다. '무트'는 지프와는 달리 라디에이터 그릴이 수평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것과 아울러 약간 각진 형태의 차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MB가 앞·뒤 차축이 모두 고정식 액슬(rigid axle)로 이루어진 화물차 형식의 서스펜션이었던 데 비하여 무트는 모두 독립식 서스펜션으로 되어 있어, 보다 현대화된 개념의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차는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쓰여졌다.

AM 제너럴 허머
1970년대에 들어서는 아메리칸 모터즈(American Motors Corporation)가 윌리스를 1천만 불에 인수하면서 윌리스라는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메리칸 모터즈는 다시 민간용 차량을 만드는 AMC와 군용 차량을 만드는 AM 제너럴(AM General)이라는 회사로 나뉘어져 민간용 CJ 시리즈는 'Jeep'라는 이름으로 AMC에서, 군용은 AM 제너럴에서 생산된다. 그런데 AM 제너럴은 걸프전에서 활약했던 너무나 유명한 거인자동차 허머(Hummer)를 개발한 메이커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허머는 지프의 혈통 속에서 개발된 것이고, 이것은 거의 50년만에 이루어진 지프의 풀 모델 체인지(full model change)라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허머의 앞모습에서 얼핏 MB의 인상이 드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

AMC는 한 때 프랑스의 르노(Renault)와 제휴도 했었지만, 1986년에 지금의 다임러-크라이슬러(Daimler-Chrysler)에 인수되어 'Jeep & Eagle'이라는 디비젼(division)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한국의 지프, 코란도

쌍용 코란도
우리나라에서 지프와 직접적으로 '핏줄'이 닿는 차는 1990년대 초반까지 생산되었던 구형 코란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란도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전에 동아자동차에서 생산되었던 '짚차'는 그 권리를 가지고 있던 미국의 AMC에 로열티를 주고 생산한 모델이었다. 그래서 초기의 동아 '짚차' 앞 펜더 옆면에 'Jeep'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AMC와의 계약이 끝나고 더 이상 'Jeep'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자 나온 이름이 '코란도'이다. 코란도(Korando)는 "한국인도 할 수 있다(Korean Can Do)"라는 말을 줄여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종류와 모양의 4륜구동 차량들을 만날 수 있고, 게다가 외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 어떤 모델은 주문하고 6개월 가까이 기다려야 자동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야말로 이제는 SUV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SUV를 타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 차의 4륜구동 기능을 쓸 일은 일년에 몇 번 뿐이거나, 혹은 거의 쓸 기회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4륜구동 차량에 저토록 '팬'이 많은 것은 4륜구동 차량이 갖고 있는 건강한 야성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다양한 4륜구동 차들이 가진 야성미의 근원이며 조상은 바로 작은 덩치의 'Jeep'인 것이다. 심지어 엄청난 덩치의 거인'허머' 조차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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