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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현충원 레드카펫 위 김정은 조화, 호국영령은 뭐라 할까 본문
[사설]현충원 레드카펫 위 김정은 조화, 호국영령은 뭐라 할까
동아일보
입력 2014-08-20 03:00:00 수정 2014-08-20 03:00:00
그제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DJ) 5주기 추도식에 배치된 북한 김정은의 조화(弔花)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김대중평화센터 등 행사 주최 측은 추도식장 입구 왼쪽과 오른쪽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이 보낸 조화를 각각 배치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는 김정은의 조화 옆에 놓았다. 박 대통령 등의 조화와 달리 김정은의 조화만 유독 북한이 보낸 레드카펫 위에 올려져 따가운 시선을 모았다.
주최 측은 김정은의 조화를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의 조화보다 상석(上席)에 배치한 데 대해 “북한의 현직 지도자인 만큼 의전상 배려했다”고 밝혔다. 다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궤변이다. 김정은은 6·25전쟁을 비롯해 숱한 대남(對南) 침략과 테러를 자행한 북한 3대 세습 독재정권의 최고 실력자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이 아무리 크다 해도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의 반(反)민족적 폭정, 참혹한 인권유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정은의 조화만 레드카펫 위에 모신 것 같은 모습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 조화보다 더 예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 전 DJ 국장(國葬) 때는 이명박 대통령의 조화가 최상석에 배치되고, 김정일의 조화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사이에 놓았다. 이것만 봐도 이번 조치는 김정은에 대한 과공(過恭)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북한이 DJ 측에 김정은의 조화를 받으러 북으로 오라고 부르고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DJ의 둘째아들 김홍업 전 의원이 17일 개성공단을 찾아가 받아온 것도 우리 예법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현충원은 일본제국주의와 북한 공산정권에 맞서 조국의 광복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다 희생된 영령(英靈)들이 잠든 곳이다. 다른 장소도 아닌 ‘호국(護國)의 성지’에서 김정은의 조화가 전·현직 한국 대통령 조화보다 더 대우받은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호국영령들은 어떻게 볼까. 주최 측과 현충원 관계자, 박지원 의원 등 DJ 측 인사들의 입김이 큰 새정치연합은 책임을 통감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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