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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독으로 癌·파킨슨병 치료 길 연다

Ador38 2015. 9. 14. 17:14

벌 독으로 癌·파킨슨병 치료 길 연다

  • 박건형 기자

     

  • 입력 : 2015.09.07 03:05

    [사이언스]

    브라질 말벌 독에서 MP1 분리, 백혈병·방광암 등 암세포 파괴
    정상세포엔 별 영향 미치지 않아… 간손상 완화시키는 벌독 성분도
    여왕벌이 만드는 단백질 이용, 새끼벌에 일종의 자연 백신접종
    동물 질병 예방에 응용할수있어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27일)을 앞두고 전국에 '벌 쏘임' 주의보가 발령됐다. 벌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인 데다, 성묘와 벌초로 산과 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벌은 꿀을 제공하고 꽃가루를 옮겨서 가을의 결실을 보게 하는 이로운 곤충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벌의 독을 이용, 암과 파킨슨병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독(毒)'이 때로는 '약(藥)'이 될 수도 있다는 격언을 벌이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암세포에 구멍 뚫는 '스마트 벌독'

    영국 리즈대 폴 빌스 박사는 "브라질 말벌의 독에서 정상 세포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강력한 성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생물물리학' 최신호에 실렸다.

    빌스 박사 연구팀은 브라질 말벌의 벌침에서 'MP1'이라는 독극물 성분을 분리했다. 이 성분을 세포에 주입한 결과 백혈병, 전립선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세포를 순식간에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세포는 일반 세포와 달리 세포막 바깥쪽에 특정 지질(脂質·물에 녹지 않는 성분)을 갖고 있다. 일종의 방어막인 셈이다.

    새끼벌을 지키는 자연백신 설명 그래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MP1은 암세포의 지질 구조를 만나면 곧바로 이를 파괴해 커다란 구멍을 냈다. 암세포에 구멍이 뚫리면, 생명 활동에 중요한 RNA와 단백질 등의 성분이 빠져나와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다. MP1이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 걸린 시간은 1~2초에 불과했다. 반면 MP1은 지질이 세포막 안쪽에 있는 정상 세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빌스 박사는 "MP1이 정확히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암치료법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벌독이 질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례는 많다. 경희대 한의대 정환석 교수는 벌독이 약물 부작용에 따른 간(肝) 손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 올 3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논문을 게재했다. 벌독에 포함된 'PLA2' 성분을 급성 간 손상을 일으킨 생쥐에게 투여하자 간의 독성 수치가 줄어든 것은 물론, 간 조직의 손상도 억제됐다.

     

    정 교수는 "PLA2 성분이 체내 면역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의 기능을 증강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이 밖에 다발성경화증이나 파킨슨병에서도 벌독의 성분이 병의 진행을 지연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선천적인 예방접종

    벌은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 분야에서도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미국 애리조나대, 핀란드 헬싱키대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한 논문에서 "벌들은 단백질을 이용, 새끼가 태어나기 전에 일종의 자연 백신을 맞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알을 낳는 여왕벌은 벌집을 떠나지 않는다. 일벌들은 꽃가루와 과즙을 모아 벌집으로 돌아와 여왕벌의 먹이인 '로열젤리'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꽃과 나무 등에 붙어 있던 박테리아도 자연스럽게 로열젤리에 섞인다. 여왕벌이 로열젤리를 먹으면 박테리아는 소화된 뒤 '비텔로제닌'이라는 단백질에 붙어 저장된다. 이 단백질은 새끼를 낳는 과정에서 피를 타고 난자로 이동한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벌은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는다. 소화된 박테리아 성분이 일종의 '예방접종'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응용하면 벌은 물론 다양한 동물을 각종 질병에서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헬싱키대 달리알 프라이타크 박사는 "동물이나 곤충에 무해한 백신을 만들어 어미나 여왕벌이 먹도록 하면, 새끼는 태어나면서부터 면역력을 갖게 돼 치명적인 질병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어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등 알로 번식하는 모든 종류의 동물은 비텔로제닌을 갖고 있는 만큼 같은 원리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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