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가 이번에 우리나라에 부여한 AA-등급은 이른바 ‘더블A’로 불리는 등급의 가장 밑 단계로, 1995년 이후 무려 20년만에 더블A 등급으로 재진입한 것이다.
S&P는 95년 5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올린 뒤 이후 외환위기의 징조가 보이던 97년 10월 24일 A+로 내렸고, 이해 12월 22일에는 B+까지 내렸다. B+는 AA-보다 10단계나 낮은 것으로 S&P는 현재 케냐나 엘살바도르 등에 대해 이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긴 우리나라는 경제가 살아나면서 다시 신용등급이 상승해 2012년 9월 14일 S&P는 A+까지 등급을 올렸지만, 남북 대치 국면 등을 이유로 예전 최고 등급(AA-)으로의 상승은 지난 3년 간 허락하지 않았다.
반면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피치의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좀더 긍정적인 평가를 해 이미 2012년에 각각 Aa3와 AA-를 부여해 외환위기 이전의 등급을 회복시켰다.
◆ 일본을 앞선 우리나라 신용등급
이번 상승으로 우리나라 국가신용 등급은 중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내용을 보면 오히려 중국, 일본에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우선 S&P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똑 같이 AA-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negative)이어서 같은 등급을 받으면서 전망이 안정적(stable)인 우리나라보다 내용면에서도 못하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6∼24개월 사이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16일 S&P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AA-에서 A+로 한 단계 전격 강등했다.)
무디스 기준으로는 이미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Aa3를 받아 일본(A1)을 앞섰다.
중국과 비교해서도 우리가 내용적으로 좋다. 무디스 기준으로는 중국과 같은 등급이지만 신용등급 전망은 우리만 긍정적(positive)다. '긍정적'이라는 의미는 앞으로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피치의 평가로는 우리나라가 한중일 중 가장 높다. 한국만 AA-를 받아 중국(A+)보다는 한단계, 일본(A)보다는 두 단계 높은 등급이다.
기획재정부 김성욱 국제금융과장은 “이번 등급상향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모두 AA등급을 부여받아 선진 경제로 인식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S&P가 밝혔듯이 한국이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바탕으로 꾸준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 갈 길이 먼 국가신용등급
비록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일본과 중국과 유사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유럽이나 호주, 미국 등의 최우량 국가와의 격차는 아직 많다. 아시아에서도 홍콩과 싱가포르는 무디스(Aaa)와 S&P(AAA)로부터 최고등급을 받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국, 호주 등도 우리보다 2~3 단계가 더 높다.
캐나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독일, 룩셈부르크, 스웨덴, 스위스, 호주, 싱가포르 등 부유국들은 무디스와 S&P기준으로 최고 등급을 받고 있다.
미국은 무디스에서는 최고 등급을 받고 있지만, S&P로부터는 2011년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 당한 뒤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무디스와 S&P기준으론 우리나라와 칠레, 타이완, 사우디가 등급이 같다. 단 피치 평가로는 사우디가 우리보다 한단계 높고, 대만과 칠레는 우리보다 한 등급 낮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지정학적인 위치가 불안한 이스라엘의 경우 무디스와 S&P기준으로 모두 한계씩 우리나라보다 신용등급이 낮다.
◆ 아프리카 최고 우량 국가는?
국제신용평가 기관들이 좋은 등급을 주는 나라들은 주로 유럽과 오세아니아주에 몰려있다. 소득수준이 높고 정치와 사회가 안정돼 있는 나라들이다.
반면 가장 낮은 등급을 부여받은 나라는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아프리카 국가중에서는 8개 국가 정도가 신용등급을 부여 받고 있는데 대부분이 B등급을 받고 있다. 남아공, 케냐,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세네갈 등이 모드 B등급에 머물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나라가 '보츠와나' 라는 다소 생소한 국가다. 무디스(A2)와 S&P(A-)부터 A등급을 받고 있다. 남부 중앙아프리카에 있는 이 나라는 서쪽으로는 나미비야, 동쪽으로는 짐바부웨와 접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산업이 발전했는데,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는 달리 종족간 갈등이 없고 민주정치가 잘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국가신용등급이 높으면 어떤 혜택이 있을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과거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이 한단계 올라가면 우리나라 민간회사들이 발행한 외화채권의 가산금리가 10~20bp(1bp=0.01%)내려가는 경향을 보였다.
즉 올 6월말 기준 총외채가 4206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가 신용등급 상승으로 연간 약 4000만~8000만 달러의 이자 비용이 감소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