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번에 훅 날아간 장기 혜택 할인..이통사 대리점, 수수료 챙기려고 소비자 몰래 신규 가입 유도

[단독] 한번에 훅 날아간 장기 혜택 할인..이통사 대리점, 수수료 챙기려고 소비자 몰래 신규 가입 유도

심민관 기자 입력 2016.11.24 06:02 수정 2016.11.24 09:41 댓글 17개

 

 

“전 10년간 이동통신사를 바꾼 적이 없는 걸요. 그런데 왜 제가 할인을 못 받는 거죠?”

조선일보DB

LG유플러스를 10년간 사용해 온 주부 김모씨는 장기 가입자 할인 혜택을 받고자 가까운 대리점을 찾았지만, 할인을 받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신규가입(통신업계에서는 재가입으로 표현)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24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번호이동을 하지 않고 한 이동통신사 서비스를 10년 가량 꾸준히 이용했지만 장기 가입자 할인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점이나 유통점이 이동통신사로부터 수수료를 더 얻기 위해 기기만 변경하는 가입자를 신규 가입자로 둔갑시켜 등록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 장기 가입자 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안내를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K텔레콤(017670)은 가족사용 연한을 모두 합쳐서 30년이 넘을 경우 50% 요금할인을 가족 구성원 전원에게 적용하고 있다. 20년 이상 30년 미만인 경우 30%, 10년 이상 20년 미만의 경우 20%, 10년 미만의 경우 10%의 요금할인이 각각 제공된다.

LG유플러스(032640)는 7년 이상 사용한 장기고객을 대상으로 7% 추가 요금할인을 해주고 있다.

KT(030200)는 9년 이상 이용한 고객에게 멤버십 포인트 3만점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신규 가입으로 처리되면, 이런 혜택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 몰래 신규 가입으로 처리하는 대리점들

신규 가입으로 처리돼 장기 가입자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된 김 씨는 “한 통신사를 10년이상 이용했는데도 장기 가입자 할인을 받지 못한다는 안내를 받고 확인을 한 결과 신규 가입으로 처리돼 있었다”며 “대리점에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규가입자 직장인 강 모씨는 “기기변경 가입자인데, 왜 (신규) 가입신청서를 왜 써야 되냐고 물었지만, 대리점 측에서는 ‘절차’라고 설명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동통신 대리점 한 관계자는 “대리점은 신규로 가입자를 유치하면, 가입자의 통신료 중 일부를 수수료로 매달 챙기게 된다”면서 “이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 기변 가입자를 신규로 재가입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 가입시 장기 가입자 할인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안내하는 대리점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일부 대리점 중에는 전산시스템에 그냥 신규로 등록해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조선비즈는 기변을 했는데 재가입이 돼 있어서 10년간 LG유플러스를 이용했음에도 장기 가입자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작성한 가입신청서를 확보했다. LG유플러스는 기변 및 재가입 신청서를 하나의 용지에 사용하고 있어 대리점에서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 심민관 기자

◆ LG유플러스가 가장 취약

이통3사 대리점 수수료 정책을 확인한 결과, LG유플러스의 정책이 악성 대리점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경우, 2010년부터 가입자가 대리점을 바꿔 기기를 변경한 경우, 해당 대리점이 수수료를 받도록 했다. 가령, 가입자가 A 대리점에서 B 대리점으로 이동한 경우 B 대리점이 수수료를 챙길 수 있도록 했다. KT의 경우도 대리점이 기기 변경 가입자의 수수료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반면, LG유플러스는 가입자가 B 대리점에서 기기변경을 하게 되더라도 애초에 가입했던 A 대리점에서 수수료를 받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 대리점들이 기기 변경 가입자를 신규 가입자로 바꿔 등록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대리점 수수료 정책과 관련해서는 본사 차원에서 2010년부터 기변 대리점이 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전액 받을 수 있도록 조정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본사에서 적발시 받는 불이익이 신규 가입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매우 크기 때문에 현장에서 기존 가입자를 신규 가입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면서 “또한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정책적으로도 기변 대리점에게 수수료의 일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대리점 수수료 정책 변경은 없었지만 본사 차원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감시와 관리활동을 철저히 해오고 있다”며 “적발 시 엄중한 처벌 조치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 나도 모르는 신규 가입? 등록조작 용이하게 만든 가입신청서도 문제

이통사 대리점이 가입자 몰래 기변고객을 신규가입으로 등록시킬 수 있는 것은 가입신청서 양식과도 관련이 있다. 기변과 신규가입 신청서를 하나의 용지에 작성하게 하고 기변인지 신규 가입인지 체크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악성 대리점은 가입자가 가입 양식 작성을 끝낸 뒤 기변 대신 신규가입에 체크하거나 기변에 체크된 표시를 수정액으로 지운뒤 신규 가입에 체크하기도 한다.

이통 3사 가입신청서 양식을 확인한 결과 SK텔레콤과 KT는 별도 용지에 각각 기변과 신규가입 신청서를 두고 있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하나의 용지에 신청서를 작성한 뒤 기변과 신규가입을 체크하게 돼 있었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대표는 “별도 서식을 두지 않고 하나의 용지에 기변과 신규가입 신청서를 담았기 때문에 쉽게 조작이 가능하고 가입자들도 자신도 모르게 신규 가입으로 처리되는 것”이라며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가입신청서를 쓸 때 신청서를 각기 다른 용지에 쓰도록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조작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와 관련 실태 조사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법무법인 디딤돌 변호사는 “약관 규제법상 고객에게 불리한 계약은 무효”라며 “통신사를 바꾸지도 않았는데 재가입이라는 형태의 계약을 별도로 둬서 고객이 장기 가입자 할인을 받을수 없게 한 것은 소송으로 무효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결국 재가입 계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재가입으로 장기 가입자 할인을 받지 못하게 된 고객도 할인 혜택을 받아야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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