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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Special Report]페북, 축구장 7개 ‘원룸 사옥’… 소통-협업 최적 본문
[DBR/Special Report]페북, 축구장 7개 ‘원룸 사옥’… 소통-협업 최적
Ador38 2016. 12. 12. 13:05[DBR/Special Report]페북, 축구장 7개 ‘원룸 사옥’… 소통-협업 최적
조진서기자 , 전경진 퍼시스 책임연구원
입력 2016-12-12 03:00:00 수정 2016-12-12 03:00:00
건강과 업무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무환경개선 전략
2015년 9월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생방송을 하며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완공된 새 사옥을 소개했다. 저커버그는 직원들이 팀별로 얼굴을 맞대고 모여 일할 수 있도록 내벽을 없앤 개방된 공간을 만들었다. ‘거대한 원룸’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신사옥은 축구장 7개 규모(약 4만 m²)다. 하나의 층을 사용하는 개방형 오피스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다. 사장실도 따로 없다. 저커버그도 일반 직원들 사이에 책상 하나를 놓고 함께 근무한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해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통로가 직선이 아니라 부드러운 곡선이라는 점이다. 또 중간중간 적절하게 회의실과 휴식 공간, 집중 근무 공간, 각종 소품 등이 배치돼 있었다. 개방형 오피스의 장점은 유지하되 집중과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업무 공간이 너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페이스북처럼 사옥을 세심히 설계하고 내부 구조를 조정해 구성원들의 건강과 업무 효율을 동시에 챙기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14호에 실린 ‘건강한 오피스를 위한 사무환경 개선 전략’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개방과 폐쇄를 선택할 수 있는 오피스
2000년대 들어 사무환경 분야에서 유행했던 트렌드는 ‘오픈 오피스’였다. 사무실 내부의 벽과 칸막이를 없애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면 함께 앉아 일하기 좋다.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비용도 절감된다. 그런데 단점도 만만치 않다. 보안이 필요한 업무, 집중해야 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소음이 스트레스가 된다.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업무 종류와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개방형이나 폐쇄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퍼시스가 세계적 건축설계 및 오피스 디자인 업체 겐슬러와 함께 사무직 근로자 4000여 명을 조사했더니, 구성원들이 그날의 업무 형태와 컨디션에 따라 자율적으로 폐쇄형과 개방형 공간을 선택할 수 있게 했을 때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고 스트레스 지수는 낮아졌다. 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나왔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동북부지사 사무실을 마련한 GS리테일이 이런 철학으로 사무실을 꾸몄다. 이 회사 영업직군 직원들은 월요일에는 사무실로 출근하지만 다른 날은 각자 담당하는 영업 현장으로 출근하곤 했다. 경영진은 이런 업무 특성을 반영해 공간 구획을 쉽게 변경할 수 있는 무빙월(moving wall)과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이동식 책상을 배치했다. 월요일에는 수십 명이 들어가는 대형 회의실로 쓰다가 다른 날에는 소규모 회의실 혹은 개인별 업무 공간으로 재조정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또 조망이 좋고 천장이 높아 쾌적한 느낌을 주는 자리에 편안한 소파와 계단형 의자를 놓고 ‘창의협업공간’으로 꾸몄다. 일반적으로 고위 임직원의 오피스로 사용되는 공간을 모두에게 열어준 것이다.
○ 인체공학 가구, 사주기만 해선 안 된다
최근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건강 문제가 여론의 조명을 받자 일어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서서 일하면 금방 피로해진다. 그래서 앉아서 일하다 서서 일할 수도 있는 높이 조절 책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페이스북 미국 본사를 비롯해 국내에선 한국코카콜라, 네슬레코리아 등도 이런 책상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좋은 책상과 의자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용자가 가구의 기능과 효용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이다. 인체공학적 사무용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다양한 자세를 취해 가면서 일해야 한다. 지금 자신이 앉아있는 사무실의 의자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사무용 가구도 사용자가 자신의 체형에 맞게 조절하고 때때로 자세를 바꿔가며 일해야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비싼 의자나 책상을 사준 다음 조직원들이 알아서 이를 활용하기를 기대하지만 말고, 회사 차원에서 인체공학적 가구 활용법을 적극적으로 교육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식물 배치는 스스로 하게 하라
직원들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감성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추세다. 사무실에 식물을 많이 가져다 놓거나 부드러운 재질과 디자인의 가구를 배치해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사소한 부분들, 예를 들어 책상 서랍 손잡이에 부드러운 옷감 재질을 입히는 것만으로도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시애틀에 ‘바이오스피어(생물권)’라는 신사옥을 짓고 있다. 3000종 이상의 식물을 들여놓아 도심 속 아마존 정글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설계를 맡은 건축설계회사 NBBJ는 “나무로 가득한 바이오스피어를 걷다 보면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도 식물을 배치한 사무환경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가 있다. 90cm 높이의 잎이 넓은 식물을 사무 공간 곳곳에 배치했다. 평균 책상 5개당 식물을 3개씩 배치하되 어느 자리에서도 적어도 2개가 시야에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실험 결과, 식물이 배치된 오피스는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증진시켜 생산성을 15%까지 높여준 것은 물론이고 식물 없이 질서정연하게만 정리된 업무 공간에 비해 사무환경 만족도를 40%나 향상시켰다.
더욱 흥미로운 실험 결과도 있다. 영국 카디프대와 엑스터대 등의 연구진이 사무직 회사원 2000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2014년 발표한 논문이다. 이들은 사무실을 세 종류로 구성했다. 꾸밈 없이 단순하게 정돈된 사무실, 식물과 소품으로 잘 꾸며놓은 사무실, 그리고 식물과 소품을 각 직원 선호에 맞게 배치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한 사무실이었다. 식물과 소품을 활용해 집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꾸민 사무실은 직원 생산성이 17% 높게 나타났으며 자율성까지 부여한 경우는 생산성이 32%까지 높아졌다.
누구나 자기가 속한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 그 안에서 하는 일에도 덜 집중하게 된다. 반면 공간이 잘 꾸며지고, 그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자율권을 갖게 되면 좀 더 큰 만족감과 소속감을 느낄 뿐 아니라 더욱 생산적으로 일하게 된다. 한국 기업들도 사무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식물을 적절히 배치하는 추세다. 이때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서 배치할 것이 아니라 해당 공간에서 근무하는 조직원들에게 직접 식물과 소품을 선택하고 배치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면 같은 비용으로 훨씬 큰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경진 퍼시스 책임연구원 by-jun@fursys.com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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