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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묵은지 박원순 서울시장 본문
[여성조선] 묵은지 박원순
입력 : 2017.01.14 18:30
김치는 묵을수록 맛있다. 혹자는 말했다. 배추는 다섯 번 죽어야 김치가 된다고. 땅에서 뽑힐 때 한 번, 통배추의 배가 갈라질 때 또 한 번, 소금에 절여지면서 다시 죽고, 양념을 무치며 또 죽고, 마지막에는 독에 담겨 땅에 묻힐 때 죽는다고. 박원순도 마찬가지다. 어림잡아 그쯤 죽었다. 변호사 박원순, 검사 박원순, 시민운동가 박원순…. 그렇게 김치가 됐고, 오랫동안 숙성돼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이 됐다. 비로소 묵은지가 됐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내 삶을 바꾼 첫 번째 시장’을 슬로건으로 내건 게 벌써 5년 전이다. 2016년 12월 22일을 기점으로 사상 최장 서울시장이 된다. 정작 그는 최장이라는 타이틀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지난 12월 16일 시장실을 찾았다.
12월 22일을 기점으로 최장수 서울시장이 됩니다. 역사적인 날이네요. 물론 그전까지 하야하지 않는다면요.(웃음)
(보좌관들을 보며) 하야를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요?(웃음) 서울시 공무원들이 하도 내가 깐깐하게 하니까….
소감 좀 얘기해주세요.
실감이 안 나죠. 세월이 너무 빨리 가니까. 벌써 5년이 넘은 건데…. 이 일(시정)이라는 게 구상단계서부터 실현되기까지는 세월이 상당히 걸립니다. 일반 개인 기업도 아니고 이런 큰 공공기관에서는 서울시장이 아무리 결정권자라고 하더라도, 구상부터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 적격성, 타당성을 따지는 과정이 여러 가지 있거든요. 예산 같은 경우도 오늘 내가 편성한다고 바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내년부터 적용이 되고요. 이런 구조들이 있으니까 시간이 상당히 걸리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5년은 해야죠. (제가 한 사업들도 비로소) 내년 초에 많이 나타나기 시작해요.
어떤 게 나타납니까? 자랑해주세요.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이 내년 4월, 꽃피는 봄이면 짠하고 나타납니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마곡에는 아시아 최고의 식물원 일부가 오픈하고요, 그리고 6월 정도 되면 세운상가가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서울시민으로서 흥분이 되는데요.
흥분하실 것까진 없고요.(웃음) 어제(12월 15일)는 동부간선도로의 지하화로 중랑천에 여의도 10배 규모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게 2026년에 완성이 돼요. 이런 것들을 5년에 걸쳐 구상하고, 민자 받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어제 발표한 거거든요. 이렇게 큰 프로젝트들은 시간이 좀 걸려요. 저는 그렇습니다. 단순히 프로젝트의 규모가 크고 작은 걸 넘어서서 미래 도시에 대한 비전과 철학이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세운상가 데크를 통해서 종로부터 남산까지 연결하고, 서울역 고가에서 남대문시장, 충무로 거쳐서 남산으로 연결하고…. 내년에는 또 2만 대의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나옵니다. 지금은 5천 대인데, 4배로 많아지는 거죠. 서울시 전역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보행친화도로 도시가 되는 겁니다.
자전거도로는 잘돼 있습니까?
위험하지 않으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도쿄에는 자전거도로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곳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든요. 자동차와 자전거가 도로를 공유하는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죠. 이런 게 도심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거고요.
내년도 서울시 예산(29조6천5백25억)이 공개됐습니다. 이 중 영유아 보육료, 양육수당 등 사회복지 예산(8조6천9백10억원)이 가장 많았는데요.
제가 우리 사회에서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 중 하나가 국가책임보육과 성평등 문제입니다. 저는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반드시 실행할 겁니다. 여성들이 자녀양육에서 자유로워져야 마음껏 일할 수 있고 경력이 단절되지 않으며, 자기 계발 시간도 가질 수 있잖아요? 국가책임보육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성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 열쇠죠. 그간 보육을 위해 국공립어린이집을 1천4백17개소(인증 기준)까지 늘린 데 이어, 2017년도에도 300개소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민간어린이집에 다니는 경우, 무상보육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보육비용(5만~6만3천원)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이미 올해 차액보육료 중 38.6%를 전액 시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 자치구와 협의해 2020년까지 전액 지원해 완전한 무상보육을 실현할 계획입니다.
# 작은 것을 못 하면 큰 것도 못 한다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하나다. 좀 더 큰 그림을 물었다. 그는 “작은 실천이 없는 사람은 큰 그림도 그릴 수 없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어제(12월 15일)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얘기가 나왔어요. 국정농단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고 보거든요.
근데 이미, 내가 사찰당할 때는 아무 말도 안 하다가…. 허허. 이건 농담이고요.
그 얘기 합시다. 시장님 사찰당한 얘기 좀 합시다, 그러면.
박원순 제압 문건이라는 게 이미 이명박정부 때 나왔고요, 며칠 전에도 김영한 민정수석 메모에 나왔잖습니까. 지난번 선거 때 농약 급식 관련해서 일종의 사찰, 내지는 지시한 게 나오잖아요. 새누리당에서는 박원순 저격 특위도 만들고 아무튼 지난 정부 때 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어요. 사찰이라는 건 독재정권의 망령이잖아요. 말하자면 정적(政敵)이라고 하는 게 실제로 적은 아니잖습니까. 대화와 타협, 협력으로 함께 국정을 논해가야 하는 파트너이죠, 그걸 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박근혜정부 때도 (사찰이) 있었다고 보는 거죠?
방금 그 얘기죠. 지난 선거 때가 2014년 때죠? 그때도 청와대가 관여한 게 나오잖아요. 그게 한두 건 정도 나온 것 같은데, 앞으로 더 나올 거예요. 나에 대해서도.
그럼 대법원장 사찰 얘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겠네요?
네. 저는 아직도 더 많이 터져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나에 대해서도 그런 게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터져 나온 게 굉장히 비정상이잖아요. 보통 일반 시민들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지 않아요? 이것은 진짜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것이죠?
누구 입장에서도 이해 안 돼요.
그렇죠.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해가 안 되겠죠.
이건 진짜 옛날 군사독재 시절에 있던 얘기죠.
근데 <여성조선> 독자들이 이런 내용에 관심이 있을까요?
중요한 문제예요, 이건. 독자들도 알아야죠. 대통령 되시면 사찰은 안 하실 겁니까?
우리 박종진 앵커는 사찰을 해야겠네요. 허허.
하하하.
허허허. 그러니까… 중요한 건 이겁니다.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쓰지 않는 것. 그게 사실은 권력의 위엄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진나라 말기의 장군 한신이 정작 동네 불량배들 가랑이 밑으로 들어갔다는 일화가 있잖아요. 한 칼에 혼낼 수 있지만, 그런 데다 쓰는 게 권력이 아니란 말예요. 권력은 정말 큰 전쟁에서나 쓸 그런 힘인데, 왜 자기 국민들한테 쓰느냐는 거죠.
권력은 갖고는 있되, 쓰지 않는다. 제목 나왔네.
칼집에 늘 칼을 넣고 다니는 그 자체가 위엄이잖아요. 근데 막상 칼을 휘두르면 피해자도 생기고, 위엄은 사라지는 거예요.
또 하나, 매관매직 얘기도 나왔잖아요. 7억원을 준 부총리급. 이런 분들은 빨리 옷 벗어야 되는 거 아녜요? 2016년에 어떻게 매관매직이 있을 수 있어요.
부정부패나 매관매직이라는 게 그 자체도 문제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그 자리에 있어 최적의 인물이 채용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거든요. 공정한 과정을 거쳐 가장 적합한, 최적의, 그야말로 적재적소의 인물이 채용돼야 되는데 그 얘기는 정말 적합한 인물이 배제된다는 의미인 거죠. 달리 말해 그 공직, 그 직위, 그 직책, 그 직무가 훼손된다는 의미인 겁니다. 서울시에도 과거에 그런 일이 없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인사청탁. 저는 다른 건 용서해도 인사청탁을 하는 사람은 안 봐줘요.
서울시는 인사청탁만큼은 용서하지 않는다?
청탁하면 본인도 손해 보는 거예요.
돈 7억 갖고 오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보좌관을 보며 농담조로) 7억 갖고 오면, 받아요…. 물론 농담이고요, 자기 스스로 프로모션하고 다니는 사람 있잖아요. 나한테 스스로, 또 누굴 통해서나 우리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승진 좀 해야 되는데 어쩌고 하는 사람은 일단 ×표 쳐놓고 봐요. 왜 자기 스스로 그런 말을 합니까. 사람들이 다 알죠. 특히 공직은 평가 시스템이 있거든요. 그러면 자기가 평가를 잘 받으면 되는 거죠. 스스로 그런다는 건,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거예요.
서울시정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한 질문을 한 것 같네요.
사람들이 다 알아요. 특히 요즘은 초미의 관심을 갖고 보고 있는데, 거기 엉뚱한 사람이 오고 그런다는 거는 말이 안 되죠.
서울시는 걷기 좋은 도시, 환경친화적인 도시 이렇게 방향을 잡고 계십니다. 대통령이 되시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로 구상하고 계신가요?
시켜줘야 그다음에….
본인이 그리는 그림을 얘기해야 시켜주죠.
딱 보면 알잖아요. 허허허. 서울시처럼만 하면 되죠. 저는 대한민국이 완전히 길을 잃었다고 생각해요. 지난 보수정부 10년, 민주정부 10년, 도합 20년을 저는 방황의 계절이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보수정부는 민주주의랄지 기본 국가의 방향을 완전히 오도했고요, 아까 사찰얘기도 나왔듯이. 민주정부는 민주화는 일으켰지만, 국민의 먹고살 거리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산업화, 민주화에 성공했다고 하지만 민주주의는 일상의 삶 속으로 착근되지 못했고, 경제는 지금 완전히 절벽에 매달린 상태입니다. 과거에 우리가 자랑했던 조선, 철강 산업이 다 최악의 위기에 몰려 있잖아요. 그 말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통찰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거거든요. (박 시장은 인터뷰 중간중간 보좌관에게 책꽂이의 특정 부분을 가리키며 ‘거기에 관련 자료가 있다’고 빼내 올 것을 요청했다.)
어디에 뭐가 꽂혀 있는지 다 아시네요. 직접 다 해놔서. 꼼꼼한 건 워낙 유명하니, 그 외에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까?
의외로 귀엽다는 말…. 친근하다는 말이겠죠? 아니면 놀리는 말인가요? 허허허.
최근에는 ‘묵은지 원순’이라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 제가 묵은지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처음에 누가 만들어줬어요. 자세히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고구마 재인, 쌀밥 희정, 묵은지 원순, 사이다 재명이라고 ‘민주한상’이라는 글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제가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딴 건 모르겠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치를 먹어야 하잖아요.(웃음)
말이 나와서 얘긴데, 문재인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어떻게 보십니까?
그것보다는 좀 더 큰 논의를 하시지요….
자잘한 것도 하나 하시고 넘어가죠. 그럼 이재명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에이, 그건 본인이 답을 갖고 나한테 질문하는 건데 내가 그런 데 넘어가나…. 명색이 최장수 서울시장인데. 허허.
몇몇 저명한 분들은 문재인 대표가 빠져야 한다, 이런 얘기도 합니다. 문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는 민주당이 정권을 못 잡을 수도 있다는 건데요, 또 대통령을 재수한다는 게 있을 수 있느냐는 얘기도 나와요. 그건 YS나 DJ 때나 있었던 일이고.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20년간 10년씩 교체된 진보·보수 정권의 귀결점이 국가적 위기이지 않습니까. 온 국민이 갈망하는 건 박 대통령 한 사람의 탄핵이 문제가 아니고 과거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가, 정말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갈망이 서려 있다고 나는 생각해요. 그건 친문, 반문도 아니고, 진보와 보수도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어떤 국가체제를 만들어야 되는 단계인 거죠.
대한민국 수장이 되시면 우리나라 경제 방향은 어떤 식으로 가실 겁니까?
첫째는 돌아보기를 해야 합니다. 왜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는지. 둘째, 둘러보기입니다. 외국을 둘러보면 됩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최고의 국민소득과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컨대 이런 게 있습니다.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있어요. 싱가포르 투자청은 거의 기업 수준이에요. 굉장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매년 감사하죠, 매년 국회가 또 상임위 불러서 혼내죠. 그러니까 단기적인 것에 투자할 수밖에 없어요. 체제에 문제가 있어요. 이를테면 회계제도도 바꾸자는 거예요. 1년에 한 번은 안 돼요. 그래서 불용예산이 많이 생겨요. 막상 하자고 해놓고, 아닌 것 같은 게 상당히 생기거든요.
그래서 보도블록 다 갈아 끼우잖아요.
글쎄, 그러니까. 나는 중간에 그 추경예산을 본격적 규모로 한 번 더 하자는 거예요. 그게 바로 영국의 회계시스템입니다. 장하준 교수한테 들은 거예요.
대통령이 되면 예산 두 번 한다?
제가 지금 거대한 트렌드와 거대한 비전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러니까 대한민국도 그렇게 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니, 내 얘기는 둘째 치고 그렇게 가야 된다는 것이죠. 셋째는 내다봐야 합니다. 내다보려면 통계를 보면 알아요. 예를 들어 서울시의 싱글, 1인가구가 24%인데 이게 계속 늘어납니다. 저출산의 원인이기도 하죠. 이것에 따른 산업의 변화랄지, 정책의 방향이 어떻게 되어야 할지 딱 알 수 있는 거죠. 그리고 고령화가 지금 얼마나 심각합니까. 고령화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서울시에는 210만 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어요. 예비 노인들이죠. 이게 만약에 그대로 노인으로 전환된다면 서울시는 무거운 짐을 안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짐이 되지 않도록, 이분들이 스스로 창업하고 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50+재단과 50+캠퍼스를 만든 겁니다.
돌아보기, 둘러보기, 내다보기. 제가 딱 외웠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게 결국 사회적 점쟁이가 되는 거예요. 세상이 어떻게 바뀔 건지 다 알게 되죠.
탄핵돼서 모든 대선 일정이 흐트러져 있잖아요. 시장님한테 굉장히 불리하게 돼 있어요, 지금. 제가 볼 때는.
지금 나라의 운명과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서 무슨 유불리를 그렇게 따져요, 참.
일정 자체가 지금 굉장히 어지럽….
여성들이 관심 가질 만한 질문을 하시는 게 좋겠어요, 이제는.
# 아내와 별거설, 가장 황당
“감히 다시 만나자고 할 염치조차 없지만 그래도 당신 덕택에 내가 이 세상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었으니 나로서야 또 만나자고 할 형편이오. 어떡하겠소? 다만 이 모든 것을 용서해주오.”
―2002년 아내에게 보낸 공개유언장 中
그럼 가족 얘기를 좀 해볼까요. 아무래도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위치에 계시다 보니까 제기된 의혹이 참 많았죠. 그중 가족과 관련해 가장 황당했던 의혹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뭐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가장 황당한 주장은 아내와 내가 별거한다는 거였어요. 아내와 그 루머를 함께 보고 “우리 언제 별거했지?” 하고 크게 웃은 적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얘기가 많이 들리는데, 뭐든지 긍정적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러한 견제는 나의 진가가 드러나기를 두려워하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족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도 제 책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응을 하고 있는데, 네거티브한 일에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물론 시의회나 언론의 정당한 비판은 적극 수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가족분들 근황은 어떤지요?
각자 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12월 25일이면 결혼기념일이어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알아보니 일요일이라서 많이들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뭘 하면 좋을까요?
설마 지금까지 사모님을 사랑하는 건 아니죠?
박종진 씨는 어때요? 제가 전화 한번 해서 물어볼게요.
집사람한테요? 그냥 가족이죠. 젊었을 때처럼 막 사랑하고 그런 건 아니죠. 편한 사이죠.
묵은지 얘기 아까 했잖아요. 친구도, 부부 관계도 늘 깊은 맛이 역시 제맛이죠.
그래도 가끔씩 겉절이도 먹고 싶고 그렇지 않아요?
허허허허. 아무래도 김치는 묵은지죠.
안 넘어오시네. 사모님이 첫사랑이세요? 첫사랑은 아니죠? 첫사랑 얘기 좀 해주세요.
거, 괜히 왜 부부싸움 일으키려고 하세요.
따로 있긴 한가 봅니다. 저도 집사람이 첫사랑은 아닙니다.
저는 첫사랑입니다. 뭐 그냥 사귀는 거야 누구나 하는 일이죠. 그렇지만 역시 결혼은 굉장한 운명적 만남이에요.
그럼 운명적인 만남 얘기 좀 해주세요. 어떤 상황에서 이 여자가 내 여자다 싶었어요?
딱 보면 알지, 전기가 딱 통하는 거 있잖아요. 우리 아내가 본래 철학을 해서 독일로 유학을 가려고 하고 있었는데, 내가 오늘같이 이렇게 딱 매료시켰죠. 내가 세상의 매듭을 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대요, 1981년도에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허허허. 근데 그런 말에 넘어가는 여자는 진짜 문제가 있는 거잖아, 그죠? 좋은 집을 사주겠다, 뭘 해주겠다, 그런 데 넘어가야 하는 건데…. 저 말에 넘어갔다는 건 자신의 인생이 굉장히 피곤해지리라는 걸 감내할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죠? 그렇게 결혼해서 제가 잘나가던 검사, 변호사 그만두고 거친 황야에서 시민운동 개척하고, 빚을 쌓고 집을 어디다 기부해버리고 그러는 걸 다 용인하면서 살았던 거죠.
시민단체나 검사, 변호사 할 때도 대통령의 꿈이 있었습니까?
아, 누굴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으로 생각하네…. 무엇이 되기보다, 무엇을 하기를 원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로 나를 움직여온 힘입니다. 고시공부를 해서 검사가 됐고, 대한민국의 인권을, 권익을 지키는 게 중요하구나 싶어서 인권변호사가 됐고, 변론을 하다 보니까 내가 후방에서 변론만 할 게 아니라 세상을 제대로 만드는 선두에 서야겠다 싶어서 시민운동을 했고, 참여연대를 만들었고요. 참여연대를 만들다 보니까 기부문화나 나눔문화라는 것도 굉장히 소중하구나, 국가가 이런 걸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아름다운재단을 만들었고요. 이렇게 일을 중심으로 움직여왔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왔죠. 항상 새로운 일을 하는데 잘되면 또 재미가 없어져요. 왜냐하면 내가 안 해도 되는 건 딴 사람이 해도 되는 거니까요.
오늘 인터뷰 거의 완벽하네요. 실수를 한 번도 안 하셨어요.
인터뷰어의 실패죠.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이 너무 많은 걸 안다. 아랫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덜 똑똑한 시장이 편한데…”라고 했더니 그저 허허 웃고 만다. 이날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에서 10분을 넘겼다. 시장실 밖으로 빠져나오니, 정확히 22명이 서류철을 들고 대기 중이었다. 분 단위로 사는 시장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았나 싶었다.
박종진 앵커의 종횡무진(縱橫無盡)
정·제계, 연예인 가리지 않고 만난다. 궁금한 건 따지지 않고 돌직구로 물어보는 본격 인터뷰 지면이다.
박종진 앵커는…
1967년 4월 20일생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전 매일방송 MBN 국제부 부장
전 매일방송 MBN 정치부 팀장
전 채널A 앵커 겸 경제 부장
현 동아방송예술대학교 창의융합기초학부 초빙교수
채널A <쾌도난마>
TV조선 <강적들>, <대찬인생> 등 진행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09/20170109011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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