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는 의사, 간호사 이외에도 여러 직업의 사람들이 있어요. 환자들의 혈액과 소변을 분석하는 임상병리사, X-ray와 MRI 등으로 환자의 몸을 촬영하는 방사선사, 운동, 전기 자극같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물리치료사 등 매우 다양하지요. 그런데 지난 8월,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 센터에서 의학물리학자를 만나는 특별한 취재가 있었어요. 의학물리학자는 어떤 일을 할까요? 또 양성자 치료는 무엇일까요?
● 암세포만 공격하는 양성자선
‘허가 없이 들어감을 금함’
양성자 치료 센터에 들어서자 경고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어요. 방사선을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지요. 치료실 견학에 앞서 임현아 코디네이터께서 양성자 치료에 대해 설명해 주셨어요.
“양성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으로, *양성자선으로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법이에요. 양성자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암세포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양성자선이 암세포만 골라 없앨 수 있는 이유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해요. 브래그 피크는 양성자선이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다가 암세포에 다다랐을 때 에너지를 최대로 내뿜는 현상이지요. 기존에 사용하던 X선은 몸에 들어가는 순간 에너지를 내뿜어요. 그 결과 건강한 조직까지 손상시키고, 암세포에 도달했을 땐 에너지가 줄어 효과가 떨어지는 등 단점이 많았답니다.
“양성자선 치료는 소아암 환자에게 많이 쓰여요. 한창 성장 중인 어린이 뼈에 방사선을 쪼일 경우 더 이상 자라지 않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거든요. 따라서 최대한 정상적인 세포와 뼈에 방사선이 닿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는 양성자 치료를 이용하는 것이 좋답니다.”
● 양성자선을 쏘는 거대한 우주선?
“우와~!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거대한 우주선 같아요!”
기자단 친구들은 안내에 따라 치료실 안으로 들어가 봤어요. 작은 터널이 있고, 그 둘레를 따라 현미경처럼 생긴 막대가 천천히 돌고 있었지요. 터널 뒤쪽에 있는 큰 철문을 열자 우주선처럼 거대한 구조물이 나타났어요. 구조물은 치료실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이 구조물은 직경 11m, 무게 200t의 원통형 양성자선 치료기 ‘갠트리’예요. 암환자가 갠트리 안쪽 침대에 누우면 막대 모양의 노즐이 360° 회전하며 암세포가 있는 부분에만 양성자선을 쏴요. 갠트리는 크기가 워낙 크기 때문에 양성자 치료 센터 건물이 지어지기도 전에 먼저 이 위치에 설치되었답니다.”
“그럼 양성자선은 어디에서 온 건가요?”
박규준 기자의 질문에 연구원님은 ‘사이클로트론’에서 만들어진 거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선을 만드는 가속기예요. 사이클로트론에 수소원자의 양성자를 넣고 빛 속도의 60%(1초에 지구를 4.5번 돌 수 있는 속도)로 가속시키면 에너지 형태의 양성자선이 만들어지지요. 이후 관 모양의 전송 장치를 통해 양성자선을 치료실로 보내면 환자 몸 속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답니다.
● 양성자 치료도 3D시대!
양성자 치료센터를 견학하면서 곳곳에서 특이한 조각을 볼 수 있었어요. 반투명한 아크릴과 황동으로 만든 것 두 종류였는데, 둘 다 울퉁불퉁한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게 특징이었지요. 알고 보니 이 조각들은 양성자선을 암세포와 똑같은 모양으로 쏠 수 있도록 만든 틀이었어요.
암세포는 특정한 규칙 없이 자라요. 동그란 공 모양일 수도 있고 길쭉한 바게트 빵 모양일 수도 있지요. 양성자선을 암세포에만 정확하게 쏘기 위해선 암세포의 모양대로 양성자선의 길이를 정해야 해요.
그래서 의학물리학자는 암세포의 모양을 3D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암세포와 똑같은 모양으로 틀을 파내지요. 이 틀에 양성자를 통과시켜 쏘면 환자 몸속에서 암세포만 정확히 없앨 수 있는 거예요.
이번 취재를 통해 양성자 치료는 물론 과학을 이용해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의학물리학자라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앞으로 양성자 치료가 더욱더 발전되어 암을 정복할 수 있 는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합니다~!
*양성자선 : 양성자를 가속시켜 만든 에너지. 주로 수소원자의 핵인 양성자를 사용한다.
도움★국립암센터
기자단★박규준(서울 응봉초 5), 이예린(성남 송현초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