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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이탈리아인이 사랑에 빠진, 그곳을 거닐다 본문
에메랄드빛 해변·오징어 먹물 요리… 이탈리아인이 사랑에 빠진, 그곳을 거닐다
로마·피렌체·베네치아·시칠리아 같은 지명이 귀에 익은 여행자들도 마르케라고 하면 "이탈리아 맞아?"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드리아 해와 마주한 덕택에 에메랄드빛 해변을 만날 수 있고 로시니 등 예술가들의 흔적도 더듬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곳이 바로 마르케다.
입력 : 2017.06.15 04:00
사랑하는 사람 떠올리게 하는 이탈리아 '마르케'

◇사랑스럽고 다정한 도시
"마르케는 맛있는 요리 같은 곳이랍니다." 어깨를 으쓱하며 셰프 울리아시가 말했다. 항구도시 세니갈리아(Senigallia)에서 레스토랑 울리아시(Uliassi)를 운영하고 있는 셰프 마우로 울리아시(Mauro Uliassi). 반백 곱슬머리를 멋지게 쓸어넘긴 이 남자가 내놓은, 오징어 먹물이 잔뜩 올려진 요리를 먹으며 "세상에나, 어떻게 이런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거지?" 감탄하던 중이었다.
"맛있는 요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죠. 마르케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마르케를 여행하는 동안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 겁니다. 다음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르케에 꼭 다시 와주세요." 이탈리아 남자들의 수사학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그가 추천해준 와인도 맛있었다. 베르디키오(Verdicchio)라는 마르케 특산 품종이었다. 농익은 사과향이 가득한 화이트와인이었다. 이 매력적인 와인은 그렇지 않아도 속수무책 느긋한 여행자의 발걸음을 더욱 느리게 만들었다.
레스토랑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오후의 거리는 부드러운 질감의 햇살로 넘쳐나고 있었다. 도시의 사람들이란 사람들은 모조리 거리로 몰려나와 햇살 속을 거닐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도시에서 오후의 햇살을 그냥 놔두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어디든 햇살 바른 곳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짙은 선글라스를 쓰고는 바느질이라도 하든지. 뭐든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게 이탈리아 사람인 것이다.
◇르네상스 미술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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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에 우르비노라는 도시가 있다. 주도인 안코나보다 더 유명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시대 3대 거장으로 꼽히는 화가 라파엘로가 1483년 이곳에서 태어났다. 19세기 초 신고전주의 양식이 유행하기까지 3세기 이상 서구 회화의 지존의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르네상스 미술사가 조르조 바사리에는 그를 두고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상냥하고 유쾌한 태도를 지닌 우아한 사람"이었으며, "너무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워서 짐승들까지도 그를 사랑했을" 정도라고 묘사했다.
16세기 이탈리아 작가 로도비코 도미니치는 라파엘로를 '가장 비범하고 가장 뛰어난 화가'로 평했다. 우르비노 시내에는 14세기에 지어진 라파엘로 생가(Casa di Raffaello)가 있는데, 그가 사용하던 가구들이 그대로 놓여 있고, 화구를 놓곤 했던 자리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우르비노는 르네상스 시대의 전성기를 이룩한 도시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1998년 우르비노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아마도 중세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우르비노의 전성기를 이룩한 주인공은 페데리코 다 몬테펠트로(Federico da Montefeltro)다. 이탈리아 최고의 용병으로 활약하던 그는 엄청난 부를 축적했고 그 돈으로 르네상스 초기에 지어진 궁전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을 지었다.
라파엘로를 비롯해 '회화의 군주'로 불리는 티치아노의 작품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걸작 '세니갈리아의 성모' 등 눈부신 '르네상스 컬렉션'이 이 궁전 안에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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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로시니의 고향
우르비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떨어진 곳에 있는 페사로(Pesaro)는 '세비야의 이발사'를 작곡한 남자 로시니가 태어난 곳이다. 1792년 페사로에서 태어난 그는 6살에 교회 성가대에서 활동했고 14살에 오페라를 만들었다. 그가 첼로와 피아노, 작곡을 체계적으로 배운 곳은 볼로냐 음악학교였는데 지루한 수업을 견디지 못해 학교를 그만뒀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시내 한편에는 1882년 로시니의 유산으로 세운 로시니 음악학교(Conservatorio di Musica)가 있다. 학교를 기웃거리다 어느 피아노실을 엿보게 되었는데, 호기심 어린 낯선 여행자를 발견한 학생은 '세비야의 이발사'의 한 대목을 신나게 연주해주기도 했다.
"바그너를 기념하는 독일의 바이로이트, 모차르트를 기념하는 잘츠부르크와 함께 한 음악가에게 증정된 축제가 있는 도시가 바로 페사로입니다. 그만큼 로시니에 대한 페사로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죠."
1819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극장인 로시니 극장(Teatro Rossini)의 음악 감독인 안토니오(Antnio)는 매년 8월 열리는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기간에는 전 세계 오페라 마니아들이 이곳 페사로로 몰려든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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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이탈리아인들은 다들 별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몇 번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깨닫게 된 것인데, 그들은 정말 쉬는 틈틈이 아주 잠깐씩 일을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침이면 점심에 먹을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심을 먹을 때는 저녁에 나올 요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저녁식사 시간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그렇다. 내일 먹을 요리와 축구 그리고 휴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밤 11시가 되고 볼에 키스를 나누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르케에서의 마지막 저녁. 나는 부두의 바에 앉아 부부부부웅~ 기적을 울리며 미끄러져 나가는 크루즈를 바라보고 있었다. 뱃전에는 선원인지 여행자인지 모를 한 남자가 턱을 괴고 앉아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마도 그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이를 먹는 건 두렵지 않지만, 이런 곳을 모른 채 생을 마감하는 건 약간 서글플지도 모른다는…. 삶에서, 즐기지 않으면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인천공항에서 로마까지 알이탈리아 항공을 이용해 오사카를 거쳐 긴다. 안코나 공항에서 30분 거리인 호텔 몬테코네로(www.hotelmonteconero.it)는 12세기 수도원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호텔로 재단장했다. 해발 550m의 산자락에 자리한 까닭에 조용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가 장점. 아드리아 해의 멋진 풍광도 감상할 수 있다. 아스콜리 피체노(Ascoli Piceno)는 로마보다 오래된 도시다. 아링고(Arringo) 광장의 산 에미디오(San Emidio) 대성당 안에는 르네상스 화가 카를로 클리벨리의 폴립티크화(제단 위에 그린 그림)가 있으며 바로 옆에 위치한 시청 내부에도 시립 미술관이 있다.

마르케를 대표하는 음식은 아스콜라나 올리브(Olive Ascolana) 튀김이다. 올리브를 튀겨낸 단순한 요리인데, 올리브 씨를 빼고 그 안에 소고기나 돼지고기, 닭가슴살, 채소, 토마토, 육두구 같은 것을 버무린 소를 채우고 얇은 튀김옷을 입혀 튀긴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병사들이 즐겨 먹은 음식으로 짭조름한 맛과 고소한 기름맛이 어울려 중독성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맥주나 와인과 함께 먹어야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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