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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因緣이 고이는 방

* 유홍준 교수와 제주 허씨들의 제주도 문화유산답사 본문

🎬 탐라. EBS 다큐

* 유홍준 교수와 제주 허씨들의 제주도 문화유산답사

Ador38 2017. 9. 20. 19:07

북&인터뷰


등록일 | 2012.12.04
조회수 | 7,982

유홍준 교수와 제주 허씨들의 제주도 문화유산답사


 


지난 12월 1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이하 문화유산답사기7) 출간을 기념하며 인터파크도서와 한국관광공사, 도서출판 창비의 공동 주최로 유홍준 교수와 독자 40여명이 제주도로 1박 2일 문화유산답사를 떠났다. 오전 8시 김포공항, 이른 아침이었지만 밝은 표정의 독자들이 하나둘 모였다.


동행자 없이 모인 40명의 독자들은 처음에는 다소 서먹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서먹함도 잠시, 책 속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것처럼 답사 복장을 차려입은 유홍준 교수가 등장하자 독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유홍준 교수에게 사인과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 본 제주도의 모습

 


첫째 날┃산천단-사려니 숲길-따라비오름-조랑말 박물관-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오전 9시 30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제주도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독자들은 비행기 안에서도 창 밖 풍경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제주도 문화답사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못하였다. 제주도의 해안선과 한라산이 보이기 시작했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제주 공항에 도착했다. 문화유산답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날씨다. 전날 일기예보에서는 비와 강추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제주도의 날씨는 서울에서 온 손님들을 환영하듯 화창하기만 했다. 본격적인 문화유산답사에 앞서 독자들은 식당에서 싱싱한 가재새우와 전복이 든 뚝배기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독자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출발하기 앞서 주차장에서 유홍준 교수와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즐거운 시작을 만끽했다.

 

즐거운 점심식사가 끝나고 40명의 제주 허씨들의 본격적인 문화유산답사가 시작됐다. 유홍준 교수는 <문화유산답사기7>의 책 머리부터 ‘제주 허씨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라고 밝혔다. 유홍준 교수가 말하는 ‘제주 허씨’란 렌터카 번호판이 ‘허’로 시작하는 것에서 따온 별칭으로, 제주도 구석구석을 찾아나서는 자유여행객을 의미한다.


독자들이 버스에 올라 첫 답사 코스인 따라비오름으로 향하는 도중 유홍준 교수는 돌연 ‘도깨비 여행’을 제안했다. 제주도에 방문하면 한라산 산천단에 가서 신께 인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유홍준 교수의 설명이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보너스’격으로 독자들은 산천단으로 향했다. 



 

↑ 점심식사 후 독자들과 함께 사진촬영을 하는 유홍준 교수


 

↑ 산천단에 대해 설명하고 유홍준 교수


 

산천단은 정초에 한라산 산신제를 지내는 제단이다. 실제로 본 산천단은 소박하고 정갈했다. 유홍준 교수는 산천단은 소박하지만 주변의 곰솔(소나무과 상롭침엽수)들과 어우러져 성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거창하고 세련되어야만 훌륭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소박한 제단은 그 앞에 선 사람을 경건하게 만들었다.


산천단 주변에는 늘씬하게 뻗은 곰솔과 푸른 나뭇잎을 자랑하는 팽나무 등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져 운치가 느껴졌다. 다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커다란 곰솔에 벼락에 대비해 피뢰침 철기둥이 세워진 모습은 그 의도는 좋더라도 외관상 산천단과 조화롭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산천단에서는 유홍준 교수가 제주도에 왔으면 빼놓지 않고 먹어 봐야 한다며 추천한 덕인당 ‘보리빵’이 배달되었다. 통보리로 만들어져 고소하면서도 팥의 단맛이 잘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었다. 주먹만 한 크기로 부드러운 보리빵은 식후였던 독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산천단에 인사를 마친 뒤에 즐기게 되어 맛이 한층 더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산천단에서 출발해 따라비오름으로 향하던 독자들에게 유홍준 교수는 사려니숲길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기자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독자들은 사려니숲길에서 약 15분의 간단한 산책을 즐겼다. ‘사려니’는 ‘신성한 곳’을 뜻하는 말이다.


사려니숲에서는 화산쇄설물의 일종인 송이가 깔려 있고, 그 위로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유홍준 교수는 입구에서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 숲길>을 직접 낭송해주기도 하였다.


사려니숲길을 천천히 걸어 들어가 만난 서어나무를 보며 유홍준 교수는 “서어나무가 자라는 곳은 토양이 안정된 곳”이라며 “어떤 조건에서도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서어나무는 문학 작품 속에서도 자주 등장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토록 아름다운 사려니 숲은 자신이 카메라에 담을 때는 형편없어진다”고 웃었다. 



 

↑ 보리빵을 나눠 먹는 독자들

 


↑ 사려니숲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홍준 교수

 



유홍준 교수는 이동하는 버스에서 직접 준비한 음악을 독자들에게 들려줬다. 루이 암스트롱안드리아 보첼리의 노래, 명창 이은주의 정선아리랑 등 문화유산과 잘 어울리는 명품 음악을 소개했다. 오후 1시 30분, 교래리 토종닭 마을을 지나 ‘오름의 공주’라고 불리는 따라비오름에 도착했다.


유홍준 교수는 <문화유산답사기7>에는 다랑쉬오름 등 다른 오름에 비해 간략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일반인이 잠시 다녀가기에는 따라비오름만큼이나 적격인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홍준 교수는 이전에 다른 답사팀과 함께 따라비오름을 올랐던 적이 있는데 당시에 일행들은 “다랑쉬오름과 거문오름을 합친 것만큼 아름답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비오름은 억새꽃이 한창인 가을철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초겨울이었지만 아직도 억새꽃의 은빛 물결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땅할아버지’라는 뜻을 지닌 따라비오름은 세 개의 굼부리(분화구)가 중첩되어 있다.


따라비오름 위에서 만난 제주 현지인은 “따라비오름은 분화구가 3개인 유일한 곳”이라며 따라비오름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 따라비오름에 대해 설명하는 유홍준 교수


 

↑ 따라비오름을 오르는 독자들

 


↑ 따라비오름 능선을 지나가는 독자들

 



따라비오름을 오르면서 유홍준 교수는 억새 속에서 독자들과 해맑게 사진을 찍기도 하고 무덤 위에도 누워서 쉬며 즐거운 시간을 한껏 만끽하였다. 따라비오름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 모두 작품이 되는 곳이었다. 따라비오름의 꼭대기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억새뿐만 아니라 오름 아래로 보이는 삼나무 숲과 삼달리 풍력 발전기가 경치에 멋을 더해준다.


따라비오름 꼭대기에서 제주도의 바람을 원 없이 느낄 수 있었다. 독자들은 약 한 시간 동안 오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다음 일정을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 조랑말 박물관 앞 조랑말 체험 목장


 

↑ 조랑말 박물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는 유홍준 교수와 독자




다음 답사지는 조랑말 박물관으로 따라비오름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다. 조랑말 박물관에서는 제주도를 말할 때 빼놓고 설명할 수 없는 ‘제주마’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유홍준 교수는 “조랑말 박물관은 ‘가시리’라는 시골에 위치해 있는데, 노출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에서부터 그 현대적인 감성이 돋보여 리(理)단위의 박물관임을 쉽게 믿을 수 없는 곳”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농촌 마을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설립된 조랑말 박물관과 더불어 가시리마을에는 문화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실시되고 있다. 답사단이 방문한 날은 레지던시에 소속된 4명의 작가와 2명의 예술가의 작품전이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조랑말 박물관에서는 제주마의 역사와 제주마를 소재로 한 사진과 예술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설치된 서춘권 작가의 말똥을 형상화한 커다란 작품에서부터 말을 소재로 한 재미있고 기발한 예술품들이 답사단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또한 조랑말 박물관 옥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풍경이 한눈에 보이기도 했다.


유홍준 교수는 박물관의 숍에서 핸드폰 고리와 스카프를 구매하며 “뮤지엄 숍은 박물관의 명예가 있으므로 잘 만들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곳에서 한 개씩 구매한다”고 말해 예술품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를 독자들에게 전했다.



 

↑ 김영갑 갤러리 정원의 모습


 

↑ 김영갑 작가의 사진(왼쪽)과 그의 책에 실린 사진

 


제주도에서의 첫 날 마지막 답사지는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었다. 두모악에는 평생을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빠져 살았던 김영갑 작가의 사진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현재는 타계한 김영갑 작가를 대신해 갤러리 두모악 운영위원회가 운영하고 맡고 있었다.


유홍준 교수는 갤러리 두모악의 정원을 산책하며 “김영갑은 욕심은 없지만 재주가 많았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처연한 삶을 살아온 예술가였다. 유홍준 교수는 “김영갑 갤러리를 통해서 지금은 이 땅에 존재하는 않는 김영갑에게 영원한 삶을 주었다”며 독자들에게 감상을 전했다. 갤러리 두모악 정원에 심어진 감나무에 뿌려진 김영갑의 유골 때문일까. 갤러리 두모악에는 처연했던 그의 삶이 전해지는 듯 했다.

 

갤러리 안에 전시된 김영갑의 사진작품도 아름다웠지만 수수하게 꾸며진 갤러리의 정원이 갤러리 두모악의 멋을 더했다. 갤러리 정원은 제주도 중산간 지역의 수목들로 꾸며져 있었는데, 소나무 분재를 제외하고는 사람의 손 떼를 묻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기른 것들이라고 한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마지막으로 독자들은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유홍준 작가와독자들이 대화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독자들은 돌하르방의 손 위치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답사와 여행의 차이점, 꼭 가봐야 할 문화유산 답사지까지 다양한 질문을 했다. 저자와의 대화가 끝나고는 모두가 기다리던 바비큐 파티가 이어졌다.



 

↑ 유홍준 교수와 독자들과의 대화시간


 

↑ 제주도에서의 저녁식사



 

제주도의 신선한 전복과 대하 그리고 흑돼지로 이루어진 만찬이었다. 유홍준 교수의 건배 제의로 모두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저녁을 즐겼다. 독자들은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해하던 사이였지만, 오름을 오르고 답사 코스를 돌면서 어느새 똑같은 ‘제주 허씨’가 되어 허물없이 웃고 떠드는 사이가 되었다. 웃음과 대화가 오고 가며 제주도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갔다.

 

둘째 날┃주상절리대-올레길 8코스 일부-여미지식물원-추사관&추사김정희 유배지

 

제주도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다. 제주도 향토 음식으로 첫날에는 보리빵이 준비됐다면, 둘째날은 오메기떡이 마련됐다. 첫 답사 코스인 올레길 8코스로 향하는 버스에서 먹은 오메기떡은 찰조로 만들고 팥고물이 곁들여진 제주도 토속 음식이다. 제주도에서는 조떡으로도 불린다. 겉에는 통팥이 묻어있고 쫄깃쫄깃한 떡 안에는 팥고물이 들어있는데, 아기 주먹만 한 떡을 한 입에 넣어 먹어야만 오메기떡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올레길 산책은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에서부터 시작됐다. 유홍준 교수는 주상절리대에는 어렵게 설명된 주상절리 안내판을 보며 “방문한 여행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레길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독자들은 올레 8코스에서 약 1시간을 걸었다. 유홍준 교수는 “제주 가정집에는 ‘올레’라는 것이 존재한다”면서 “큰 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사이로 ‘이끌어준다’의 뜻을 지녔다”고 올레에 대해 설명했다.


화창하던 첫 날과 다르게 아침부터 약간의 비가 내렸지만 비 오는 올레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독자들은 올레를 걸으며 첫 날과는 다른 제주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주상절리에 대해 설명하는 유홍준 교수



 

↑ 주상절리의 모습

 



↑ 올레를 함께 걷는 유홍준 교수와 독자들


 

답사단은 한 시간 동안 올레를 걸어 여미지 식물원에 도착했다. 유홍준 교수의 깜짝 제안으로 코끼리 열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코끼리 열차를 타고 식물원 외부를 구경하고 안으로 들어가 식물원 코디네이터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여미지 식물원에서는 유홍준 교수의 절친한 친구이자 추사관 건립에 큰 도움을 준 남상규 여미지 식물원장을 만나기도 하였다. 여미지 식물원은 1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최근에 재정비를 하였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크리스마스트리와 포인세티아로 멋을 냈다.

 

여미지 식물원에서는 여행자의 식물이라고 불리는 여인초, 호주의 새를 닮은 극락조화, 순록의 뿔을 닮은 박쥐란, 성인 여자도 올라설 수 있는 빅토리아 수련, 110년에서 140년 동안 살 수 있는 거대한 선인장 금호, 부처의 손을 닮은 열대 과일 불수감 등 다양한 식물을 만나볼 수 있었다.


독자들은 설명 들으랴 사진으로 담으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아쉽게도 오후에 서울에서 일정이 있는 유홍준 교수와는 여미지 식물원을 마지막으로 제주도 일정을 마무리해야 했다.


독자들은 그새 정이 들어버린 유홍준 교수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마음을 이해하는 유홍준 교수는 여미지 식물원에서 독자들 한 명, 한 명과 사진을 찍으며 마지막까지 독자와의 교감을 잊지 않았다.

 

여미지 식물원 관람 후에 근처 식당에서 제주도 갈치조림으로 유홍준 교수와 마지막 점심을 함께 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유홍준 교수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그가 추천한 마지막 문화유산답사지를 향했다. 유홍준 교수는 진정한 제주 허씨가 되기 위해 독자들에게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를 적극 추천했고, 독자들은 그의 말에 따라 발길을 옮겼다.



 

 

↑ 여미지 식물원의 다양한 식물들


 

↑ 작별 전 함께 사진을 찍는 유홍준 교수와 독자들

 



마지막 답사지인 추사관은 조랑말 박물관과 더불어 모던한 건물이 돋보이는 곳이다. 유홍준 교수는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해있던 당시에 유배지에 어울리지 않고 육중하기만 했던 추사 유물기념관을 새로 정비해 이곳을 지었다.


주민들은 감자창고 같다며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추사관이었지만, 추사의 <세한도>에 등장하는 서재와 닮아있어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건축물이다. 독자들은 강정희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추사관을 둘러보았다.

 

추사 김정희는 8년 3개월 동안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는데 이 기간을 거쳐 ‘추사체’가 완성했다. 추사관에서는 화가 허련이 유배 중에 있던 추사를 그린 초상화부터 추사의 선조에 대한 기록 그리고 추사의 대표 작품인 <세한도>를 만날 수 있었다.


<세한도>는 추사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작품으로, 추사가 쓴 발문을 통해서 귀양살이 동안 연경에서 구해온 책을 자신에게 꾸준히 보내준 제자 이상적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세한도>와 발문을 받아든 이상적은 눈물을 흘리며 글을 읽어 내려갔다고 한다.

 

강정희 해설사는 수선화를 좋아했던 추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륙에는 수선화가 없던 시절, 추사는 평안감사로 있던 아버지가 얻어 온 수선화를 빼앗다시피 고려청자에 심어 친구 정약용에게 보냈다고 한다.


강정희 해설사는 “대학자 정약용의 방에 고려청자에 심어진 수선화 향기가 퍼지는 모습을 상상해보라”며 독자들에게 옛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추사관 2층은 화가 임옥상이 만든 추사의 흉상이 지키고 있었다. 살짝 고개를 숙인 추사의 흉상에서는 경건함이 느껴졌다.


추사관은 여백의 공간을 통해서 추사 김정희의 삶을 떠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추사관에서 연결된 추사 유배지에서는 안거리, 밖거리, •모거리 등으로 이루어진 송계순의 집을 복원시켜 추사가 유배 당시 주거했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 추사관 외부 모습

 


↑ 내부의 모습

 


↑ 추사 유배지의 모습



 

산천단에서 시작해서 추사관까지 이른 유홍준 교수와 함께 한 1박 2일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시간적으로는 짧은 여정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의 ‘진짜 모습’을 찾아간 시간이라는 점에서는 그 의미는 충분했다. 따라비오름에 올라 바라본 제주도의 풍경,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경험한 김영갑 작가와의 교감, 비 오는 올레를 걸으며 여행에서 만난 일행들과 주고받은 대화, 추사관에서 대학자 추사 김정희의 진정한 삶을 느낀 모든 여정들이 1박 2일이라는 시간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유홍준 교수와 함께 한 문화유산답사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여행이었다. 이번 답사를 함께한 40명의 제주도 허씨들은 ‘놀멍 쉬멍 걸으멍’ 1박 2일 동안 제주도를 만났고 다시 돌아간 일상 속으로 돌아갔다. 바쁜 일상의 삶을 다시 살아가겠지만, 한동안 제주 허씨의 삶을 그리워하며 제주 ‘사생(死生)팬’을 자처할지도 모르겠다. 

 



↑ 따라비오름 꼭대기에서의 단체사진




구한민


스스로를 청개구리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불현듯 떠나는 충동여행(!)을 좋아합니다. 불어 특유의 발음과 울림이 좋아 프랑스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이십대가 지나기 전에 파리에서 살아보는 게 꿈이 되었습니다. 남들 하는 건 한 번쯤 다해보고 싶지만 불특정다수보다는 스타일이 확고한 소수에 포함되기를 좋아합니다.


'어떤 포부를 가지고 있는지 보면 그 사람의 재능의 크기를 알 수 있다. 큰 포부만이 큰 재능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말을 전적으로 믿고 큰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중입니다. 매 순간 오기와 호기 사이를 넘나드는 청춘, 구한민입니다.



작가소개



유홍준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학과,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석사), 성균관대 대학원 동양철학과(박사)를 졸업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뒤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와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과 대구에서 젊은이를 위한 한국미술사 공개강좌를 개설했으며, ‘한국문화유산답사회’ 대표를 맡았다. 영남대 교수 및 박물관장,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후 석좌교수로 있으며, 명지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국내편 1~8, 일본편 1~4), 평론집 [80년대 미술의 현장과 작가들]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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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주제와 무관한 댓글은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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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윈러브 2012-12-28 오후 05:55

    그냥 여행이 아니라 제주도란 곳을 쏙쏙 이해하는 알찬여행이었네요 자는 제주도에서 그냥 놀기만하고온것같^^은데요. 수고하셨습니다.

  • bestm*** 2012-12-14 오전 12:22

    오늘 다시와보니 동영상도 올라왔네요! :) 교수님의 게릴라답사와 귀에 쏙쏙들어오는 안내로 풍성했던 여행, 정말 소소한 것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신 인터파크 스텝분들, 창비의 책선물까지! 꿈만같은 제주도에서의 여행이었어요! 평생 추억으로 남겨질 1박2일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LifeIs 2012-12-08 오후 08:08

    벌써 일주일이 되었네요. 20여년 전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제주도에 다녀온 후 처음으로 제주에 갔습니다. 그것도 영광스럽게 유교수님과 함께. 대학 1학년 때 유교수님의 답사기가 나와서 사서 읽은 후, 여행을 갈 때면 늘 교수님의 답사기들을 펼쳐 보거나 들고 다녔습니다.

  • LifeIs 2012-12-08 오후 08:12

    5년 전 남도 사찰 여행(정확히 말하면 전남! 올 1월에 경북, 경남, 전남 지역을 다시 돌 생각입니다. 교수님 답사기 들고!!^^). 책을 읽으면서 만약 교수님과 답사 여행 중이라면 교수님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설명하실까 상상했는데, ‘명불허전’이라고 상상했던 모습 그 이상이었습니다.

  • LifeIs 2012-12-08 오후 08:12

    무엇보다도 ‘게릴라 답사’를 주도하신 교수님의 열정에 ‘감동’했습니다. 게다가 ‘유홍준 답사 음악 14집’까지!!!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앞으로 교수님 책을 읽을 때 선곡집의 음악들을 한 곡씩 넣으면서 읽어야 답사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답니다.

  • LifeIs 2012-12-08 오후 08:12

    여행에서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 그 지역 음식이라면서 ‘덕인당 보리빵’과 ‘오메기떡’을 주문해 주셔서 여행의 여러 가지 맛을 다 느끼게 해 주시는 세심함까지.. 답사의 모든 것을 보여주셨습니다. 모름지기 답사 인솔자는 이래야 하는구나, 많이 배웠습니다.

  • LifeIs 2012-12-08 오후 08:11

    그리고 이 모든 여행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 주신 인터파크를 비롯한 관계자분들 감사합니다. 일일이 포장해서 담아주신 간식, 우비, 거기에 손난로까지!! 세심하고 꼼꼼한 준비에 모두들 감동했습니다. 주말 쉬지도 못하고 많은 사람들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추운 곳에서 식사하신 스텝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 LifeIs 2012-12-08 오후 08:11

    모두들 고생 많이 하셨어요. 다음에 또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겨울날 건강하게 보내세요~~!!

  • westwind 2012-12-08 오전 01:05

    어느새 일주일이 흘렀네요 같이 했던 여러분들 항상 건승하시고 내내 수고하신 스텝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특히 강진이씨 고마워요. 살면서 언제나 떠올리며 미소지을 수 있는 정말 좋은 추억이 될것 같습니다. 교수님께 배운거 열심히 써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데비깁슨 2012-12-05 오후 09:41

    다녀오신 분들 너무 부럽네요~

  • Goodread 2012-12-05 오후 09:35

    낯익은 얼굴들도 보이고 현장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리속을 흐르네요..새로운인연을 만나게해주었고 제주의 속살을 만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맘 가득입니다. 굵고짧게 이틀간 제주의 향기에 취하다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숙취에서 벗어나질 못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해독엔 해장술이듯 다시한번 찾아할듯해요

  • 꿈꾸는샤리 2012-12-05 오전 10:50

    일상으로 돌아오기 너무 힘든 며칠이었습니다. 아직은 선명한 제주에서의 일들이 주변을 맴도는것 같습니다. 빨리도 글을 올리셨네요.ㅋ 현장스케치 잘보았습니다. 답사를 위해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필요한 것 살펴주신 인터파크 및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 gmltns5*** 2012-12-05 오전 10:45

    날씨가 추워져 몸은 추운 이 아침,마음은 따뜻하고 행복했던 지난 주말로 되돌려 놓는 추억의 사진들...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보여 주려 애쓰신 유홍준 교수님과 저희들 챙기니라 고생하신 인터파크 직원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너무 행복한 여행이라 다녀와서도 전혀 피로감을 느낄수 없었어요^^

  • ddong*** 2012-12-05 오전 09:36

    내 마음에 북소리가 울린다...벅찬마음, 그 북소리의 여운과 제주의 향기는 아직도~~
    돌아오는 길 제주허씨 한분은 꿈에서 깨어나길 아쉽다 하시더군요...
    또 다른꿈을 꾸고 이루어가길 위해 (가칭)제주홍준앓이답사대 "홍답"을 결성했습니다.
    다르지만 닮은사람들을 만나는 행복^^ 한민씨 좋은글 감사해요~

  • bestm*** 2012-12-14 오전 12:22

    홍답 화이팅!☆ (꿈에서 깨어나기 싫었던 제주허씨 올림!)

  • yks1*** 2012-12-05 오전 09:35

    ^^ 너무 즐거웠던 1박 2일였어요 ~ 교수님이 선곡해 오신 음악이 아직도 귓가에 멤도는 듯 ~ ㅎ 내 사진이 1번으로 등록 되어 있을 줄이야 ~~ 인터파크 도서 스텝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좋은 추억 가슴 한 가득 품었네요 ㅎ

  • yks1*** 2012-12-05 오전 09:37

    너무 멋진 포스팅입니다 ㅋ

  • 귀여운냥이 2012-12-05 오전 09:14

    악 ㅋㅋㅋ 제 사진이 나와서 깜놀했어요! 정~~말 즐겁고 좋은 추억이였어요!ㅋㅋ ^^ 사진과 글을 보니 다시금 추억이 새록 새록 떠오르네요~ ^^ 멋진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 책벌2호 2012-12-05 오전 12:51

    우와~유홍준 교수와 제주도..가고 싶었는데 아쉽네요.ㅋ 기사통해서 간접으로나마 경험하고 갑니다.^^ 잘읽고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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