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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와 리마스터 열풍 [IT칼럼]

Ador38 2019. 10. 2. 15:49

뉴트로와 리마스터 열풍 [IT칼럼]

입력 2019.10.02. 09:57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하지?’ 오래전 영화 〈타짜〉에 나오는 곽철용의 대사가 다시 소환되어 유행어로 회자되고 있다. 한 5년 전쯤 되었을까? 영화 〈국제시장〉,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유행할 무렵 안팎으로 기억된다. 30년 전 노래들이 드라마에 삽입돼 자주 흥얼거리게 된 때 말이다. 그 무렵 복고풍 우스갯소리인 아재개그 코드도 다시 부활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클래식’/블리자드 제공

         

노래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래전 유행했던 트로트 열풍으로 옛날 가수 김연자부터 신세대 가수 송가연까지 아이돌을 능가하는 인기몰이 중이다. 그러고 보니 유튜브에서는 20년 전 가요순위 프로그램 스트리밍에 수만 명이 동시시청할 정도로 확고하면서도 전방위적인 문화현상으로 부상했다. 뉴트로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말이다.


문화현상은 시대상을 반영한다. 우연히 특정한 곳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트로 열풍에 게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찾아보니 진짜로 그랬다. 두드러진 사례로 2017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들 수 있다.


게임 내용은 그대로인데 그래픽 사양을 최신 사양으로 높인 스타크래프트는 중년 아재들을 다시 PC방으로 불러들였고, 그 옛날 인기연예인을 능가하던 프로게이머들을 다시 소환했다. 그러더니 올해에는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등장했다. 누가 불편하게 옛날 게임을 하겠는가라는 의구심을 비웃듯 유저들이 몰려들어 수천 명이 줄을 서서 대기할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게 비단 블리자드 게임이어서만 그런 것은 아닌 듯하다. 국내 게임으로는 ‘리니지’에서 ‘검은사막’까지 유행에서 시차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리마스터 바람에 동참하였다. 콘솔게임 ‘파이널판타지 7’의 리마스터도 올해 출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리마스터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15년 전 출시된 ‘카트라이더’의 역주행 인기 상승도 큰 줄기에서 보면 레트로 열풍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문화계에 전방위적으로 나타나는 레트로 현상이 게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은 ‘게임은 문화다’라는 슬로건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레트로 열풍의 심리학적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 듯하다. 첫 번째는 경제위기다. 일반적으로 위기를 느끼게 되면 그것에 대처하는 방식을 찾거나 혹은 불안한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안식처를 갈구하게 된다.


무언가 해결해보려고 노력하다 지치면 과거 희망과 열정, 그리고 즐거움이 있었던 경험을 소환해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미래에 희망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과거의 희망을 보면서 내 마음속의 희망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하는 자구책이라 할 것이다. 그래서 경제위기가 고조될수록 복고가 강세 현상을 보이는 것이 반복됐다.


그러나 이런 경제위기만으로 뉴트로 트렌드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추억은 다시 만났을 때 감흥을 일으키지만, 반복되면 급속히 사라지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지속 강화되는 이번 트렌드는 인구의 고령화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심리학 이론 중 ‘딱딱한 회반죽 가설’이라는 것이 있다. 성격은 30대 이전까지 가변성이 있지만, 30대 중반 이후가 되면 회반죽이 굳듯이 성격도 고정된다는 것이다.


성격이 굳어지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젊은 시절 좋아했던 것을 평생 좋아하며 반복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문화적으로 뉴트로 열풍의 게임계 버전인 리마스터 열풍은 청년들이 주도한다기보다는 30~50대까지 중년들이 가세한 문화적 현상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그런데 지금 10대와 20대들이 아재가 되는 20~30년 후에는 어떤 리마스터가 나올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혹시 리마스터의 리마스터가 오지 않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그건 리마스터가 아니라 좀비인 것이다. 이것은 리마스터가 영원한 트렌드가 될 수 없는 이유이자, 반갑게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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