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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월 1건 응급처치하면 1000만원 주는데도.. 요양병원 당직의사 구인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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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월 1건 응급처치하면 1000만원 주는데도.. 요양병원 당직의사 구인난

Ador38 2019. 10. 12. 12:43

자다가 월 1건 응급처치하면 1000만원 주는데도.. 요양병원 당직의사 구인난

박돈규 기자 입력 2019.10.12. 03:03

               

[아무튼, 주말]
의사들 요양병원·야근 기피
일러스트=안병현


'의사 면허 소지자. 당직 전담. ※나이 무관: 은퇴자 지원 가능.'

서울 보훈요양병원은 지난 2월 이런 구인 광고를 올렸다. 야근만 도맡아 할 의사를 찾는다는 내용. 요양병원은 한국에서 드물게 성장 중인 업종이지만 그곳에도 골칫거리는 있다. 야간 당직의(當直醫) 구인난이다. 의사들이 요양병원을 기피하고 야근은 더 질색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인천의 A요양병원. 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지만 교통은 나쁘지 않았다. 약 200병상 규모인 이 요양병원도 최근에 가까스로 당직의사를 구했다. '어렵게 모신' 의사는 80대 노인이다. 병원 관계자는 "전임 당직의도 80대 노인이었다"며 "헤드헌팅 전문업체에 수수료를 몇백만 원씩 줘야 할 만큼 구인난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의사가 오질 않으니 한의사나 치과의사를 향해서도 "어서 옵쇼!"라며 허리를 90도로 굽힌다.

요양병원은 명칭 그대로 병원이다. 어르신의 문제 행동이나 영양을 관리하며 돌보는 요양원과는 다르다. 요양병원은 의사가 상주하며 진료와 처방이 이뤄진다. 밤에도 당직의가 필요하다. 요양원에는 주변 병원에서 월 2회 촉탁의(囑託醫)가 방문할 뿐이다.

경기도에 있는 B요양병원은 올초 '한의사 당직' 초빙 공고를 내면서 '당직실에서 쉬시며 사망선언만 하시면 된다'는 문구를 써 공분을 샀다. 요양병원은 의사 외에 한의사나 치과의사가 당직 근무를 서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밤에 일어나는 응급 상황엔 한 명뿐인 야간 당직의가 대처해야 한다.

요양병원 당직의는 은퇴한 의사가 많다. 그마저도 못 구하면 한의사나 치과의사로 법적 요건을 채우는 곳이 흔하다. 의료의 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양병원 당직의 중에는 병원을 개업했다가 파산한 신용 불량자도 적지 않다"고 했다.

당직 의사의 시장가격은 얼마나 될까. 경기도 C요양병원 기획실장은 "한의사는 주중이면 하룻밤에 25만원, 주말이면 40만원이다. 의사일 경우는 5만~10만원 더 줘야 한다"며 "잠을 자다가 한두 달에 한 번쯤 사망진단서를 작성할 정도로 설렁설렁 일하며 세전(稅前) 월 100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과거에는 의사가 야간에 숙소나 가까운 집에 있다가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달려오는 이른바 '콜당직'을 운영했다.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21명 사망) 이후 당직 의료인(환자 300명당 의사 1명, 환자 80명당 간호사 1명) 수를 지키지 않으면 요양병원 인증을 불허하게 법이 강화되면서 구인난이 시작됐다.

요양병원은 2008년 690곳(7만6608 병상)에서 10년 만인 지난해 1445곳(27만2223 병상)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요양병원 가운데 정신병원이나 의료재활시설은 뺀 수치다. 병실마다 간병인이 있고 간호도 3교대로 24시간 이어진다. 요양병원에는 간호사보다 간호조무사가 훨씬 더 많지만 당직은 간호사만 설 수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2017년 당직의가 한 업무는 월평균 4건. 사망 진단과 전원(轉院) 조치가 3.41건, 응급처치가 0.59건이었다. 손덕현 요양병원협회장은 "요양병원에선 급성기병원(일반병원)보다 응급 업무가 훨씬 적은데 야간 당직을 서느라 인력 자원이 낭비되고 주간 업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바람직한 해법은 뭘까. 환자 안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당직 의료인 요건을 완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정환 김포대 겸임교수(보건행정학)는 "응급실 경력 3년 이상의 응급구조사나 내·외과병동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간호사라면 야간 당직을 설 능력이 있다"며 "진료 영역이 전혀 다른 의사에게 형식적으로 맡기기보다 콜당직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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