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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등감과 집착 상상 초월"... 아베 작전상 사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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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등감과 집착 상상 초월"... 아베 작전상 사임?

Ador38 2020. 10. 27. 10:06

[박철현의 도쿄스캔들6] 자민당 총재 선거를 둘러싼 이시바 죽이기

20.09.15 17:13최종 업데이트 20.09.16 10:07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새 총재 ⓒ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자민당의 새로운 총재가 됐다. 아베 총리의 급작스러운 사임으로 14일 양원총회 형태로 열린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른 입후보자인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양원총회는 긴급을 요하는 시국에서 실시되는 총재 선거로, 2007년 아베 신조 총리 사임 시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과 아소 다로 간사장 간의 총재선거 때 열린 바 있다. 13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아베 신조 총리가 그때와 같은 이유로 사임했고, 마치 잘 짜인 시나리오를 보는 듯한 형태로 양원총회가 열렸다.

반전은 없었다. 스가 관방장관은 국회의원 표 394표와 지방 표 141표(47개 도도부현 각 3표씩) 중 288표와 89표를 획득, 총 투표수의 70%에 달하는 377표를 얻어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다. 지방 표에서 그나마 존재감을 발휘할 것이라 예상됐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의원 표 26표, 지방 표 42표로 68표에 그쳐 기시다 정조회장의 89표(의원 표 79표, 지방 표 10표)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 표에서조차 스가 관방장관에 더블스코어로 지는 바람에 총리는커녕 앞으로의 정치적 생명조차 위험해졌다. 결과론이지만 이번 총재선거 자체가 아베 신조의 설계 아니냐라는 말도 나온다. 평생의 정치적 라이벌 이시바 시게루를 은퇴시키기 위한 '작전상 사임'이라는 것이다.
 

 8월 28일 사의 표명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아베의 작전상 사임?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베 신조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아베 신조의 열등감과 그로 인한 승부 집착은 원래 유명했다. 사회학자 미야다이 신지는 "아베 총리 주변 사람들은 전부 다 도쿄대학 출신인데 아베 총리만 세이케이 대학에 들어갔다"면서 "청소년 시절 형성된 열등감과 비뚤어진 집착은 범인의 상상을 초월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러한 '비뚤어진 집착'이 이시바를 향하게 된 계기는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도유망하던 제1차 아베내각은 참의원 통상선거에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해, 이른바 '비틀린 국회'가 되었다. 하지만 누구도 직접적으로 당시의 아베 총리를 비판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때 처음이자 공개적으로 '아베 사임'을 외쳤던 사람이 바로 이시바 시게루였다. 통상선거가 끝난 후 열린 자민당 의원총회에서 아베 총리의 면전에 대고 "(총리는 선거결과를) 책임지겠다고 자꾸 말하는데, 그런 말 말고 어떤 식으로 책임질 것인지 뭘 어떻게 책임지고 새롭게 바꿀 것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라고 말해 존재감을 내보였다.

당시 이시바 시게루는 그럴듯한 직책이 없었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2년간 방위청 장관을 한 것이 전부였고, 아베 내각 이후 들어서는 후쿠다 내각에서 '성'으로 승격된 방위성 장관을 1년간 맡았지만 제1차 아베 내각에서는 일개 다선의원이었다.

당시 그의 발언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베 신조는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에서 사임한다. 하지만 아베 신조의 성격상 절치부심했을 것이고 라이벌로 떠오른 이시바 시게루를 어떻게든 짓밟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2012년 9월에 열렸던 자민당 총재선거가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아베와 이시바의 악연

그 선거는, 선거 그 자체로도 명승부였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그야말로 분수령이기도 했다. 첫 번째 실수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당시 자민당 총재의 불출마였다. 원래라면 야당시절의 자민당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당내를 결속시켜온 다니가키가 최유력 후보로 떠올라야 하는데, 당시 간사장을 맡고 있던 이시하라 노부테루(이시하라 신타로의 아들) 간사장이 적극적인 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바람에 각 파벌의 의향이 갈라지면서 당내 화합을 중시한 다니가키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해 버린다. 이후 선거는 아베 등 무려 5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그 해 중의원 총선거는 예정되어 있었고 자민당의 집권여당 복귀가 거의 확정적이었기 때문에 만약 그가 출마해 재선했다면, 그래서 아베 총리가 아닌 다니가키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이 출범했다면 일본의 역사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두 번째 아쉬움은 결선투표제이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한 후보가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할 경우 득표수 1위, 2위 후보 간 결선투표제를 치르게 되어 있다.

후보가 무려 5명이었기 때문에서 결선투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가 예상을 뒤엎고 압도적인 1등을 기록할 것이라곤 예상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그는 당시만 하더라도 고작 15명에 불과한 소규모 파벌의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든든한 뒷배를 가진 아베 신조 후보와 현역 간사장이라는 프리미엄을 가진 이시하라 노부테루가 1, 2위를 해 결선투표에 나갈 것이라는 전망을 뒤엎고 이시바 시게루가 1위를 기록한다.

이시바가 획득한 국회의원 표는 34표에 그쳐 이시하라 노부테루(58표), 아베 신조(54표)에 밀렸지만, 300표로 설정된 당원산정 표에서 165표나 획득해 아베 신조(87표)를 거의 더블스코어로 눌러 버렸다. 당시 이시바의 총 획득 표는 199표였는데, 투표 총 수가 498표였던 것을 감안해 본다면 너무나 아쉬운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국 2위 아베 신조(141표)와 결선투표를 치러야 했는데, 자민당 총재 공선 규정 23조에 따라 결선투표는 국회의원만 참여할 수 있다.
 

 이시바 시게루 ⓒ AP=연합뉴스

 
당시 자민당 의원은 198명이었는데, 이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는 89표 획득에 그쳐 108표를 획득한 아베 신조가 자민당 총재에 올랐다. 그리고 자민당은 그 해 12월의 총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집권여당으로 복귀했다. 아베 신조는 당연히 총리가 되었고, 그 이후 7년 8개월간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그 기간 동안 일본은 쇠락의 길을 거듭했다.

그만큼 2012년의 자민당 총재선거는 일본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 그 자체로도 얼마나 드문 사례인지 과거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결선투표는 1972년 다나가 가쿠에이와 후쿠다 다케오 이후 40년 만에 열린 것이었고, 1차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한 후보가 1위 후보를 이긴 것은 1956년 12월 이시바시 단잔이 기시 노부스케(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를 역전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스가는 1년용, 더 큰 그림은...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본다면 아베 신조의 멘털리티 상 이시바 시게루는 반드시 짓밟아야 할 정적 중의 정적이다. 2007년의 개인적 원한, 2012년의 두려움이 결합돼 이시바 만큼은 은퇴시키겠다는 각본을 그린 것이 아닐까라는 점이다. 물론 몸 상태가 안 좋았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리고 코로나19와 각종 스캔들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도 분명하다. 총리직을 수행하기에 힘든 상황이라는 판단에 이왕 물러난다면 일생의 라이벌 또한 은퇴시키겠다는 시나리오를 그릴 수도 있다. 실제 결과가 그것을 말한다. 서두에 언급했듯 2위도 아닌 3위이다. 이시바의 최대 강점인 지방 표조차 아베가 지명한 스가 관방장관에게 더블스코어로 밀렸다.

스가 관방장관은 특별한 이념을 추종하기보다 성실과 신의를 강점으로 하며 현실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나쁘게 말하면 포퓰리스트이고 좋게 말하면 민의를 중시한다. 리더 타입이 아니다. 절판된 저서 <정치인의 각오>나 최근 번역 출간된 <일본의 내일> 스가 편을 읽어보면 그러한 매니지먼트적 발상이 군데군데 등장한다.

정치인은 직접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관료를 움직여야 하며 자신은 카리스마나 리더십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못 박는다. 마키아벨리를 즐겨 읽는다고 하면서도 '군주론'보다 '정략론'에 끌린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총리가 되어도 여전히 그는 아베 신조, 아소 다로, 그리고 니카이 간사장과 함께 상의하며 정국을 운영해 나갈 것이다. 결국 표면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14일 총재 경선이 끝난 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는 스가 신임 자민당 총재. ⓒ 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어차피 임기가 1년이다. 연내 해산 후 총선거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내년 9월에 다시 총재선거를 열어야 한다. 이 선거에서 스가가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베, 아소, 니카이 등은 정식 총재선거에서 기시다 후미오 체제로 간다는 플랜을 세워뒀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미리 이시바 시게루라는 싹을 잘라야 한다. 그 전략은, 비록 결과론이지만 기가 막히게 성공했고, 이시바 시게루는 과거 오자와 이치로가 그러했듯 '탈당' 정도의 임팩트를 주지 않는 한 자민당에서는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커졌다. 2012년 전도유망한 차세대 리더였던 이시하라 노부테루가 어느새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일본 #이시바 #아베 #스가

 

**  '사의 표명' 아베의 의미심장한 한마디... 어수선한 일본

[박철현의 도쿄스캔들⑤] 현실이 된 포스트아베... 주목 받는 3인

  • 민족·국제

박철현(tetsu)

20.08.29 15:59최종 업데이트 20.08.29 16:0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 ⓒ 연합뉴스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할 뜻을 밝혔다. 사임 이유는 17살 때부터 앓아오던 지병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이었다. 궤양성 대장염은 원인불명의 난병으로 일본에는 17만 명의 환자가 있다. 완화기와 악화기를 반복하며 극심한 복통과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미 아베 총리는 2007년 9월 이 궤양성 대장염으로 한번 자진사퇴를 한 바 있다. 이번에도 스트레스로 인해 지병이 악화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13년 전에도 그랬다. 2007년 7월에 열린 제21회 참의원 통상선거에서 자민당이 대패했고, 그에 따른 '비틀린(ねじれ) 국회' 현상으로 아베 총리는 엄청난 스트레스에 직면해야 했다.

아베 병증의 재발

일본은 양원체제의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중의원이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지만 절차상 중의원에서 참의원으로 올라가 양원이 모두 동의한 형태로 예산안, 법안 등이 통과된다. 그런데 당시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및 야당세력이 전체 242석 중 137석을 차지했다. 참고로 참의원 정족수는 242석으로 121석을 두고 3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르며 임기는 6년이다. 중의원과 달리 내각 총해산에 따른 임기 도중의 선거가 없기 때문에 통상선거라고 부른다.

아무튼 이렇게 되면 중의원에서 통과된 것들이 참의원에 올라가면 누더기가 되어 버린다. 특히 정치적 쟁점이 첨예한 안건은 아예 통과되지 않는다. 물론 참의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다시 중의원으로 되돌려져 중의원이 독자적으로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참의원의 실질적 파워는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시간이 걸릴뿐더러, 무엇보다 참의원에서의 법안심의 및 질의응답을 할 때 총리가 나서야 한다. 도처에 야당이 포진한 적진에 단기필마로 뛰어들어 하나부터 열까지 온갖 추궁을 당한다. 이 때 받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로 이어졌다. 당시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은 아베 총리에게 그만두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고 2007년의 아베 총리는 9월 12일 사임발표를 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상황은 2007년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사임 발표 전날인 27일, 아소 다로 재무상 겸 부총리는 자신의 파벌 간부들과 긴급회합을 가졌다. 이미 아베 총리의 사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사임 후의 정국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을 것이고, 총리가 사임을 표명하면 그날부터 자민당 총재선거가 열릴 때까지는 아소 부총리가 실질적인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다.

임기 도중의 총리 교체이기 때문에 총해산은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양원총회의 형태로 자민당 총재, 즉 총리대신을 뽑게 될 것이다. 여기서 선출되는 총재는 아베 총리의 잔여임기 동안 총재직을 수행한다. 즉 내년 9월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의 임시 관리직 총재지만 1년 동안 성과를 보인다면 이 정식전당대회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29일 일본 도쿄도에서 발행된 주요 일간지 1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날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보도돼 있다. ⓒ 연합뉴스

 

 
다음 총리는 누구?

그래서인지 몰라도 벌써부터 유력 총리후보들이 뛰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처음으로 자기 집을 공개했다. 언론노출이 적었던 그의 일상생활, 그것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 친근감을 쌓기 시작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24일 'BS아사히'에 출연해 "이후 열릴 양원총회에 지방당원 산정표를 제대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 연합/EPA

 

 
이는 2018년의 경험 때문이다.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 후보와 이시바 시게루 후보가 붙었다. 이 선거에서 이시바는 254표를 획득했다. 553표를 획득한 아베의 절반에도 못 미친 득표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의원 표에선 당내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의 실질적인 수장 아베 신조에게 턱없이 밀렸지만(아베 329표, 이시바 73표) 중참 양원의 의원수와 동수로 산정한 당원 산정표에서는 181표나 획득해 224표를 획득한 아베 신조 후보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시바 시게루는 조만간 치러질 임시총재선거에서 당원산정표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예를 본다면 이번 총재 선거도 역시 양원총회로 치러질 것이다. 자민당 당칙을 보면 총재는 기본적으로 당 소속의원과 당원전체가 참여하는 당 대회를 통해 선출한다고 전제하면서도(제6조 1항), 당 총재 선출이 매우 긴급할 경우 양원과 각 도도부현 연합대표자의 투표로 선출할 수 있다(제6조 2항)고 명시해 놨다.

다시 2007년 9월로 돌아가 보자. 당시 자민당 소속의 국회의원은 양원 387명, 도도부현 3명씩 지방대표 141명 등 총 528명의 선거인단으로 총재 선거를 치렀다. 

각 거대 파벌들이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 지지로 돌아섰고, 퇴임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공개적으로 후쿠다 지지를 선언했다. '무파벌'의 제왕이었던 고이즈미와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 그리고 가토파(현재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고치카이) 등의 지지를 등에 업은 후쿠다는 일방적으로 아소 다로 간사장을 이겼다. 당시 선거결과를 보면 지방표는 후쿠다 76표, 아소 65표로 비슷했지만 의원표 획득에서 후쿠다가 254표, 아소는 132표로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가 났다. 이는 곧 양원총회를 통한 총재선거에서 파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아베의 몰락... 흥미로운 내부의 속사정 (http://omn.kr/1o50l)

주목받는 3인, 누가 되든 아베보다는 낫다?

그렇다면 기존의 방식대로 임시총재선거를 연다고 가정할 때 가장 유리한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다. 세이와정책연구회에서 자체 후보를 낼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 연합/EPA

 

 
세이와정책연구회가 후보를 낸다면 극우 중의 극우로 불리는 이나다 도모미 밖에 없는데 이나다 의원이 나올 리가 없으니 다른 파벌 누군가를 밀어야 한다. 세이와정책연구회의 실질적인 수장 아베 총리는 오래 전부터 기시다 후미오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원로언론인 다하라 소이치로의 증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들어 기시다로부터 마음이 떠난 것 같다고 말한다.
 

"올해 4월 아베 총리를 만났는데, 후계는 기시다한테 물려주는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역으로 나한테 묻더라. 기시다 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나는 '사람은 좋다. 당신도 쓰기 편할 거라고 생각할 테고 뭐 평범하지'라고 답했는데 총리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어제 사임회견에서 후계 문제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원래 중도 사임할 때는 후계자를 지명한다.

사토 에이사쿠나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 과거 장기집권 하의 후계총리는 다 그러했다. 심지어 아베 상 자신도 고이즈미 총리의 지명이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아무 말도 안했다는 것이 걸린다. 나는, 아무튼 스가 관방장관이 될 거라고 본다."
- 다하라 소이치로, 8/29, 닛칸스포츠 및 스포니치 칼럼


스가 관방장관은 무파벌이기에 오히려 거부감이 별로 없다. 게다가 아베 정권 임기 내내 관저의 2인자로서 살림을 도맡아 해 왔기 때문에 적어도 관리능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현재의 국가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고, 핸들링이 가능하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다. 물론 각종 스캔들 대응이 최악이라는 평가, 최근 불거진 아베와의 불화설, 코로나19 대응 실패, 정권 지지율 하락 등의 이유와 함께 동반퇴진론도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 연합뉴스

 

 
하지만 아베 총리의 심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리고 스스로 시코우카이(志公会) 파벌의 대표이기도 한 아소 부총리가 스가를 밀게 되면 그가 차기 총리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후보로 나오는 순간 최대 파벌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몰표가 쏟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그 밥에 그 나물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역시 대중적 인기 및 지명도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를 총리로 앉혀 새로운 자민당을 꾀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당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권력자인 니카이 간사장의 의중이 중요해진다. 니카이씨 자체로도 47명의 의원이 소속돼 있는 시스이카이(志帥会)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그가 이시바를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경우 무파벌 의원들이 일거에 이시바를 지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편, 고노 다로 방위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이번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9월 15일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일본 정국의 커다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한일관계 역시 누가 되든 아베 총리보다 나을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기대감을 품게 된다. 아베 신조 총리의 장기집권이 가져온 폐해를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아베 총리도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것이다. 2019년 터져 나온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은 뭘 어떻게 봐도 공직선거법 상의 정치자금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서는 아베 총리가 남긴 대표적 범죄 '벚꽃 스캔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아베 총리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 #포스트아베 #이시바 시게루

 

 

***  "아베 총리, 도망가는 건가?" 건강이상설 전에 생긴 일

[박철현의 도쿄스캔들④] 이류국가 위기에 놓인 일본, 그리고 설상가상

20.08.19 08:17최종 업데이트 20.08.19 08:17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관저는 이미 이마이 비서관이 잡았죠. 역설적이긴 하지만 또 이것 나름대로 관료의 역습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고. 하하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제2파가 창궐하고 있는 도쿄의 백중절 연휴 기간에 일본 정계의 브로커 K씨를 만났다. 그는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업체를 소개시켜 주고, 계약이 성사되면 업체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일을 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 관례상 용인되었던 이 로비스트 일이 엉망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아베노마스크 때문이다. 기백 억 엔의 예산이 투입된 마스크 사업자 선정에 '유스비오'라는 유령 업체가 들어가는 바람에 지금까지의 관례가 송두리째 깨져 버렸다.
 

"마스크 이후에 한창 문제가 됐던 지속화 급부금 사건. 그거 맡은 서비스디자인추진협의회가 20억엔 중간에 빼돌렸다고 말이 많았는데 그런 게 지금까진 관례였거든요. GO TO 트래블 캠페인 할 때도 니카이 간사장 쪽에 정치헌금 흘러가고 그런 것들 다 용인되는 건데. 이제 끝났다고 봐야죠. 근데 야당 의원들도 그런 거 다 알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민주당 정권 잡았을 때도 똑같이 그랬거든요. 지금까지 전혀 몰랐단 식으로 저러는 거 보면 내 입장에서 좀 코미디 같아요."


그는 익명이라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뭐든지 다 털어놓겠다고 했다. 웬만하면 이런 이야기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미리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술술 말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분하거나 조기 총선거를 확신하기 때문인 듯했다. 아예 그는 총선거 날짜를 못 박기도 했다.
 

"9월말에 총해산하고 10월 25일 선거할 겁니다. 내기해도 좋아요."


왜 구체적인 날짜까지 명시할까. 이유는, 중의원 총선거의 거시적 예측이 쉽기 때문이다. 언론과 집권여당 내부에서 '포스트아베' 이야기가 연일 등장하고, 현 내각에 대한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총리대신은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내각을 총해산하고 중의원 총선거를 실시한다. 최근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다시 합당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설상가상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건강이상설까지 겹쳤다. 스가 관방장관은 총리의 건강이상은 없다고 했지만, 총리의 당내 측근으로 분류되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16일 후지TV에 출연해 "코로나 대책 등으로 쉼 없이 달려와 지금 피로가 극도로 누적된 총리를 쉬게 해야 한다"는 이례적인 발언을 했다. 다음날 아베 총리는 게이오대학병원에 하루 동안 검사입원 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정기적인 검진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발언 도중 '추가' 검진임을 언급해 의혹을 자아냈다. 보통이라면 정기검진에서 뭔가 발견돼 추가로 검진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것도 8시간에 걸친 추가 검사이니 아베 총리의 지병인 대장염 관련 증세가 악화된 것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연유들로 인해 올해 안의 총선거는 많은 이들이 예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날짜로 내기를 한다. 실제로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입헌민주당의 모 지역본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일단은 10월말 혹은 11월초를 총선거로 예상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추락하는 아베에겐 이유가 있다

돌이켜보면 정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아베 정권은 급격하게 망가졌다. 원래대로라면 도쿄올림픽이 성대하게 마무리될 시기다. 물론 코로나19가 없더라도 엄청난 폭염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올림픽이다. 치를 수만 있었다면 아베 정권의 아름다운 마무리, 혹은 한 번 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는 도화선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일군의 사람들은 아베 총리에게 복이 없다고 한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바이러스와 잇따라 터진 자연재해를 만났기 때문이라며 불운으로 퉁치려고 하는 이들도 매우 많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 6월 17일 마지막 기자회견 이후 국회가 휴회에 돌입하자마자 49일간 매스컴 앞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그리고 49일 만에 참석한 두 군데의 원폭 희생자 영령식에서 그가 읊은 추도문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라는 지명만 제외하고 똑같다는 것, 그런 부분과 함께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책에 대한 기자단 질의응답은 단 4분에 그쳤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더 질문하려는 기자가 경호원들에게 거친 제지를 당한 것, 오죽하면 "총리! 도망가는 겁니까?"라는 기자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끝끝내 아베가 도주한 것에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나가사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9일 마쓰야마마치(松山町) 평화공원에서 열린 나가사키 피폭 75주년 희생자 위령 및 평화 기원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8.9 ⓒ 연합뉴스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마이 다카야(今井尚哉) 비서관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파워게임이 존재한다. 둘 다 2012년 제2차 아베내각 시기에 관저에 발탁됐다.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인 이마이는 총리대신 정책담당 비서관, 스가는 관저의 2인자인 내각관방부 장관직을 맡았다. 이 둘의 협업으로 전후 최대, 최강의 관저정치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애초 300명이었던 관저의 인원이 1200명까지 불어났다. 그 대부분은 내각정보조사실 인원의 확충이었고 이 인사권을 가진 내각인사국의 권한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2014년에는 내각인사국을 관리하는 공무원제도개혁담당대신 직책이 폐지됐다. 이로써 내각인사국장을 제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내각관방부 장관, 즉 스가 관방장관이 되었다. 현재 내각인사국장을 맡고 있는 경찰관료 출신의 스기타 가즈히로 역시 내각관방부 부장관 출신이다.

스가가 관방부의 책임자로서 컨트롤하고 각종 정책은 이마이 비서관이 주축이 돼 내각정보조사실 위주로 꾸려 나가면 될 것 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평시상황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베일에 감춰져왔던 이마이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거의 모두가 반대했던, 특히 스가 관방장관이 맹반발을 했다는 3월 2일의 '일제휴교조치' 발표는 이마이 비서관의 작품이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코로나 이전부터 깨졌다고 한다. K씨가 말한다.
 

"지금 아베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가장 큰 스캔들은 '벚꽃을 보는 모임'이에요. 이건 검찰이 수사 조금만 하면 무조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할 수 있으니까요. 법조계 인사들 수백 명이 고발했으니 수사를 안 할 수가 없죠. 그걸 막아줄 구로가와 도쿄고검장도 마작 문제로 사퇴했으니까 아베 총리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요. 근데, 웃긴 건 지금까지 없다고 폐기했다고 그렇게 우기던 벚꽃 모임 자료가 올해 1월 21일 갑자기 나왔다는 겁니다. 그것도 3년분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생생한 자료가 말입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 연합뉴스

 
그는 이 자료가 스가 관방장관 쪽에서 나왔다고 확신했다.
 

"벚꽃을 보는 모임을 기획한 사람이 이마이 비서관인데, 이게 총리 마음에 아주 들었나 봐요. 또 아베 총리는 관방부의 파워가 날이 갈수록 세지는 것, 차기 총리로 스가 장관의 이름이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에 위기감도 느꼈죠. 원래는 세 번만 하려고 했지만 아베노믹스니 뭐니 해서 계속 잘 풀리니까 한번 더하고 싶어진 거죠.

스가 장관이 모리토모 학원부터 줄곧 터져나온 스캔들 대처도 못하니까, 오히려 그런 스캔들은 관료들이 다 도와줬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마이 비서관이 뒤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는데 스가 장관이 삐딱하게 나오니까 거슬린 거죠. 그런데 그걸 스가가 모르나? 그 백전노장이. 그래서 스가 쪽이 일부러 그 3년치 자료를 누설했다는 거죠. 이건 자기한테 절대 화살이 날아올 일이 없는, 순수한 아베 총리 개인의 스캔들이니까요."


하긴 잡초의 생명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스가 관방장관이다. 그와 아베 총리의 사이가 갑자기 틀어진 것이 아니라, 아베 총리가 이마이 비서관의 의견을 중용하고 그를 가까이 두는 정권말기적 행태를 보이자 오히려 스가 관방장관 쪽에서 아베 총리를 '손절'했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왜 아베 총리는 이렇게까지 이마이 비서관을 신임하는 것일까. 아베 총리는 내각의 경우 정치인 출신의 대신, 부대신, 정무차관이 참여하는 3역회의 정례화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관저를 보면 각 내각부서의 엘리트 관료들을 대규모로 발탁해 내각정보조사실을 키웠다. 한국으로 치자면 행정부의 엘리트 관료들을 청와대로 모조리 끌어와, 취임 때보다 세 배 이상의 인원을 모았다는 말이다. 게다가 내각정보조사실은 국정원과 국가안보실의 역할도 겸임한다. 가히 일본을 운영하는 초엘리트 규모로 키웠다는 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신문기자>에 이 기관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나오는데, 왜 총리가 이런 관료들에 의존하게 됐는가를 거슬러 올라가면 가케학원 스캔들이 등장한다. 즉 촌탁(忖度)의 악영향이다.
 

 2019년 6월 이마이 비서관은 총리대신 보좌관도 겸직하게 돼 명실상부한 최측근으로 자리잡게 됐다. ⓒ 일본 내각부

 
'총리의 마음 헤아리기'... 촌탁이 불러온 재앙

촌탁은 윗사람의 심중을 헤아려 미리 아랫사람이 알아서 하는 언동을 뜻한다. 2012년 12월 자민당 및 아베 총리가 다시 정권을 잡게 되면서 관료들은 함성을 질렀다. 민주당의 관료경시에 질려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권 시절의 관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공연한 사보타지를 일삼았다. 민주당은 정치와 관료를 분리해서 생각했고, 그 전까지 유명무실했던 '정무차관' 제도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관료의 꽃이자 최고 정점인 사무차관을 배제한 3역회의를 신설했다.

지금 아베 총리도 이 제도는 그대로 활용하고 있지만 관료들에 대한 대우 자체는 당시와 비교도 못할 정도로 좋아졌다. 일단 출세를 나타내는 관저 및 내각관방부 관료인원이 300명에서 1200명으로 대폭 늘어나지 않았는가. 민주당의 지옥에서 겨우 탈출한 관료들의 마음가짐은 일단 아베 정권에 우호적이었다. 특히 아베노믹스의 중추기관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 금융청 관료들이 그러했는데, 앞서 언급한 이마이 비서관도 이 경산성 출신이다.

아베노믹스가 진행되면서 관료들에 대한 처우가 확연히 달라지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잘 하는 촌탁 문화가 자리 잡았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2017년 5월 17일 <아사히신문>의 "가케학원의 새로운 학부 '총리의 의향' 문부과학성에 기록문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이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할 때 터져 나온 것이기도 해 이 둘을 합성한 '모리가케' 스캔들로 부르기도 한다.
 

 <아사히신문>이 입수해 최초 보도한 이후 구글닥스에 PDF 화일로 무료공개한 가케학원 관련 문부성 및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 관련문서들. ⓒ 아사히신문

 
모리토모 학원이 워낙 큰 사건이었던지라 가케학원 문제는 별것 아닌 것처럼 넘어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이미 관료들의 '촌탁'이 횡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때 일본을 이끌어나간다는 책임감으로 무장한 커리어 관료들의 자긍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행위들이 등장한다.

가케학원 문제는, 기본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일단 학부 설치에 관한 인허가이기 때문에 문부과학성의 소관이다. 문부성이 심사해서 결정하면 되는 것인데 왜 이렇게 복잡해졌냐 하면 '수의학부'에 대한 오랜 관행이 아베 정권 들어 급격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은 1966년 도쿄기타사토 대학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한 이후 근 50여 년간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년 6월 다음과 같은 각의결정이, 그야말로 뜬금없이 내려진다.
 

"현재 기존의 수의사 양성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구상이 구체화 되면서 라이프 사이언스 등 수의사가 새롭게 대응해야 할 분야에 대한 구체적 수요가 명확해지고 나아가 그 수요에 대해 기존의 대학 학부로서는 대응이 곤란해질 것이 예상되므로 최근의 수의사 동향을 고려해가며 전국적 견지에서 검토한다."


이 각의결정이 내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1월 에히메 현의 이마바리 시가 지난 9년간 15차례나 요청해도 되지 않았던 '국가전략특별구역'으로 선정됐다. 그 해 11월 열린 내각부 산하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에서는 "광역적 관점에서 수의사 양성을 위한 학부가 존재하지 않은 국가전략특구에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법개정을 결정했다.

2017년 1월 내각부는 특구로서 이마바리 시를 선정했고, 학교법인 가케학원이 운영하는 오카야마 이과대학 이마바리 캠퍼스에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여기까지만 훑어봐도 지난 수십 년간 안 됐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마바리 시는 2007년부터 숱한 로비를 해왔음에도 국가전략특구 선정이 불가능했는데 아베 정권의 파워가 절정에 달하던 2016년 너무나 쉽게 통과됐다.

<아사히신문>의 보도는 이 일련의 사건이 마치 시나리오대로 왜 이렇게 잘 풀렸는가, 즉 '특혜의혹'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총리의 의향'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문서였다. 총 11페이지로 된 이 문서를 보면 이미 2016년 10월 이전에 오카야마 이과대학 이마바리 캠퍼스에 수의학부를 신설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의학부 설치시기는 가장 빠르게 진행할 것이며, 농수산성 및 후생노동성 등의 관련부서는 내각부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문부성은 여타 부서들과의 연계는 신경쓰지 말고 최단시간내에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적혀 있다. 또한 당의 허가절차도 필요 없고 정무조사회장과 상담해서 처리하겠다고 되어 있다. 뭔가에 쫓기듯 매우 급박하게, 그리고 총리의 구체적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라 '의향'을 알아채고 하루빨리 처리하겠다는 기묘한 충성심이 행간마다 느껴진다.

이 기사가 나가자 스가 관방장관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문서"라며 "답변할 가치를 못 느낀다"라고 특혜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또한 자료에 거론되는 문부성 및 농수산성, 후생노동성 등도 강력하게 부인했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에 비해 당사자들의 태도가 워낙 강력해 이 사건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나 싶었다. 그러나 최초 보도 후 일주일이 지난 5월 25일 문부성 마에가와 기헤이 전 사무차관의 결정적 증언이 등장한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아니 다들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있었던 일을 그럼 없던 것으로 하란 말인가. 이게 왜 괴문서냐. 내가 재직할 때 나도 봤던, 그리고 공유한 문서들로 확실히 존재했던 것들이다. 2018년 4월에 수의학부 신입생 모집한다는 결론을 세워놓고 역산해서 최단 스케줄을 짜보자면서 이건 관저의 최고레벨이 지시한 사항이고 총리의 의향이라고 분명히 들었다.

전달사항 같은 구체적인 문서들도 분명히 봤는데, 다들 왜 그러냐. 누구라도 총리의 의향이라고 그러면 긴장하고 압력을 느끼는 것 아닌가. 압력을 받지 못했다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물론 당당하게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으므로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는 내 책임도 크다.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 마에가와 씨는 "이즈미 히로토 총리보좌관이 수의학부 신설을 빨리 진행하라고 몇 번이고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며 "그는 총리대신이 자기 입으로 그런 이야기를 직접 못하니까 내가 대신 전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마에가와 씨가 말한 이즈미 보좌관은 국토교통성 관료 출신으로 2012년 10월 내각관방에 들어가 2013년 1월 총리대신보좌관으로 발탁돼 지금까지 보좌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런 통화를 한 적이 없다고 부정하지만, 일련의 정황을 보면 이 스캔들은 총리가 직접 관여했다기보다 '총리의 의향'을 알아챈 관료출신 내각부 비서관, 보좌관, 자문회의 구성원들이 마치 돌격전을 치르듯 '촌탁' 전투를 성공시킨 예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의 관여를 부정했고, 이름이 거론된 다른 사람들도 한결같이 모르겠다로 일관했다.

오카야마 이과대학 수의학부는 예정대로 2018년 4월부터 신입생을 받고 있으며 작년에는 한국인 유학생 면접점수를 0점으로 처리하고 전원 불합격시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참고로 아베 아키에 부인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과 아베 총리는 엄청난 친구사이(大親友)인 것 같다.
 

 아베 아키에 부인이 2013년에 올린 가케 고타로 이사장과 아베 신조 총리의 사이좋은 모습. "정말 친한 가케 씨와 함께. 릴랙스한 웃음띤 얼굴." 이라소 쓰여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2016년 이후 만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 아베 아키에 트위터

 
대략 짚어봤지만 일본사회의 쇠락 중 하나는 촌탁에서 드러나듯 관료들의 보신주의이다. 물론 이 보신주의 역시 '아베일강'의 장기집권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영원히 바뀔 것 같지 않으니 안정을 도모하기 마련이고, 그 안정의 정점에 이마이 비서관으로 대표되는 관료출신 내각부 인사들이 스가 관방장관으로 대표되는 정치인 출신과의 경쟁에서 '표면적'으론 이긴 셈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해석일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스가 장관이 오히려 아베 총리를 손절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다.

두어 시간 동안 방역대책을 해가며 대화를 나눈 브로커 K씨가 헤어질 즈음 다시 말한다.
 

"아베 총리로는 뭐 안 되는 건 확실한데 문제는 앞으로 총리할 사람들도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니… 일본사회는 이제 미래가 없다고 봐야죠. 한국은 이것저것 시끄럽긴 해도 다이내믹하잖아요. 코로나 막는 것만 봐도 대단하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아베 총리는 훗날 일본을 이류 국가로 만든 지도자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 땐 박 상이나 나나 이 세상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하하하."

#아베 총리 #이마이 비서관 #스가 관방장관 #일본 #가케학원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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